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원으로 얻는 플랫폼, 기회일까 폭탄일까

셀프 토론으로 확인하는 이베이 매각과 이커머스의 미래 가치

안녕하세요, 커머스가이입니다.

지난주에 갑자기 나온 이베이코리아 매각 관련 기사 이후 여러 후속 기사들과 함께 증권사 리포트도 일부 나왔습니다. 여전히 이베이코리아 측에서는 매각설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럼에도 1위 업체가 매물로 나왔다는 이야기만으로 귀추가 주목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셀프 찬반 토론! (두둥)

논의 주제는 ‘이베이코리아 5조, 살 만 한가?’입니다.

토론 참여자는 진유연과 커머스가이가 되겠습니다. 진행은 전문 사회자 MC.R 님을 모셨습니다. 

MC.R : 안녕하세요, MC.R입니다. 오늘은 이베이코리아 매각설과 관련하여 매각가 5조 원이 적정한지, 과연 살 만한 매물인지에 대해 토론해보려 합니다. 오늘 논의를 위해 두 분을 모셨습니다. 인사 부탁드립니다.

진유연 : 안녕하세요. 진짜유통연구소, 줄여서 진유연입니다. 매번 글로만 뵙다가 이렇게 토론이라고 하니 두근거리네요. 말하기가 특기인 만큼 제대로 한 번 풀어보겠습니다.

커머스가이 : 안녕하세요, 커머스가이입니다. 오랜 유통 경력에서 나오는 일명 ‘짬 바이브’로 오늘 토론에 임해보겠습니다.

MC.R : 네, 기대가 됩니다. 본 토론은 가상이라는 점 알려드리며 자유롭게 의견 말씀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진유연 측 먼저 말씀해주실까요?

진유연 : 네, 시작하겠습니다. 이베이코리아가 5조라니, 그 금액부터 저는 가당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1위 프리미엄이 있고 거래액이 16조나 되니까 5조면 좋은 가격 아니냐는 말이 있는데 그건 작년 혹은 2018년 기준입니다. 압도적인 거래액과 함께 2위와의 차이가 꽤 있을 때 이야기지,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당장 19년 이커머스 결제액(거래액) 1위는 네이버니까요. 그리고 쿠팡 거래액도 거의 16조에 육박하는, 최소 15조는 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이베이코리아라고 한 데 묶어서 거래액이 16조 원이라는 말도 있는데 사실 지마켓이 10조, 옥션이 5조, G9가 1조 아니겠습니까. 지마켓 하나가 네이버 절반밖에 안되고 쿠팡에도 한참 못 미치는데 1위 사업자라니, 그냥 다 묶어서 말한다고 1위 사업자가 될 순 없지요. 이베이코리아가 하나의 법인이기 때문에 16조가 맞다고 해도, 이베이 실적이 계속 정체되어 있는 것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국내 이커머스 평균 신장률에 한참 모자란단 말이죠. 그런데 거래액은 안 오르고 영업이익은 계속 내려가고 있습니다. 성장하는 시장에서 성장도 못하고, 그나마 자랑이던 유일한 이커머스 흑자 기업에서도 11번가가 흑자로 전환하고. 영업이익은 계속 줄어들기만 하는데 5조라니, 살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커머스가이 : 네, 의견 잘 들었습니다. 말씀하시는 핵심은 이베이코리아가 성장도 정체되고 이익도 줄어드는데 5조라는 금액은 너무 비싼 거 아니냐, 하는 것이죠? 이제 제 의견을 말하겠습니다. 이베이코리아와 유사한 국내 다른 이커머스 기업들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먼저 보겠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이베이코리아의 5조는 거래액 기준 약 0.31배 정도 됩니다. 그런데 최근 투자를 받은 위메프는 거래액의 약 0.5배 기준으로 받았고, 기간이 조금 되었지만 쿠팡은 거래액 기준으로 보면 무려 1.4배로 거래액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네요. 11번가가 직전 투자 받았던 0.24배 보다는 조금 높긴 하지만 그 당시 11번가는 적자였고 2위 사업자였습니다. 이베이코리아는 현재 압도적인 1위는 아니지만 어쨌거나 1위 사업자에 흑자 기업입니다. 그런데 0.31배수 정도면 오히려 싸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배달의 민족이 4.8조인데 이베이코리아가 5조면 상당히 낮은 금액으로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이베이코리아 5조 관련 기사는 당사에 관심이 있는 쪽에서 가격을 낮추기 위해 먼저 흘린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5조면 돈이 없어도 빨리 구해서 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5조로 거래액 16조가 되는 플랫폼 하나 만들 수 있을 것 같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 돈을 붓는다고 바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에요. 혹여 만든다고 해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당장 내가 취득할 수 있는 1등 기업 타이틀과, 성공 보장이 없는 기획 단계에서 무엇이 더 효율적이겠습니까?

