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쿠팡을 닮아가는 네이버 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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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도서관에서 ‘커넥터스’를 만나요!

안녕하세요, 한 주 사이 기쁜 소식이 들어와 들뜬 엄지용입니다. 지난주 금요일 한 대학교에서 강의를 뛰고 나왔는데, 글쎄 그 사이 지난 1월 발행한 저의 첫 단독 단행본 <커넥터스>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선정하는 세종도서 사회과학 부문에 선정됐다는 소식이 들어온 거 있죠!

세종도서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추천하는 ‘올해의 가장 좋은 교양도서’라고 보면 됩니다. 지난 2021년 7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초판 발행된 총 8698권의 도서를 접수받아, 183명의 외부기관 심사위원 추천을 거쳐 최종 550권의 책을 선정했습니다. 선정 도서는 전국 2500여개 공공도서관 등에 보급됩니다.

이번 세종도서 사회과학 부문 선정도서는 대부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메타버스, NFT, 인공지능, ESG, 데이터 마케팅 등 최근 주목을 받는 키워드에 집중된 도서들이 많았다는 세종도서 심사위원단의 총평입니다. 이 중 ‘물류’를 주제로 다룬 서적은 커넥터스가 유일합니다.

그리 익숙하지도, 대중적이지도 않은 ‘물류’를 주제로 선정의 영광을 차지한 데는 모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해준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부족한 책이 세상에 나오는 데 도움 준 출판사 마인드빌딩에도 큰 고마움을 전합니다.

저의 졸저가 산업의 변두리에서 관심사의 중심으로 물류가 나아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 물류라는 산업에, 물류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혹시 안 읽어보신 분들은 집 근처 도서관에서 빌려보셔요.

저는 앞으로도 분발할 것을 약속드리며, 오늘의 뉴스픽 시작합니다.

위클리 뉴스픽 :                

매출을 만들어내는 풀필먼트

3PL(3자물류)업체와 쿠팡의 풀필먼트(통합 이커머스 물류 서비스)는 영업 문법이 다릅니다. 3PL업체는 사고 없이 고객사에 들어온 모든 주문 물량을 제때 출고시킬 수 있는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더 저렴한 물류비용’을 강조합니다.

반면, 쿠팡의 풀필먼트 ‘제트배송(로켓그로스)’은 비용 절감보다 고객 화주사의 매출 증대를 강조합니다. 상품 재고를 확정 사입해주는 로켓배송과 맞먹는 30%대의 수수료를 쿠팡에 지불하면서까지 판매자들이 제트배송을 사용하는 이유는 물류에 대한 불편함 해결 이전에 ‘매출’ 상승에 대한 기대치 때문이라는 걸 여러 제트배송 입점 판매자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쿠팡 로켓배송 제트배송 입점의 득과 실꿈꾸는 이팀장]

쿠팡도 판매자들의 이런 경향을 잘 알고, 영업에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몇 달 전 저 또한 쿠팡 직원의 제트배송 입점 제안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제트배송에 입점하면 몇 달 동안 25~35% 상당인 수수료를 절반으로 할인해주는 것을 전해줌과 동시에, 일반 쿠팡 마켓플레이스 입점 판매 대비 클릭수가 648% 상승하고 매출은 평균 3배에서 많으면 12배까지 증가한다는 이야기를 강조하더군요.

‘매출’을 일으키는 풀필먼트는 일반적인 3PL업체는 만들기 어려운 문법입니다. 고객 전방에서 트래픽을 일으킬 수 있는 ‘플랫폼’이니까 할 수 있는 독립적인 영업 방식이죠. 900만명이 넘는다는 로켓와우 회원들은 월 구독료가 아까워서라도 빠른 배송 ‘로켓’ 필터를 걸고 상품을 검색할 테고, 일반 쿠팡 마켓플레이스 입점으론 아무리 노력해도 이 필터의 감지범위 안에 들어올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쿠팡 로켓와우 구독자라면 ‘로켓’ 필터의 존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사실 쿠팡 이전에 아마존이 ‘프라임’ 필터로 했던 것이고, 아마존 역시 노출 권력을 바탕으로 한 매출 증대를 무기로 3자 입점 판매자를 풀필먼트 서비스(Fulfillment By Amazon)로 끌어들였다. ⓒ쿠팡

