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와 SK(티맵)의 퀵 진출 의미, 그리고 배민, 쿠팡, 네이버

: 이커머스 빅뱅에 이어 온디맨드 물류 시장의 빅뱅이 시작됐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퀵 서비스 사업에 진출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내용의 요지는 간단하다. 지난 13일부터 기업 회원 모집을 시작한 카카오 모빌리티가 올 상반기 서울에서 우선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정말 퀵 사업에 뛰어들 셈인가? 그렇다면 카카오가 말하는 퀵의 범위와 의미는 무엇일까? ‘여객(교통)에서 화물(물류)’로 사업 모델을 확장하는 카카오 모빌리티 플랫폼은 어떤 모습일까? 약간의 경험과 상상력이 발동했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퀵 서비스 사업에 뛰어든다. 카카오T 앱으로 ‘5초 만에 접수 완료’에 도착 예정 시간 미리 알려주기 기능까지 갖춰 약속한 시간 내 배송하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 <카카오, 퀵 서비스도 뛰어든다> 2021.4.15

퀵 서비스 등 소화물 특송시장에 카카오와 SK(티맵)이 중개 사업자로 등장했다.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처럼 일반인들이 배송에 참여하는 음식배달이나 마트배송 등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객(교통)에서 화물(물류)로 서비스 확장

카카오 퀵 서비스 진출 소식이 새삼 놀랍지 않다. 어차피 예정된 수순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카카오는 T앱을 통해 이미 ‘사람의 이동’, 즉 여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택시와 대리는 물론 바이크, 주차, 카풀, 셔틀, 시외버스, 기차, 항공(해외여행) 등을 연결하고 있다. 이미 대중들의 일상생활로 익숙해진 교통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곳이 카카오 모빌리티다.

이동의 편리함을 내세운 카카오에 서비스 카테고리 하나가 더 늘었다. 바로 ‘화물의 이동’, 즉 물류다. 도시는 사람의 이동만큼이나 화물의 이동도 많다. 특히 서울처럼 인구 밀집도가 높은 메가시티는 서류, 샘플 등 기업형 소화물 빠른 배송에 대한 수요가 많다. 배송 집적도는 배송 효율성과 연관성이 높다. 카카오가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서울에 퀵 사업을 우선 제공하겠다는 선언에 타당성이 있는 이유다.

더욱이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경제의 성장은 사람의 이동보다 화물의 이동 수요를 더 늘리고 있다.

카카오T 앱에는 택시, 대리 호출 등 사람의 이동과 관련한 다양한 여객 중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앞으로는 퀵, 용달 등 화물의 이동에 대한 물류 중개 서비스로 카테고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퀵의 범위는 이륜차만 뜻할까?

퀵 서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고객은 기업과 개인 중 누구일까?

퀵 업계에서는 백화점이나 로드샵을 운영 중인 패션 브랜드나 잡화점을 가장 큰 손으로 꼽는다. 매장 내 당일 재고가 부족하거나 고객에게 급하게 전달해야 할 제품들을 빠르게 배송하기 위해 퀵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한다. 기업이나 법률, 행정, 공증 등 로펌의 서류 송달에도 퀵을 자주 사용한다.

국내 퀵 서비스 시장은 연간 4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 시장에는 이륜차 배송 이외에도 다마스 등 1t 미만의 용달 시장도 포함돼 있다. 1.5t 이상의 개인화물 시장까지 영역을 넓히면 시장 규모는 더 커진다.

그렇다면 카카오가 정의하는 퀵 서비스의 범주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오토바이부터 1t 미만의 다마스, 1.5t 미만의 개인용달 등 영업용 번호판을 달고 있으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운행하는 전 화물차량이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는 노량진 수산시장이나 가락동 청과물시장, 양재동 화훼시장 등 대형 재래시장이나 지역 전통시장도 포함돼 있다. 고객 대상이 기업 또는 개인의 구분만 있을 뿐 도심 내 즉시(바로)배송이 가능한 한 거의 모든 화물운송 시장을 뜻하고 있다.

향후 서울 시내에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가 증가하면 그 물건을 배달할 마이크로 딜리버리 수요도 덩달아 늘어나게 마련이다.

●포석과 응수, 그리고 배민과 쿠팡이츠

티맵모빌리티 역시 카카오 퀵 진출에 앞서 관련 시장을 타진했다. 지난 3월 퀵 서비스 라이더 체험단을 모집한 데 이어 이달 1일에는 특허청에 ‘티맵유어퀵(T map Your Quick)’이라는 상표를 출현했다. 티맵은 국내 이륜차 퀵 업체들과 개별 미팅을 진행해 관련 시장을 규합하려는 움직임이다.

티맵은 퀵 진출 모델이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Mobility as a Service)를 지향하고 있고, 카카오T는 MaaS에 서비스형 물류(LaaS·Logistics as a Service)를 결합해 서비스형 수송 모빌리티(TaaS·Transportation as a Service)를 표방할 공산이 커 보인다.

카카오는 이륜차 이외에도 자전거 이용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이 말인즉, 카카오톡 채널을 이용해 일반인이 음식배달이나 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일반인 배송체계를 선제적으로 갖추게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 카카오T는 이미 다양한 운송수단을 일반인 배송과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보유 중이다.

