쿠팡은 왜 한진과 결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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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케이션 에브리데이

안녕하세요, 충남 서산에서 아침을 열며 뉴스레터를 쓰고 있는 엄지용입니다. 사적인 이유로 어제 잠깐 이곳에 방문했다가, 막차를 놓쳐 올라가지 못하고 하룻밤 묵었습니다. 겸사 이것도 인연인데 지역 명물 ‘게국지’를 안 먹어 볼 수 없겠죠. 

제가 이 일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높은 ‘자유도’ 때문입니다. 어디서든 노트북만 펼쳐놓으면 일자리가 되기 때문에, 사실상 어디서든 일해도 상관없습니다. 요즘 여행업계 키워드로 등장하고 있는 ‘워케이션’ 같은 걸 옛날부터 하고 있었습니다. 저만 하더라도 지난해 제주도만 7번 정도 방문했는데, 사실상 전부 일하고 온 거였으니까요. 할 일 마치고 바다 산책하면 끝내줍니다. 

돌아다니면서 지역 음식점을 둘러보는 건 제 소소한 취미입니다. 방문한 음식점 중에서 좋았던 곳은 사심 담아 카카오맵에 저장해두고 있는데, 벌써 DB가 100개 정도 쌓였습니다. 제 음식 취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 부끄럽지만, 원하는 분이 많다면 나중에 뉴스레터를 통해 공유 드려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방금 게국지를 먹고 동네 카페에 자리 잡아 본격적으로 뉴스레터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난생 처음 먹은 게국지는 김칫국에 바다를 담은 맛입니다. 게국지를 먹으러 방문한 가게였지만, 여기 나오는 반찬 하나하나가 수준 이상입니다. 

사설은 여기까지 하고 본업으로 돌아가 볼까요. 오늘의 뉴스픽 시작하겠습니다.

위클리 뉴스픽 :                

어쩌면 필연이었습니다

왜 3PL(3자물류) 업체를 사용하는가 묻는다면, 규모의 효율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물량이 적은 화주사가 3PL 업체를 이용하는 다양한 화주사가 모여 만든 규모의 효율을 공유 받을 수 있습니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물류 인프라에 대한 투자 없이 3PL 업체의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3PL업체 또한 규모의 효율을 기반으로 ‘이익’을 창출합니다.

왜 3PL 업체를 사용하지 않는가 묻는다면, 규모의 효율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만약 단일 업체가 3PL업체의 규모를 빌려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규모의 효율을 만들 수 있다면 굳이 3PL업체를 사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3PL업체에 나눠줘야 할 ‘이익’이 아깝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현대글로비스가, 삼성SDS가, LX판토스가 어떻게 성장한지 기억합니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의 물량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진과 안녕하는 쿠팡

최근 쿠팡이 한진과 안녕을 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지난주인 5월 25일 전국택배노조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쿠팡이 한진에 맡겼던 배송 물량 360만건이 이탈했습니다. 김찬희 전국택배노조 한진본부장에 따르면 쿠팡 물량 이탈에 따라 지역마다 40~70%가량의 배송 물량이 줄어들었습니다.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쿠팡의 물량 이탈로 한진이 기존 처리하던 쿠팡 물동량의 절반 이상, 한진 전체 택배 물량의 7~8%가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쿠팡의 자체배송에 택배업계 안절부절조선일보]

한진은 쿠팡의 오랜 물류 파트너 중 하나입니다. 쿠팡의 성장을 만든 물류 서비스 ‘로켓배송’은 쿠팡의 직고용 배송기사 ‘쿠팡친구’를 기반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많은 3PL업체들과 협력하여 만들어진 서비스입니다. 예컨대 한진의 경우 5대 광역시 외의 로켓배송 지역을 대상으로 한진 택배기사를 통해 배송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쿠팡은 ‘물류 효율’이 높게 나오는 지역은 직접 처리하고 쿠팡 인프라만으로 처리하기엔 물류 효율이 떨어진다고 판단된다면 3PL업체를 통한 아웃소싱을 병행하는 기조를 과거부터 유지했습니다. 다른 예로 쿠팡은 로켓배송 인프라로 호환이 어려운 대형 가구 배송 및 설치 서비스(로켓설치)는 3자 물류업체 하우저에 맡겨 제공하고 있죠.