등장한 네이버 물류와 성과 부진

네이버는 물류를 무기로 해마다 치고 올라오는(심지어 최근 성장 추이를 봤을 때 네이버 커머스 거래액을 넘어선 것이 확실해 보이는) ‘쿠팡’에 대항하고자 지난해 7월 물류 플랫폼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를 시작했습니다.

NFA는 네이버와 상호 지분을 교환한 CJ대한통운을 비롯하여 네이버가 투자한 위킵, 품고(두핸즈), 파스토, 아워박스, 아르고(테크타카), 셀피(브랜디 자회사 아비드), 딜리버드(신상마켓) 등 여러 물류 역량을 갖춘 파트너 업체들의 서비스를 비교 견적 받아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올해 1월부터는 단순히 견적 조회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네이버 판매자 관리툴에 NFA 물류업체의 ‘시스템’을 연동하여 물류관리를 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요컨대 NFA는 네이버가 운영하는 마켓플레이스(스마트스토어, 브랜드스토어) 판매자들에게 ‘빠른 물류’를 장착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됐습니다. 네이버는 NFA를 통해 네이버쇼핑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우리도 이렇게 빠른 배송되는 상품이 많아!’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죠.

하지만 초기 NFA의 성과에 대한 파트너 물류기업들의 평가는 그리 좋지만 않았습니다. NFA 파트너 물류기업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NFA 오픈 초기 판매자들의 견적 요청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은 맞는데요. 이중 대부분은 단순히 견적을 요청하는 데만 그쳤고, 실제 계약 체결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해피콜로 대표되는 견적 요청에 대한 문의 응대는 물류기업의 몫이 됐기에, 늘어난 NFA 관련 CS 공수에 부담을 호소하는 파터너사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NFA가 실제 계약까지 연결되지 않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네이버가 자랑하는 51만개(2022년 6월 기준)의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 대부분이 ‘영세’하다는 것이 한 몫 했습니다. 네이버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의 78.8%는 연매출 30억원 이하의 영세 중소사업자였다고 하니까요.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이 영세 중소사업자인 것이 빠른 물류 확산과 무슨 상관이냐고요? 먼저 재고 없이 공급업체의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출고하는 식으로 장사하는 구매대행, 위탁판매 리셀러의 경우 애초에 ‘풀필먼트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낍니다. 기본적으로 풀필먼트라는 것은 ‘보관할 재고’가 있어야 사용하는 것인데, 이들은 재고가 없으니까요.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위탁판매, 구매대행 판매자들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소상공인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이 분명하고요.(참고로 제가 운영했던 스마트스토어 ‘헬개미마켓’도 위탁판매 리셀러였습니다.)

두 번째로 ‘사입 재고’를 운영하는 사업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물량 규모가 작으면 ‘물류’ 연결까지 이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소형 판매자들은 NFA 파트너사들에게 돈이 안 되거든요. 이런 돈 안 되는 판매자들을 걸러 받기 위해 일부 NFA 파트너사들은 풀필먼트 사용을 위한 ‘최소 물량’ 기준을 요구하는데, 소형 판매자들은 이를 맞출 수 없고요. 만약 사용이 가능한 풀필먼트업체를 찾더라도 생각보다 엄청 비싼 견적에 깜짝 놀랄 수 있습니다.

예컨대 당시 하루 1~2개의 상품을 출고할까 말까했던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했던 저도 ‘견적’을 받아 봤는데요. 건당 1만원이 넘는 견적서를 받아 깜짝 놀란 경험이 있죠. 제가 상품 하나 팔아서 남기는 이익이 대략 500~2000원 정도 였는데, 이런 물류비는 풀필먼트를 쓰지 말라는 이야기와 다름없었습니다.