이쯤 되면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에 있어 카카오T나 티맵이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 있다. 판매할 상품만 구성하게 되면 음식배달은 물론 B마트처럼 마트배송도 넘볼 수 있다.

자체 배송역량을 갖추면 커머스 진출은 어쩌면 시점만 조율 중일 수도 있는 일이다.

● 70 vs. 90, 시장 점유와 카테고리 확장

카카오나 티맵이 진출하려는 퀵 서비스와 배민과 쿠팡의 음식배달 대행 시장은 닮은 듯 다른 서비스 영역이다.

우선 배달할 상품이 다르고, 배차 등 운영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퀵 서비스는 중개사(콜센터)를 통해 인근 차량을 배차하고 현지에서 물건을 픽업해 바로 목적지까지 이동한다. 물론 동시간대 지역이 비슷한 콜이 있으면 혼재(합승 개념) 배송도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인성데이터가 콜센터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음식배달은 배민이나 쿠팡이츠처럼 음식배달주문 앱을 통해 접수된 주문을 생각대로, 바로고 등 배달대행 업체들이 이행하는 구조다. 퀵 콜센터인 인성데이터처럼 배민이나 쿠팡도 음식배달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카카오T와 티맵은 현재로선 퀵을 중심으로 움직일 태세지만 향후에는 음식배달, 마트배송 등 서비스 카테고리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 화물운송시장에 직접 뛰어들 가능성은 낮지만 화물 중개 서비스는 다양한 접근이 용이하다.

실제로 카카오T의 퀵 프로모션 페이지를 살펴보면 ▲거절 없는 간편한 주문 ▲도착 예정 시간 안내 후 약속 시각 내 배송 ▲체계 있는 가격 시스템 ▲임직원 그룹별 금액 한도 설정 ▲이용 명세 확인 등을 기존 퀵 서비스와 차별화로 내세우고 있다.

카카오T와 티맵의 앱을 이용할 경우, 빠르고 정확한 정산과 리워드 적립, 쿠폰 발행은 물론 카카오페이나 SK페이와 연계해 다양한 금융 상품 지원도 가능하게 된다. 개인이나 기업 고객이 모두 좋아할 만한 요소를 갖추게 된다는 장점이 생긴다.

●쉽지 않은 여정과 해결 과제

카카오T와 티맵의 퀵 시장 진출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첫째, 퀵 서비스 시장의 리베이트 관행이다. 일반적으로 퀵을 이용하면 월간, 주간 실적에 따라 보상 형태로 주문 고객에게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 과거에는 백화점 상품권이나 금, 또는 현금을 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특정 커피전문점의 모바일 상품권 등 그 선물이 다양하고 젊어지고 있다. 이는 다 ‘리베이트’에 해당한다. 퀵 서비스 고객이 잘 바뀌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좀 더 저렴하고, 서비스 품질을 내세운 퀵 서비스가 기존 고객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자영업 등 고객군에 따라 다를 게 없다.

둘째, 퀵 서비스의 폐쇄성이다. 퀵 서비스 시장은 수많은 영세 업체가 난립하여 있지만, 그 구조를 살펴보면 한 가족인 경우가 많다. 마치 동네 중국음식 배달집 이름이 ‘만복성’, ‘기라성’, ‘OO성’ 등 상호와 전화번호가 다 틀리지만 결국 한집이 주문받는 것과 같은 이치로 보면 된다. 이 때문에 국내 퀵 시장은 생각보다 더 단단하고 체계적인 구조로 되어 있어 신규 진입자에게 단절적이고, 폐쇄적이다. 지난 수년간 많은 이륜차 물류 스타트업이 태동했지만 퀵 서비스 시장에서 이름을 내걸고 활동하고 있는 업체가 많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셋째, 동네상권 침해 논란이다. 이륜차 종사자들이 생계형인데 대기업이 들어와서 단가를 더 낮추고, 중개 수수료만 챙기면 상황이 더 좋아질 게 없다는 게 전국퀵서비스노동조합 측의 설명이다.

●온디맨드 배달 시장의 빅뱅

아무튼 이륜차 퀵 서비스를 중심으로 화물운송 플랫폼이 대기업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네이버와 쿠팡, 카카오, SK가 이륜차 배달시장에 손을 대지 않은 곳이 없다.

생각대로(인성데이터)와 메쉬코리아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네이버, 바로고를 파트너로 둔 11번가(SK), 그리고 고고엑스, 여기에 카카오, 쿠팡의 자회사가 생활물류 영역으로 한 발짝 더 가깝게 들어섰다.

인성데이터의 투자사인 네이버보다 3년 전 먼저 이 회사의 인수를 검토했던 카카오 모빌리티가 경쟁사인 티맵 모빌리티의 퀵 서비스 진출에 응수를 두기 시작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그리고 SK를 포함해 C2C와 B2C 시장에서 맞붙었지만 크로스보더 이커머스(Cross Border E-Commerce, CBEC) 등 B2B 영역인 국제 화물중개(포워딩)까지 서비스 영역에서 경쟁할 날이 멀지 않았다.   

이커머스 빅뱅에 이어 온디맨드 물류 시장의 빅뱅이 시작됐다. 

김철민

X writer

김철민

기술의 진화보다 생활의 변화에 더 민감합니다. 유통, 물류, 모빌리티 관점에서 사람과 상품의 가치 있는 이동과 공급망 변화가 이끄는 '라이프 플랫폼' 시대를 관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