진유연 : 네, 배달의 민족 이야기도 하려고 했는데 먼저 해주셨네요. 배달의 민족이 4.8조인데 이베이코리아가 5조니까 싼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건 전혀 다른 업태에 단순히 거래액 기준으로만 비교해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성장세와 점유율을 감안하면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아직 최종 결합 심사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배달의 민족은 그 자체로도 점유율이 60% 가까이 되는 약 57% 수준이고요. 요기요가 인수하게 되면 거의 90%가 넘어서 독점이 가능한 상황이 됩니다. 그리고 음식 배달 시장은 향후 성장세가 훨씬 더 크고 여러 가지 확장에도 아주 유리한 모델이죠. 현재 추이를 지켜볼 때 앱 내에서 결제하는 비율도 올라가는 등 앞으로 더 성장하고 좋아질 일이 많다는 겁니다. 심지어 B마트를 런칭하면서 커머스로도 확장하고 있어요. 이베이코리아는 리테일도 아니고 이커머스 중에서도 12% 정도밖에 점유율이 안되고 그마저도 정체되어 있는데 두 기업을 비교하는 건 맞지 않다고 봅니다. 시장은 항상 미래, 향후 가치가 얼마인지를 더 크게 본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 거래액만 강조하는 건 마치 포드가 차를 훨씬 많이 파니까 테슬라는 아무것도 아니지, 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테슬라 시가 총액이 포드보다 1.5배 높다는 말씀도 드리지요.

커머스가이 : 말씀하신 향후 가치, 성장세 공감합니다. 그 부분을 몰라서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베이코리아가 최근 정체된 부분은 인지합니다. 그런데 그게 마이너스인 것은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시장에 성장세 대비 부족한 부분이 있었을 뿐 10조가 넘어서면 성장세는 대부분 꺾이기 마련입니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쿠팡이 매년 2배 씩 성장하는 것을 또 짚을 수 있겠지요. 그럼 그 성장은 어디서 옵니까? 다 돈입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최종 값이 나오지 않았지만 쿠팡의 작년 적자가 최소 1조 이상으로, 대략 1.5조 정도 될 거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무리를 해야 나올 수 있는 거래액입니다.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한다고 하지만 돈으로 매출 사는 데서 나오는 부분도 꽤 큽니다. 거래액이 상승하면서 흑자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내부 관리 프로세스나 역량이 그걸 받쳐줄 수 있는지도 봐야 하죠. 어디에서 인수하든 1등 프리미엄과 함께 내부 우수 인력들과 프로세스를 한 번에 가질 수 있다는 점. 이만큼 매력적인 매물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금 매각설이 나왔으니 5조 이야기가 나오는 건데, 작년만 되었어도 8조는 되었을 겁니다.

진유연 : 제 말이 바로 그겁니다. 저도 지금이 2018년, 최소 2019년 3월이었더라면 5조 금액에 당연히 사야 한다는 입장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2020년입니다. 이베이코리아는 더 이상 1등이 아니고 네이버는 본격적으로 커머스에 뛰어들었으며 쿠팡은 단독으로 지마켓의 1.5배에 달하는 거래액을 달성했죠. 여러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들도 점차 이커머스에 진입하는, 아니 할 수밖에 없는 엄청난 경쟁이 시작된 2020년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셀러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기존 오픈 마켓 플랫폼을 5조에 산다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선택일까요? 5조로 16조 가치의 플랫폼을 만들기 어렵다고 하셨는데, 쿠팡이 15조 만드는 데 5조가 들지 않았습니다. 19년까지 3조, 작년에 1.5조 적자 봤다고 해도 4.5조입니다. 4.5조 쓰면 15조 만들 수 있는 거죠. 그것도 단순 거래액만 15조가 아니라 매출액도 7조인. 이베이코리아는 매출이 얼마입니까? 1조 조금 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11번가가 지금까지 쓴 돈이 얼마나 될까요? 말씀하신 대로라면 11번가 거래액이 10조 가까이 되니 적어도 2~3조는 썼어야 하는데 11번가 지금까지 적자 규모를 합쳐도 7,000억 정도 됩니다. 5조에 사는 것보다 직접 하는 게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커머스가이 : 5조로 16조 짜리 커머스 플랫폼을 못 만든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제가 강조하는 부분은 시간입니다. 쿠팡, 11번가가 지금 거래액을 만드는 데 10년이 걸렸습니다. 이커머스 성장세가 더 빨라지고 시장 자체가 커졌어도 새로 시작하면 최소 5년은 걸릴 겁니다. 게다가 16조 가치로 만드는 동안 타 기업들과 경쟁은 어떻습니까. 치열한 경쟁과 끝없는 견제에 순탄한 성장은 힘들 것이며 비용 또한 더 많이 들어가겠지요. 그 불확실성과 긴 시간을 감수하느니 확실한 매물이 있을 때 사는 것이 M&A의 기본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미래 가치라고 하셨는데 지금 이베이코리아 산다고 바로 가치가 떨어지진 않습니다. 이커머스 시장이 하락하는 건 더더욱 아니고요. 이커머스가 중심이 된 세상이고, 앞으로 성장이 더 빨라진다고 해도 0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1등으로 시작하면서 다양한 기회를 보는 것이 훨씬 나은 판단이라는 겁니다.