우리 네이버가 달라졌어요!

그러던 중 최근 우연찮은 기회로 또 다른 NFA 물류 파트너사 관계자의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7월 NFA 론칭 초기와는 달리 견적 요청 건수는 많이 줄었지만, 실단에서 계약되는 ‘유의미한’ 건수는 오히려 늘어났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 이유가 무얼까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최근 네이버의 ‘정책 변화’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네이버가 마치 쿠팡처럼 ‘매출’을 강조하는 풀필먼트 영업을 시작한 것입니다. 네이버의 창작자 대상 교육 플랫폼 ‘네이버비즈니스스쿨’에 지난 8월 올라온 <NFA,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하는 이유>를 보면 그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데요. 강연자로 나온 네이버 NFA 운영 담당 실무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네이버가 왜 물류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상품 하나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제품을 소싱하고, 판매 이후 주문확인, 포장, 배송, 반품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거기에 재고관리, 창고임대 등 비용도 많이 들어 많은 판매자들이 어려움을 토로했죠. 이 어려움을 덜어주는 것이 NFA고, NFA를 시작한 판매자는 상품 과정 중에서 소싱, 등록, 홍보와 마케팅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주문 수집부터 포장, 배송까지 모든 것은 네이버 물류연합군이 책임지고 해결해드립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NFA의 진짜 강점, NFA를 진짜 해야 하는 이유는 NFA는 매출을 이끌어내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NFA 이용 판매자가 되면 판매량 증가와 물류비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습니다”

– 최철영 네이버 NFA 운영 담당자

네이버가 풀필먼트 영업에 ‘매출 증대’를 대놓고 강조하기 시작합니다. ⓒ네이버비즈니스스쿨 캡처

매출 올라가는 물류의 이유

요컨대 앞서 아마존과 쿠팡이 풀필먼트를 영업할 때 그렇게 사용하는 키워드 ‘매출 증대’를 네이버도 사용하기 시작한 겁니다. 어떤 근거로 네이버는 물류 서비스인 NFA가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걸까요?

첫 번째로 네이버는 ‘일반론’을 이야기합니다. NFA는 쿠팡 로켓배송 수준의 ‘익일배송’을 만드는 서비스입니다. 물류센터에 재고 상품을 선입고하여 오후 6시~최대 자정(24시)까지 주문 마감 시간을 늦출 수 있죠. 말인즉 판매자들은 NFA 사용을 통해 종전에는 ‘주문 마감 시간’ 이슈로 사실상 주문이 들어온 다음날 출고할 수밖에 없었던 더 많은 고객의 주문을 빠른 배송으로 보낼 수 있게 됩니다.

네이버가 밝힌 스마트스토어 주문 데이터에 따르면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지 들어오는 주문이 하루 주문의 약 40%를 차지합니다. 가장 많은 주문이 들어오는 이 시간대에 ‘빠른 배송’으로 차별화를 통해서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게 네이버의 논리입니다.

사실 ‘주문 마감 시간’ 연장은 굳이 판매자가 NFA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규모를 기반으로 한 택배사와 협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이슈입니다. 요즘 택배사들이 앞 다퉈 ‘자정’ 마감 시간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론칭했는데, 그것을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고요.

그렇기에 저에게는 네이버가 강조하는 ‘두 번째’ 논리가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드디어 네이버가 쿠팡의 ‘로켓배송’ 뱃지와 같은 시스템을 네이버에 구현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는 지난 4월 ‘내일도착’ 필터를 네이버쇼핑 검색 결과에 추가하여 적용했습니다. 그 이전에는 ‘오늘출발’ 필터를 이미 적용하여 운영하고 있었죠.