하우저가 제공하는 로켓설치 서비스 안내. 하우저는 네이버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다. ⓒ쿠팡

하지만 쿠팡이 언제고 3PL업체와의 협력을 고집하는 것은 아닙니다. 쿠팡이 보기에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과감히 기존 협력하던 3PL업체의 영역으로 직접 진출합니다. 하나의 예로 쿠팡이 2020년 시작했다고 알려진 ‘제주 로켓배송’의 경우 사실 그 이전부터 지역 물류업체와 협력을 통해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쿠팡이 제주도에 배송거점 ‘캠프’를 연 것이 2020년인데, 이에 따라 이전 협력하던 물류업체가 할 일은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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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일어난 여러 사례들을 봤을 때 쿠팡이 한진에서 물량을 빼낸다는 것은, 쿠팡이 직접 물류를 해도 충분하다는 판단이 섰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기존 한진이 처리하던 로켓배송 지역의 주문 규모와 밀집도가 만들어졌다면, 굳이 그 이익을 한진에 공유하긴 쿠팡 입장에선 왜인지 아까울 수 있습니다. 쿠팡도 택배회사(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가 있고 거점 인프라(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있는데 자기가 하고 말죠.

쿠팡은 ‘제국주의’ 물류를 하고 있습니다. 3PL업체를 통해 연결을 병행하긴 하지만, 언제든 효율이 나온다면 직접 물류를 내재화합니다. 당연히 한진도 이와 같은 사실을 모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당장 한진의 눈앞에 다가온 ‘물량’은 달콤했고, 회사 안에서는 적대적 공생 속에서 언제 다가올지 모를 결별을 준비하고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마존을 닮은 쿠팡의 제국주의

쿠팡의 제국주의 물류는 아마존을 닮았습니다. 아마존은 2006년 FBA(Fulfillment By Amazon)를 론칭하고 창고 네트워크에 3자 입점 판매자의 물량을 유입시키면서, 본격적으로 3자 물류센터 운영사들과 직접 경쟁하기 시작했습니다. 쿠팡처럼 처음부터 배송을 내재화하진 않았지만, 쿠팡보다 먼저 물류센터를 입점 판매자에게 공유했죠.

[함께 보면 좋아요! : 무엇이 아마존쿠팡의 풀필먼트를 다르게’ 만들었나커넥터스]

2014년부터 아마존의 경쟁전선은 ‘라스트마일 물류’, 그러니까 택배 영역까지 확장합니다. 아마존은 2014년 미국 택배업체 요델앤콜리스프라이브(Yodel&Colis Prive)의 지분 25%를 확보하면서 본격적으로 USPS, UPS, 페덱스(FedEx)와 같은 기존 아마존과 협력하던 택배업체들과 직접 경쟁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존의 횡포(?)에 분노한 페덱스는 급기야 아마존과 계약을 해지하며, 아마존과 경쟁하는 유통사에 빠른 배송 서비스를 지원하겠다고 나섰죠.

[함께 보면 좋아요! : 아마존의 물류 침공감당할 수 있겠어?, 바이라인네트워크]

지금은 어떤가요. 아마존은 2021년 기준 전미에서 가장 큰 택배 물동량을 만드는 업체가 됐습니다. CS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아마존은 연간 84억개의 택배 물동을 날랐습니다. 같은 기간 물류업체인 USPS가 69억개, UPS가 53억개, 페덱스가 42억개의 택배 물동을 처리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U.S. parcel volume grows in 2021, CSA]

물론 여전히 아마존은 직접물류와 3PL을 병행하고 있지만, 3PL업체에 아웃소싱을 맡기는 비중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CSA에 따르면 아마존은 2021년 84억개의 택배 물동량 중 57%(48억개)를 직접물류 서비스 ‘아마존로지스틱스’를 통해 배송했습니다. 아마존이 직접 처리하는 물동량만 보더라도 이미 페덱스를 넘어 전미 3위를 자신할 수 있으며, 성장세를 본다면 올해는 이 순위가 뒤집힐 수도 있습니다. 첨언하자면 아마존은 해상운송, 항공운송 등 글로벌 물류까지 아우르는 영역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아마존은 해상운송에 진심일까커넥터스]

쿠팡은 어떤가요. 이미 하루 수백만개가 넘는 물동량을 처리하는 쿠팡은 한국 택배시장의 절반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의 뒤를 추격하며 국내 2위 택배사를 자부해도 될 만큼의 규모를 만들었습니다.

