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보다 화물차 졸음운전 예방부터

“사람 목숨보다 앞선 디지털 물류 혁신의 가치는 없다.”

화물차 교통사고로 한해 목숨을 잃는 사람은 500명이 훌쩍 넘는다.

최근 5년간 화물차 사고 발생 건수는 총 4,349건(15~19)이다. 같은 기간 교통사고 사망자 1,079명의 48.5%가 화물차 사고로 숨을 거뒀다. 2명 가운데 1명꼴이다. 화물차 사고는 치사율(사고 대비 사망자 수)도 높다. 같은 대형차인 버스는 치사율이 12%인데 반해 화물차는 21.1%로, 100건당 2.79명이다. 전체 차량 치사율인 1.46명의 2배 수준이다.

화물차 사고의 대표적 원인은 ‘졸음운전’이다. 

뒤를 이어 전방 주시 부주의와 과적, 과속 등 4가지가 전체 사고의 95%를 차지한다. 미국도 한해 4,000명 정도의 화물 기사가 과로로 인한 졸음운전으로 사망한다. 도로 위 흉기라 불릴 정도로 위험이 드러난 화물차 사고는 왜 좀처럼 개선되지 않을까.

화물차 교통사고 현황(15~19) 자료: 도로교통공단

궁금해졌다. 화물차 기사의 ‘졸음운전’을 예방하거나 미리 방지할 수는 없을까? 

전방 주시 부주의, 과적, 과속 등 화물차 사고의 4대 원인은 어디서부터 어떤 문제를 안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화물차 기사들이 안전운전에 대한 경각심 부족 등 ‘거친 운전 습관’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생계가 목적인 화물 기사 중 죽기 위해 졸음운전을 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사고 위험에 노출된 화물 기사의 근로 환경을 좀 더 자세히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국내 화물운송시장은 낮은 운임 비용 탓에 운전자 1명이 하루에도 서너 곳을 이동하는 무리한 스케줄을 강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운송시간을 줄이려다보니 교통체증이 덜한 심야나 새벽을 이용한 과속 운행도 잦다. 더 큰 문제는 화물 기사가 화물 적재와 상하차 등 안전운전을 위협하는 불필요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50대 화물 기사는 모 발전소에서 석탄회를 화물차에 싣는 작업을 하다 3.5m 높이의 화물차 적재함 문에서 발을 헛디뎌 추락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고유 업무가 아닌 상차(짐 싣기) 작업 중 추락사한 것이다. 화물 기사는 안전한 화물을 운송을 위해 운송과정에서 화물이 낙하하지 않도록 적절하게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화물자동차법상 화물 기사의 상차 업무는 법적 업무가 아니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요구한 택배 기사의 분류 작업 제외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 택배노조는 본연의 업무가 아닌 분류 작업으로 택배 기사의 노동 강도가 높아졌고, 이로 인해 과로 등 사망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는 태도다. 이에 정부는 택배 노조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설 택배대란은 일단락됐지만, 현장 이행 여부에 따라 갈등의 도화선은 여전히 남아있다.

화물차 사고의 주요 원인인 ‘졸음운전’은 화물 기사의 피로도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

이렇다 보니 국토교통부는 올해부터 화물차 운전자들이 2시간 이상 연속 운전 시 최소 15분을 쉬고, 총 중량 3.5t 초과 차량은 시속 90km를 넘지 않게 제한 장치를 의무적으로 달도록 한 방안을 내놨다. 이외에도 ▲화물운임안정제 ▲상시 점검과 단속 강화 ▲안전운전자 보험료 할인 ▲DTG(Digital Tacho Graph, 디지털 운행기록계) 운행기록 제출 의무화 등 화물차안전3법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실효성과 현장의 이행 여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쯤에서 ‘졸음운전’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보면 어떨까. 

최근 화물 운전자의 안전운행에 필요한 각종 IoT 장비 도입 및 기술 적용이 봇물이 터지고 있다. 그러나 기술은 이미 준비되었지만, 도입 여부는 그 비용을 누가 지불할 것인가에 대한 주체를 놓고 줄다리기 중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대부분의 화물 기사는 개인사업자로 특수고용직에 해당한다. 기업들은 직영 차량이 아닌 다른 화물차량에 안전운행에 필요한 최첨단 장비를 설치해줄 의무가 없다. 4대 보험 적용 논란처럼 비용을 서로 상대에게 떠넘기고 있다. 기업과 화물 운전자 간 협의와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가 필요한 대목이다.

또 하나는 안전사고 예방 최첨단 기술이 과속, 과적, 자동 제어, 주행 이탈 방지 등 운송수단에만 집중된 나머지 정작 중요한 운전자인 사람을 위한 기술과 관리 방안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대형 화물 운전자나 택배 기사의 과로를 방지하기 위해 건강 상태를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를 보급하는 방안이다. 운행 전 잠은 얼마나 잤는지, 심박 수와 혈압은 정상인지, 운행 시간은 얼마나 됐는지, 안전운행을 방해하는 약물을 복용한 것은 없는지 등 헬스케어 웨어러블 장비가 화물 기사의 졸음운전과 과로를 예방할 수 있다. 개인정보 등 여러 문제가 있으나 한해 교통사고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될 수 있다.

화물 운송, 택배 등 물류 시장은 자율주행 시대를 준비 중이다. 

자율주행 화물차는 인공지능 및 센서를 통해 최적화된 운행 경로와 운전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고예방은 물론, 에너지 효율성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특히 화물 기사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등 향후 화물 기사의 공급이 한계에 다다랐을 때 대안으로 꼽힌다. PwC에 따르면 자율주행 기술 혁신으로 향후 4,800억 달러의 비즈니스 가치 및 9,720억 달러의 사회적 가치 창출이 예상된다고 한다.

물류 시장의 디지털 혁신이 시작됐다. 그러나 일선 현장이 디지털 생태계로 완벽하게 전환하기 전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라고 하지만 그 숲은 수많은 나무로 구성돼 있다.

한해 화물차 교통사고 사망자 500명, 이륜차 등 음식배달로 인한 교통사망 사고자 265명. 디지털 혁신이란 무엇일까. 사람의 목숨보다 앞선 디지털 혁신의 가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