여기서 ‘내일도착’ 필터는 사실상 쿠팡의 ‘로켓’ 필터와 같은 기능을 합니다. 내일도착은 당일 24시 주문 마감 여부와 익일 배송률 등 네이버가 요구하는 제반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붙일 수 있는 뱃지거든요. ‘오늘출발’은 내일도착의 하위호환이긴 하지만, 판매자들이 자유롭게 주문 마감시간과 휴무일을 고려하여 오늘출발 기준시간을 판매자 관리툴에서 설정 가능한 기능입니다. 아마 언젠가부터 네이버쇼핑 검색결과에 초록색 ‘내일도착’과 ‘오늘출발’ 딱지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 보였을 텐데, 그거와 연결되는 기능 맞습니다.

네이버쇼핑에서도 마치 쿠팡 ‘로켓’ 필터처럼 내일도착 필터를 걸어 상품을 검색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에게는 빠른 물류의 노출을 가시화하고, 뒷단에서는 네이버가 쿠팡스러운 매출 증대 물류 영업을 개시한 신호탄이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공지사항

결정적으로 ‘내일도착’과 ‘오늘출발’은 판매자들이 기를 쓰고 끌어올리려고 하는 플랫폼 ‘상위 노출’에 영향을 줍니다. 네이버가 직접 그 영향을 이야기하면서 판매자를 끌어오는 영업을 하고 있고요. 상품상세 페이지에서도 관련 뱃지는 고객에게 노출되는데, 이를 통해 고객의 구매유인을 확실히 늘릴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지금 NFA를 시작하면 판매자들의 일손을 추가하지 않더라도 하루 출고건을 대폭 늘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네이버쇼핑에서 상위 노출과 물류비 절감까지 가능합니다. 이건 정말 안 할 이유가 없지 않나요?”

– 최철영 네이버 NFA 운영 담당자

이제 판매자들의 생각은 달라집니다. NFA를 써야만 ‘뱃지’를 받을 수 있고, ‘노출 보정’을 받을 수 있고, 이를 통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면 이건 기꺼이 그들이 종전 사용하던 물류를 이전하는 (꽤 큰) 번거로움을 감수하고서라도 한 번쯤 도전해볼만한 어떤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기존 물류만 하는 물류기업은 만들지 못하는, 네이버니까 만들 수 있는 노출 권력의 가치가 NFA에 끼얹어졌습니다.

쉽지 않았을 네이버의 결정

네이버의 이런 결정은 여러모로 대단합니다. 사실 전 이런 결정을 쉽게 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이유는 네이버에 남아있던 ‘트라우마’ 때문입니다. 지난 2020년 네이버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67억원의 과징금 부과와 시정 명령을 받았습니다. 알고리즘을 통해 의도적으로 네이버가 자체 운영하는 플랫폼(스마트스토어)의 상품 노출을 네이버쇼핑 외부 입점업체 대비 밀어줬다는 혐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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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을 설명하자면 네이버쇼핑에는 네이버가 운영하는 스마트스토어와 브랜드스토어 상품뿐만 아니라, 수많은 외부 쇼핑몰들이 ‘광고상품’을 사용하여 입점해있습니다. 그 중에는 쿠팡, 지마켓, 11번가와 같은 그 자체로 거대한 플랫폼을 운영하는 네이버의 경쟁 사업자들도 존재하죠.

경쟁사들 입장에선 네이버가 광고 플랫폼만 빌려줬다면 훌륭한 파트너였겠지만, 자체 플랫폼인 ‘스마트스토어’가 함께 들어서는 순간부터는 어느새 ‘적대적 공생’ 관계에 놓였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을 것입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에 관련 의혹을 제기했던 것도 네이버와 경쟁하지만, 동시에 네이버쇼핑에 입점한 플랫폼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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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네이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의사결정에 불복했고, 소송전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의 빠른 물류 상품에 대한 노출 권력 강화는 불만을 품은 또 다른 누군가로부터 촉발된 논란을 야기할 수 있겠죠. 네이버도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결정을 강행한 데는 더 이상 쿠팡의 침투를 좌시할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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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의 핵심 키워드 브랜드

