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화물차의 등장, “영업용 번호판를 둘러싼 대립이 시작됐다.”

지하철에서 흥미로운 광고물을 보았습니다. 전기차와 수소차를 구매하면 지자체가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한지는 몇 년 되었으나 전기 화물차에 보조금이 지급된 건 불과 일년정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한국 완성차 최대 업체인 현대차와 기아차에서 전기 카고트럭(적재함이 개방되어 있는)을 작년부터 생산하기 했으니까요. (물론 그 전에도 있었습니다.)

지하철에서 찍은 광고물

전기차 번호판은 파란색

전기 화물차 영업용 번호판은 여전히 노란색

2019년 3월에 약 15년 만에 화물차 영업용 번호판이 신규 발급되었습니다. ***하단 기사 링크 참조.

화물차는 자동차법과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등 다양한 법률하에 있는데 영업용 전기 화물차의 경우는 자동차 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를 따라 노란색 번호판을 달았습니다. 해당 고시에서 사업용은 전기차 전용 번호판인 파란색을 달 수 없다고 명시했기 때문입니다.

2019년 국내 최초로 전기 화물차 영업용 번호판 발급 사례 (출처 (주)파워프라자)

자동차 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 중

전기차 번호판 – 자동차 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 별표18에서 캡쳐

화물자동차 운수사업의 신규 허가는 대충 계산해 보면 2004년 화물운송사업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변경된 후 최초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신규 허가라는 것의 의미는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 영업용 번호판 매매를 하지 않고, 당당하게 화물자동차 운수사업 신규 신청을 통해 본인의 차량에 영업용 번호판을 부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금액으로 따지면 1톤 화물차 영업용 번호판이 2~3천만원에 달하니 어마어마 한 금액을 아낄 수 있는 것입니다.

필자는 전기 화물차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의 신규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된 해당 시점에 화물자동차 영업용 번호판 시장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봤습니다. 완성차들이 전기차를 만들기 시작했고, 내연기관 화물차를 전기 화물차로 개조하는 업체도 속속 등장했으니 결과적으로 화물차용 영업용 번호판 가격이 내려갔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전기 화물차를 영업용, 즉 사업용으로 등록하는 것은 1.5톤 미만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1.5톤을 초과하는 전기화물차는 아직 국내에 없기도 합니다. 그리고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전기차여도 번호판 색깔은 여전히 노란색입니다. 외형으로 차량이 내연기관인지, 전기차인지 구분은 가능하겠지만 번호판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시장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봤던 제가 틀렸고, 시장에 변화가 생겨나는 것을 알아채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화물차를 자가용으로 이용하는 경우에는 파란색 번호판을 달 수 있습니다. 제 고향인 평택의 어느 한 시골 ‘면’에서는 화물차 뒤에 좌석이 한 줄 더 있는 더블캡의 화물차를 자가용처럼 타고 다녔었습니다.(그래서 제 동창들은 남녀 불문 모두 1종 보통이 디폴트입니다) 이런 경우라면 파란색 번호판인 화물차를 타고 다닐 수 있을 겁니다.


참고기사 : [단독] 화물차 영업용 번호판 15년만 신규 발급…’1.5t 미만 친환경차’ 대상

그렇다면 수소 화물차 번호판의 색깔은?

네, 당연히 관련법에 따라 노란색일 것입니다.

대형 화물차에는 이만한 사이즈의 번호판이 부착됩니다

수소 화물차는 2021년부터 시범 보급을 시작해 2022년까지 테스트한다고 하는데 그 대수가 불과 5대에 지나지 않습니다. 구간 역시 정해져 있어서 군포-옥천과 수도권 일부만 운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수소의 충전 시설 때문에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화물 업계 선배들과 만나 식사할 일이 있으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자율주행 같은 것은 먼 미래의 일로 보여지고, 화물차가 무리를 지어 선두차량을 뒤 따라가는 플래투닝 역시 노선이 맞는 수대의 차량이 함께 연합해야만 가능하니 이 역시도 당장은 아닐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소차는 업계 경력자 분들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무시 무시한 존재가 될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전기 화물차는 화물을 운반해야 하는데 스스로 짊어지고 있는 배터리까지 운반해야 합니다. 긴 충전시간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에 비해 수소차는 충전 시간도 굉장히 짧고, 운행거리도 전기차보다 더 깁니다. 중형톤 이상 화물 차량에 수소만큼 적합한 것은 없어 보입니다.

사실 이 글은 수소 화물차나, 전기차 번호판 색깔을 이야기 하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의 신규 허가와 기존 허가를 지닌 사업자 간에 발생할 수 있는 ‘대립’ 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나아가 화물자동차의 자율주행이 시작되면 더 증폭될 가능성이 큽니다. 택시의 경우 이미 한차례 큰 홍역을 치른 것처럼 말입니다.

국토부와 관련 부서가 많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입니다.

화물운송시장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2019년도 화물자동차 운수사업 업종 개편이 이루어져 기존의 ‘개별/용달/일반 화물’이 아니라 이제는 ‘개인/일반(법인)’으로 통합된 것이 고민의 결과로 나온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이해관계에 따라 이 법률 개정에 손해를 보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개인적인 입장으로 일반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의 대수 제한이 20대 인 것은 규모있게 운영하는 사업체만 남겨 무분별한 사업체의 난립을 방지한다는 면에서 지지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전기 화물차와 수소 화물차가 대중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 2003년의 파업이 다시 오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운수사업 업종을 장기적인 관점으로 개편해 낸 것 처럼 전기 화물차와 수소 화물차의 영업 허가와 관련된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준비가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참고기사 : 유통물류 분야에도 수소전기트럭 도입
참고기사 : 30년만의 일대 변화 맞은 ‘화물차 시장’ 7월 1일부터 ‘업종개편’…‘증톤’ 핵심 대폐차 규정도 개정고시

덧붙여 화물차는 적재함에 실을 수 있는 무게와 차량의 종류에 따라 뭉치는 그룹이 달라집니다. 1.5톤미만의 차량들은 24시 콜화물 같은 곳을 이용하며 개별적으로 운행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1.5톤 초과부터 대략 11톤까지는 화물맨과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며 비교적 중장거리를 운행합니다. 그리고 화물차의 끝판왕 소위 츄레라, 견인형 화물차는 독립적인 그룹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형톤 이상부터 트레일러 차량의 기사님들은 보통 화물을 기다리며 만나서 이야기할 기회가 많은 반면에, 1.5톤 미만 화물 기사님들은 개별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택배, 새벽배송과 같은 특정 산업을 제외하고는 서로 만나서 이야기할 기회가 적습니다.

혹시 사실과 다른 부분 있으면 언제든지 알려주십시오. 거친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