여전히 쿠팡과 협력하고 있는 3자 물류회사들은 존재하지만, 이들이 과연 쿠팡과의 영원한 공생을 믿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언젠가 제국에 흡수되거나 버림받지 않길 바라는 한 편에서는 쿠팡 제국에 반하는 연합군이 탄생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LFR(LaaS Front Runners) 생각이 났다면 그거 맞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쿠팡 제국의 대척점네이버 풀필먼트 연합군커넥터스]

넘어가긴 아쉬운 이야기들 :                

쿠팡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제국을 만드는 움직임은 비단 쿠팡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물류의 효율은 결국 물량의 규모가 결정하고, 스스로 물량이 넘쳐나는 업체라면 굳이 그 효율을 남과 공유하기 아까울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를 시작할 때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의 물량을 몰아 만든 2PL(2자물류) 업체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대기업만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F&B업계에 흔한 중소기업만 보더라도 가맹점에 공급하는 식자재 물동을 직접 물류로 내재화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저 역사는 반복되는 거죠.

최근 우아한형제들의 물류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이 ‘딜리버리앤’이라는 자회사를 세우고, 강남 일부 지역(강남, 서초, 송파)에서 직접 고용한 배송인력으로 물류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채용공고에 따르면 딜리버리앤은 직고용 라이더에게 연 3120만원(주 5일 근무/1일 9.5시간 기준)에 성과급 포함 최대 연 4560만원 지급을 명기합니다.

딜리버리앤의 직고용 라이더 채용공고. 사라졌던 직고용 라이더가 배달의민족 안에서 다시 부활한다. ⓒ알바몬

[함께 보면 좋아요! : 단건 배달 경쟁에배민정규직 라이더 뽑는다서울경제]

아는 분은 알겠지만 우아한형제들이 지난 2015년 처음 물류사업을 시작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쿠팡을 벤치마킹하여 배달대행업계 최초로 ‘직고용한 라이더’ 네트워크를 실험했습니다. 그리고 이 직고용 라이더 네트워크는 우아한형제들 내부에서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힙니다. 이 트라우마가 생각보다 강하게 우아한형제들에 남아있는 것을 본지라, 저는 사실 우아한형제들의 ‘직접배송’ 재개 가능성을 다소 회의적으로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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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보면 좋아요! : 배민라이더스가 직고용을 검토한다고요?, 커넥터스]

그런데 2015년의 배달의민족과 2022년의 배달의민족은 다릅니다. 우아한형제들은 플랫폼 회사이지만, ‘물량’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소형 창고(Micro Fulfillment Center)를 기반으로 쿠팡의 로켓배송 같은 걸 구현한 직매입 유통사업을 ‘B마트’를 통해 하고 있고요. 입점 수수료 사업모델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아한청년들의 물류를 끼워 파는 상품인 ‘배민1(구 배민라이더스)’을 통해 고정적인 입점 음식점 물량의 규모를 통제했습니다. 실제 딜리버리앤의 직고용 라이더는 배민1과 B마트1의 단건 배달 물동량 처리를 전담합니다.

이렇게 지역 단위에서도 물량 규모와 밀도는 나올 수 있습니다. 우아한형제들 입장에서도 충분한 효율을 낼 수 있다면 굳이 종전의 간접 고용 방식보다 ‘직접 고용’ 형태가 비용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습니다. 이미 쿠팡이츠가 직접 고용 라이더를 통해 증명한 일이고, 우아한형제들이 그걸 모를 리가 없겠죠.

물론 운영의 디테일에 따라서 결과가 갈릴 수야 있겠지만, 이번 우아한형제들의 도전을 2015년과 동일한 시각으로 해석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플랫폼 사용자 지표만 보더라도 우아한형제들의 MAU는 2015년 200~300만 수준에서 2021년을 기준점으로 2000만이 넘었습니다. 사용자 규모가 곧 주문 물량과 밀집도를 결정하는 특성을 봤을 때, 앞으로 새로운 도전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띨 가능성이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배달의민족월이용자 2000만 돌파배달앱 넘어 이커머스 주류로 우뚝‘, 테크엠]

오늘 커넥트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이야기의 연결성을 만들기 위해 추천하고 싶은 큐레이션 콘텐츠를 많이 빼먹었습니다. 오늘 공유하지 않은 더 다양한 업계 소식은 ‘카카오뷰’를 통해 운영하는 커넥터스 채널에 공유 드렸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항상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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