한 편에서 네이버는 빠른 물류의 효율적인 확대를 위해서 ‘브랜드스토어’를 강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스마트스토어’의 소상공인들은 여러 이유로 빠른 물류를 확장하는 데 제약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대부분 ‘리셀러’인 그들의 특성상, 상품과 가격 경쟁력도 브랜드에 비해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존이 과거 상품품목 확장을 위해 ‘리셀러’를 이용하다 최근 브랜드 유입을 강화하는 추세로 옮겨갔듯 네이버도 동일한 선택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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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브랜드스토어는 상품과 가격 측면의 우위 확보뿐만 아니라 ‘빠른 물류’ 확장 측면에서도 용이합니다. 이미 규모화된 브랜드 업체가 운영하기 때문에, 충분한 주문 물동량이 돌고 있고요. 충분한 주문 물동량은 NFA 파트너 물류업체 입장에서 ‘돈’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규모가 있는 브랜드스토어 업체가 유입되는 것을 NFA 파트너 업체들이 마다할 이유가 없고요.

브랜드스토어를 강화하는 네이버의 행보는 최근 ‘숫자’에서도 드러납니다. 지금까지 네이버 커머스 포트폴리오의 중심이자, 폭발적 성장세를 이끌었던 ‘스마트스토어’는 지난 2분기 기준 직전 분기 대비 거래액이 정체하는 결과를 보였고요.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증가세도 확실히 주춤해진 모습입니다.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증가추이. 2022년은 6월 기준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는 51만명인데, 2021년 기준 불과 2만명 늘어난 숫자다. ⓒ네이버

반면, 브랜드스토어의 2분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86%, 전분기 대비 8.9% 성장하며 높은 기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브랜드스토어에서 발생하는 거래액은 7300억원으로 네이버쇼핑이 만들어내는 36조원에 육박한다고 추산(와이즈앱 2021년 데이터 기준)되는 연간 거래액과 비교하면 그리 큰 숫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굉장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브랜드스토어 입점 업체(2분기 기준 965개로 전분기 대비 190개 증가)의 숫자를 본다면, 앞으로 이 비중은 점점 더 커질 것이 자명합니다. 네이버가 예전부터 강조했던, 성장한 스마트스토어 판매자가 브랜드스토어에 새로 입점하는 순환 구조를 만든다면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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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네이버는 쿠팡의 물류 침공에 성공적인 방어전을 펼칠 수 있을까요? 현재까지 실적만 본다면 분명 ‘쿠팡’이 네이버의 비교 우위에 있다고 보입니다. 하지만, 네이버가 쿠팡식 풀필먼트 방법론을 차용하는 것과 같은 ‘결연한 의지’를 보이기 시작한 지는 불과 몇 달이 안 됐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앞으로 네이버쇼핑에 녹아들 ‘내일도착’, ‘오늘출발’ 뱃지가 얼마나 많이 확산될지 그 변화를 함께 지켜볼만 합니다.

실제 네이버쇼핑 검색 상위에 노출되고 있는 ‘내일도착’, 오늘출발‘ 상품들. 매출 창출의 풀필먼트를 바탕으로 빠른 물류 카테고리를 강화하는 네이버의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네이버쇼핑 캡처

넘어가긴 아쉬운 이야기들 :                

근데 주가는 왜 이런가요?

