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있습니다! 디지털 물류는 어디서 배우나요?

국내 한 대형 물류기업에서 <디지털 전환, digital transformation>이란 주제로 사내 특강이 있었던 날이다. 이날 초빙된 교수의 발표가 끝나자 청강하던 한 직원이 질문을 던졌다.

“교수님, 물류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의 흐름과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잘 알겠는데요. 그렇다면 저처럼 *문송은 디지털 물류에 대해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문송합니다 (‘문과를 나와서 죄송합니다’라는 의미의 신조어)

사원급으로 보이는 앳된 직원의 송곳 같은 질문에 교수는 순간 움찔했다.

디지털 퍼스트에 대한 용비어천가를 강의 내내 읊었지만, 구성원 개개인의 디지털 학습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한 적이 없었던 터였다. 더욱이 질문의 요지는 ‘문과 출신을 위한 디지털 물류 방법론’이라니…. 도대체 이런 게 있기는 할까? 예상치 못한 곳에서 허를 찔렸다.

에둘러 답변을 마친 교수는 학교로 돌아가는 길에 필자에게 전화를 했다. 강의장에서 있었던 일화를 들려주며 교수는 그때 느꼈던 난처함을 호소했다.  그런 그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려던 찰나, 필자에게 다짜고짜 질문을 내뱉었다. “물류기업은 왜 디지털 전환이 잘 안된다고 생각합니까?”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것도 경우가 있을 텐데 말이다.

“이공계요?” 문과가 더 많습니다.

교수의 기습 질문을 받고 필자도 퇴근길 내내 불편했다. ‘왜 그럴까?’ 그 교수는 분명 필자에게 숙제를 내준 것이리라. 제보를 했으니 글을 쓸 차례다.

다음날 출근길에 대형 물류기업에서 근무 중인 지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전후 사정을 설명한 후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회사에서 인사·교육을 담당하는 분이라 ‘해답의 단서’를 제시해주지 않을까 싶었다.

필자: “물류기업 종사자 중 이공계 출신이 많나요?”
지인: “직관적으로 말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요청해 살펴봤다. 대형 물류업체 종사자 중 문과 출신이 70% 이상, 이과는 30% 미만으로 문과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공별로 살펴보면 문과는 경영·경제, 무역(국제통상), 물류(교통), 어문(외국어), 행정, 사회과학 등 순으로 나타났다. 기타로는 신문방송, 디자인, 체육학 등이었다. 이과는 산업공학 출신이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건축(토목), 기계, 정보통신(컴퓨터), 전자(전산) 등이 따랐다. 특이점은 물류기업 직원 중에 물류학과 출신은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 참고로 국내 첫 물류학과가 개설된 곳은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경영대학)로, 학부의 역사가 15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은 참고할 만 하다.

최근 국내 대형 물류업체들이 디지털 전환에 관심이 많은 데 반해 최첨단 기술에 대한 이해도(친근감)가 높은 이공계 출신들의 채용 비율은 현저히 낮았다. 그렇다면 물류는 문과라서 디지털 전환이 느린 것인가?

“能说中文吗?” 중국어 할 줄 아세요?

2000년대 이전에 제조, 유통업체의 물류부서는 기업 내 핵심이 아니었다. 그렇다 보니 물류 직무에 대한 전문인력 채용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2010년도 글로벌화 이슈를 맞이하며 물류업계에서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 전공자 채용(특기자 우대)이 급격히 늘었다.

때마침 삼성, 현대 등 대기업들의 물류사업 진출(물류자회사 설립)이 늘면서 물류업 채용시장에 훈풍이 불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경력직을 중심으로 제조·유통회사 물류담당 > 대기업 물류자회사 > 대형 전문 물류기업 > 중소 물류업체 순으로 인력 이동이 대거 발생했다.

특히, 대규모 물류센터 등 시설 투자가 경쟁적으로 늘면서 산업공학 출신자들의 채용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실제로 국내 물류기업 채용 시장을 놓고 ‘문과 대 산(업) 공(학)의 대결’이란 말도 있다. 이때부터 물류분야 채용 시장에도 ‘부익부 빈익빈’ 경향이 나타났다. 이왕이면 제조, 유통업체의 물류담당부서나 연봉이 높은 대기업 물류자회사로의 이직이나 신규 입사가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니겠는가.