MC.R : 네, 두 분 말씀 잘 들었습니다. 시간 관계 상 마지막 의견 정리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진유연: 네. 저는 5조로 할 수 있는 일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2020년 3월 9일 13시 기준 롯데 쇼핑 시가 총액 2조 5,658억입니다. 이마트는 3조 1,221억이고 현대백화점은 1조 6,194억, 신세계는 2조 4,810억, CJE&M은 2조 5,920억 그리고 GS홈쇼핑이 7,691억, 현대홈쇼핑이 8,640억입니다.

이커머스가 오버슈팅인가 유통사가 저평가 인가…

5조면, CJ E&M과 GS홈쇼핑, 현대홈쇼핑을 다 사고도 8,000억이 남습니다. 롯데쇼핑과 현대백화점을 사도 8,000억이 남죠. 롯데쇼핑과 현대백화점, GS홈쇼핑까지 다 살 수 있습니다.

백화점 3사 빼고는 다 살수 있…

CJE&M 영업 이익이 2,000억이 넘고, 작년은 추정 상 3,000억이 넘습니다. 당기 순이익이 2,000억 이상입니다. 현대홈쇼핑도 매년 1,000억 이상 영업 이익을 내고 있죠. GS홈쇼핑도 1,000억 이상의 이익을 냅니다. 5조면 매년 영업 이익 4,000억 이상의 회사를 사고도 8,000억이 남네요. 현대백화점 영업 이익 2,500억 원. 신세계는 4,000억이나 됩니다. 위 회사들의 시가 총액에 비해 이베이코리아의 영업 이익은 500억도 안되고 이제 점유율도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이 회사를 5조에 산다? 글쎄요. 저는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영업이익 천억 밑으로 없네…

커머스가이: 네, 5조 원으로 살 수 있는 좋은 회사들이 많이 있네요. 정보 고맙습니다. 다만 지금 논의를 벗어난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말씀하신 기업들이 유통 기업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비대면 구매와 온라인 쇼핑이 익숙해지는 지금,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려고 하거나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싶어 하는 구매자라면 1등 기업을 한 번에, 그것도 일부가 아닌 100% 지분을 다 가질 수 있는 기회인데 단연 매력적인 매물이라 생각합니다. 가장 낮은 거래액 대비 가치 평가를 받은 11번가의 0.24배수를 적용한다 해도 이베이코리아의 가치는 3.8조입니다. 일부 투자 기준이 0.24배였다고 하면 100% 지분에 대한 프리미엄을 20%만 적용해도 4.6조입니다. 그런데 1위 기업 자체가 가지는 프리미엄, 그리고 흑자 기업인 것을 감안하면 지금 0.31배수는 절대 이베이코리아 측의 희망 가격이 아니며 매수 희망자의 사전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낮은 가격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의견 마무리하겠습니다.

MC.R: 네, 오늘 좋은 말씀 해주신 두 분께 감사 드립니다.

대화 형식으로 짧게 짧게 써보려 했으나, 역시 TMT(Too much talker)라서 또 길어졌습니다. 여러 기사와 뇌피셜을 합쳐서 써봤습니다. 다들 어느 곳에서 본 이야기인 것 같은 생각이 드신다면 정확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 의견을 하나 풀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이베이코리아의 매각설은 이베이코리아나 이베이코리아 매수 희망자 이야기가 아니라 전혀 다른 의도로 만들어진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이베이를 사기 위한 의도라기 보다는 이베이코리아 가격을 어느 정도 만들어 내면서 다른 매물의 가격을 조정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항상 의견은 의견일 뿐이지만요.

오늘도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건강 유의하시고, 자주 손 씻는 것 잊지 마세요.

커머스가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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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의

쓰리알랩스 대표(현). 롯데마트 창조혁신팀(사내 컨설턴트), 11번가 전략기획실, GS홈쇼핑 e상품전략팀, 11번가 마케팅전략팀, 위메프 기획조정실장, 원더스 CMO 등 온오프라인 커머스를 다양하게 경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짜유통연구소(진유연)를 설립했습니다. "입금이 아이디어를 만든다" 필명은 커머스가이 입니다. 유통/물류 기업 컨설팅 및 외부 기고, 강연 다수 진행. 창업 경진대회 심사위원 및 멘토링 진행 경험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