여기서 이 글을 읽는 네이버 주주들이 있다면 관심사는 ‘네이버의 물류’가 아닐 것입니다. 최근 네이버의 주가가 그야말로 ‘폭락’했거든요. 10월 4일 기준 전일(9월 30일) 종가 대비 8.8% 하락한 17만6500원을 기록했고요. 10월 5일에도 전일 대비 7.1% 하락한 16만4000원으로 새로운 ‘저가’ 기록을 갱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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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미디어는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한 시점인 4일에 네이버가 발표한 초대형 인수합병 거래인 ‘포쉬마크(Poshmark)’와의 연관성을 주목하고 있는데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한 편에서, (개미) 주주들의 우려는 깊어지고 있습니다. 재밌는 건 한 편에서 ‘포쉬마크’의 주가는 폭등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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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금융 전문가도 아니고, 주가의 오르내림을 판단할 입장은 아니고요. 다만, 네이버의 이번 거래에 대해선 네이버의 커머스 전략 포트폴리오 확충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고 보입니다. 포쉬마크의 지난해 거래액은 18억달러로, 한국으로 보면 동기간 2조3000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한 ‘무신사’와 비교할 법합니다. 무신사가 최근 투자 유치와 함께 받은 기업가치가 4조원이었는데, 어찌 보면 네이버는 무신사와 비슷한 거래액을 만드는 미국 패션 버티컬 플랫폼을 ‘반값’ 정도 가격인 16억 달러에 샀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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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의 네이버와 카카오가 몸으로 맞고 있듯, 미국에서도 코로나19 이후 폭증했던 플랫폼 기업의 가치가 재조정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포쉬마크도 한 때 시가총액 70억달러를 기록했던 플랫폼인데, 네이버는 이를 적절한 가격에 저가 매수할 수 있는 기회로 봤고요. 덩달아 미국 패션 시장 규모는 한국보다 크기에, 앞으로 포쉬마크가 더 성장하고 점유율을 확장할 여지도 충분하죠.

여기 더해 네이버의 포쉬마크 인수에는 전 세계를 연결하는 거대한 ‘크로스보더 리커머스(중고거래)’ 플랫폼을 향한 계획이 숨어있습니다. 네이버는 포쉬마크 이전에도 전 세계의 ‘리커머스 플랫폼’을 열심히 수집하고 있었다는 것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한국의 크림, 일본의 빈티지시티, 유럽의 왈라팝과 베스티에르, 이번 미국의 포쉬마크까지. 각 국가에서 영향력을 만들고 있는 플랫폼의 C2C 판매자와 구매자의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거대한 비즈니스 모델을 네이버는 구상하고 있습니다. 실제 이미 해외진출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크림’의 행보에서 그 모습을 일견 확인할 수 있고요.

[함께 보면 좋아요! : 네이버의 포쉬마크 인수에 보이는 대륙간 리커머스’ 큰 그림커넥터스]

물론, 그럼에도 주가가 왜 저러냐고 묻는다면 지지부진한 ‘속도’를 원인 중 하나로 꼽겠습니다. 앞서 설명한 네이버의 NFA든, 일본 네이버-소프트뱅크 합작사 Z홀딩스가 추진하는 ‘마이스마트스토어’든 네이버가 바라는 만큼의 성과가 빠르게 나오는 모습은 아닙니다. 당장 몇 년 전 네이버가 발표한 한국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의 일본 진출 교두보도 아직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잖아요. 혹자는 ‘몇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라고 생각할 정도로 네이버의 사업 진행은 속도감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줘 왔습니다.

당연히 단기적으로는 포쉬마크의 ‘적자’가 반영돼 네이버 실적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요. 앞서 이야기한 ‘크로스보더 리커머스’ 큰 그림은 머나먼 이야기가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장차 네이버가 목표한 ‘크로스보더 네트워크’를 잘 연결할 수 있다면요. 지금 주가의 몇 배를 상응하는 거대한 반등을 만들 여지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포쉬마크는 그 자체로 현실적인 네이버의 ‘미주’ 진출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고요.

오늘 커넥트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어쩌다 보니 오늘은 이슈가 이슈였던 만큼 ‘네이버’ 이야기만 잔뜩 했는데요. 오늘 내용 독자 여러분께 의미 있게 다가갔길 바라면서, 다음 주에는 더 다양하고 재밌는 커머스, 물류업계 소식으로 찾아오겠습니다. 아, 그리고 오늘(6일)이 커넥터스 무료 구독 이벤트 마지막 날입니다. 혹시 아직 구독하지 않았다면, 놓치지 마세요! 항상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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