하여튼 대기업의 물류사업 진출과 물류시장의 글보벌화 이슈는 산업공학, 도시공학, 농축수산, 외국어 등 다양한 전공자들이 대거 물류에 입성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에는 물류시장에 컴퓨터공학 등 IT 전공자들의 입사 관심이 늘고 있다. 그런데 IT 전공자들의 관심이 실제 물류시장에 취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IT 전공자의 물류기업 지원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제조나 유통, IT기업에 비해 물류기업의 대졸 신입 연봉이 약 2000만 원 정도 낮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물류기업들이 IT인력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 보다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 인재 확보부터

“디지털 전환은 기존의 전통적 프로세스 관리 및 경쟁 전략 이행 방식을 디지털 기반으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을 뜻한다. 이 때문에 물류기업의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 기술 및 서비스에 밝은 디지털 인재 확보로부터 시작된다.”

– 송상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디지털 인재의 이직에 대해 메이저리그나 프리미어리그처럼 스포츠 스타 급 선수들의 이적처럼 보도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디지털 인재의 중요성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기존의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전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고 제공해야 한다. 그래서 디지털 인재 확보를 위해서 스타트업을 통째로 인수 합병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앞서 언급한 월마트는 아마존의 지속된 위협을 타계하기 위해 2016년 온라인 유통 스타트업 제트닷컴(Jet.com)을 33억 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월마트는 제트닷컴 자체를 인수하려는 목적 보다 이 회사의 창업자 마크 로어(Marc Lore)를 스카우트하려는 이유가 앞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 로어가 누군가? 그는 2005년 아기용 기저귀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다이퍼스닷컴(Diapers.com)을 창업해, 2011년 5.45억 달러에 아마존에 회사를 매각한 장본인이다. 그리고 2년 간 아마존에서 근무한 후 아마존을 넘어서는 온라인 유통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2014년 제트닷컴을 창업했다. 그랬던 그가 다시 월마트에 제트닷컴을 팔고, 월마트의 온라인 비즈니스 리더로 활동 중이다. 이후 월마트의 온라인 비즈니스는 기존 대비 7% 내외 성장에서 40% 이상의 고성장 체계로 전환시켰다. 디지털 전환에 밝은 디지털 인재 확보를 통해 기존의 비즈니스를 온라인 시대의 디지털 기반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는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월마트는 꽤 오래전부터 아마존이 위협의 대상이란 걸 알았다. 매주 임원들을 소집해 위기를 극복할 묘안을 찾았지만 쉽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월마트 임원들은 회의 시간에 아마존의 혁신을 이야기했지만, 이중 어느 누구도 아마존(전자상거래)에서 물건을 구매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전직 관계자의 회고를 들은 적이 있다. 아마존의 기술이나 서비스 경험 없이 아마존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 아녔겠는가.

에필로그 – “알고리즘이요?” 문송합니다

기존 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 기술 및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는 디지털 인재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물류기업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물류 전환을 위해 디지털 인재 확보 및 육성 전략 수립에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디지털 전환은 회사 내부자가 하면 안 되는 걸까?

글 앞에서 교수를 향해 질문한 그 직원의 말처럼 문과 출신은 디지털 물류에 대해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 것일까?

필자도 문과 출신이다. 그래서 알고리즘이나 AI, 블록체인 등의 디지털 용어가 나오면 헤맨다. 속되게 ‘문송합니다’란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정도다. 폄하 발언은 아니니 독자들의 오해가 없길 바란다.

문송을 위한 디지털 물류 방법론을 찾기 위해 호기롭게 글을 쓰려다 이쯤에서 결국 포기한다. 애초에 능력 밖의 도전이었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은 <질문 있습니다. 문송은 디지털 물류를 어떻게 배워야 할까요?>이다. 독자들 중 ‘디지털 물류 방법론’에 대한 혜안을 갖고 있다면 연락 주시기 바란다.

숙제를 내준 교수와 필자는 2020년 새해를 앞두고 ‘문송을 위한 디지털 물류 전환 교육 프로그램’ 기획을 준비 중이다. 

이때 그분에게 제 값을 주고 강연자로 초빙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