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동배송센터가 넘어설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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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노동자들

요즘 ‘보복 회식’이라는 말이 유행하더군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기업들이 지난 2년 동안 못한 회식을 몰아서 하고 있다나요. 직장인 입장에서 이걸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거리는 늦은 시간까지 전에 없던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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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 주변 이동수단들은 늘어난 숫자의 사람들을 원활히 수용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이동량 감소의 영향으로 버스와 지하철의 운행 횟수는 줄었습니다. 같은 이유로 수익성의 문제를 겪은 법인택시와 대리운전기사의 숫자도 감소했죠.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종결은 전에 없던 많은 이동 수요가 몰려들게 만들었고, 공급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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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이 풀린 점포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매한가지입니다. 늘어난 손님을 응대할 만큼 충분한 숫자의 종업원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기간 영업시간이 강제로 축소되면서 종업원을 애써 감원했지만, 이제 그렇게 감원한 종업원을 어떻게든 다시 모셔 와야 하는 상황을 마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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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수많은 직업을 사라지게 했습니다. 운행횟수가 줄어든 버스기사들은, 일거리가 끊긴 대리기사들은, 거리에 나가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법인택시 기사들은, 점포에서 해고된 알바 노동자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삶을 이어갔습니다. 누구는 배달 노동자가 됐고, 누군가는 명품매장 오픈런에 나섰고, 또 다른 누구는 주식과 코인을 사고팔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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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노동자는 쉬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미 어딘가에 녹아들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잡히지 않는 택시를 바라보며 그들을 추억합니다. 왜인지 모르게 통상의 1.5배로 가격이 부풀어 버린 회사 옆 토요코인호텔은 연일 만석인데, 오늘도 어김없더군요. 

네, 여기까지 택시를 못 잡아 찜질방에서 자고 일어나 뉴스레터를 쓰고 있는 엄지용이었습니다. 오늘의 뉴스픽 시작합니다.

위클리 뉴스픽 :                

난배송 지역 수익화의 고민

서울시의 물류사업이 그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21일 공고를 통해 상반기 내 준비 중인 물류사업 ‘우리동네 공동배송센터’와 ‘우리시장 빠른배송’의 사업 안내서와 선정 운영기관을 공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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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우리동네 공동배송센터’와 관련하여 선정 운영기관인 민간업체와 서울시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공익을, 민간 기업은 수익성을 우선으로 사업을 검토하고 있기에 생긴 이슈인데요. 서울시는 수익성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긴 했으나, 민간업체 입장에서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또 쉽지만 않아 보이는 상황입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요.

공동배송센터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

먼저 ‘우리동네 공동배송센터’ 사업 내용부터 살펴봅니다. 우리동네 공동배송센터는 쉽게 말해 라스트마일 물류의 ‘중간 거점’을 구축, 운영하는 사업입니다. 종전 택배기사가 고객의 문전까지 배송하는 프로세스를 ‘중간 거점’까지 배송하는 방식으로 축약합니다. 공동배송센터부터 소비자까지 라스트마일 배송은 지역 주민을 배송인력으로 활용하여 마무리 하는 방법을 서울시는 구상했습니다. 어찌 보면 종전 민간에서 진행했던 ‘실버택배’ 사업과 유사한 부분이 여기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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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업에는 총 32억원(국비 15억원, 시비 17억원)의 예산 지원이 들어갑니다. 국민의 세금을 사업 지원에 활용하는 만큼, 서울시가 공동배송센터 사업을 추진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공익’적인 이슈가 있습니다. 여기 ‘난배송 지역’이라는 키워드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시는 대한민국 최대의 인구수와 밀도를 자랑합니다. 라스트마일 물류의 효율을 만드는 ‘규모’와 ‘밀도’가 모두 갖춰졌기에, 새벽배송과 당일배송, 즉시배송 등 갖가지 빠른 배송 서비스들이 가장 먼저 경합을 펼치는 도시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서울에도 우리 눈에 비치지 않는 그늘에는 배송 서비스가 닿지 않는, 닿더라도 배송까지 큰 어려움이 수반되는 지역이 있습니다. 이런 지역이라면 같은 물량을 처리하더라도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힘도 들기에 배송 노동자들이 기피하고, 심할 경우 사망까지 이르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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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서울 안에 여전히 존재하는 ‘난배송 지역’ 문제를 이번 공동배송센터 사업을 통해 해결하고 싶습니다. 이번 공고에 올라왔듯 자치구 단위에서 공영주차장, 푸드뱅크와 같은 공동배송센터를 설치할 수 있는 유휴공간을 발굴하고요. 그렇게 발굴한 유휴공간 중에서도 ‘배송난지역’과 ‘택배갈등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공동배송센터를 우선 선정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렇게 구축한 거점을 선정 운영기관인 민간 기업(한진, 로빈)이 운영하는 개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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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배송난지역, 택배갈등지역을 우선하여 공동배송센터를 지원, 선정, 실증할 계획이다. ⓒ서울시

이슈1. 난배송 지역의 수익성

사업에 선정된 민간기업 입장에서 공동배송센터 운영을 위한 추가적인 비용 투하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사업 공모에 따르면 청년 등 지역 일자리를 통해 지역 전담 배송기사를 모집, 운영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물류비용’이 투하될 것이고요.

덩달아 서울시는 운영기관이 ‘배송 수수료’ 등의 수익구조를 확보하여 자체 운영기반을 마련하고, 실증 기간 종료 후에도 별도 예산지원 없이 지속 운영 가능해야 한다는 조건을 명기해뒀습니다. 투하하는 비용과 별개로 운영기관은 자체적으로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는 숙제를 마주하게 됐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업체들의 고민이 수면 위에 떠오릅니다. 서울시는 ‘난배송 지역’을 대상으로 한 거점을 선정하고자 하나, 운영기업 입장에서 ‘난배송 지역’은 수익성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시간당 배송 처리량으로 대표되는 생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택배기사들도 기피하는 이 지역을 전담할 물류 인력을 모으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때문에 운영기관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돈이 안 되는 ‘난배송 지역’을 최대한 떠맡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공익’을 만들어야 하니 가능하면 ‘난배송 지역’에 대한 배송 지원을 우선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밖에다가는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눈치 싸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슈2. 물류 공동화라면 어떨까

서울시 또한 기업들의 수익성 문제는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지원금이 타들어간 이후에도 사업의 ‘수익성’을 만들지 못했다면, 지원금만 타들어간 채 운영기관이 사업을 포기하는 이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돈만 쓰고, 지속가능한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는 결과는 누구보다 서울시가 받아들이지 못할 것입니다.

때문인지 서울시는 ‘물류 효율화’를 위한 장치를 사업 조건에 명기해뒀습니다. 여기 기존 택배기업들이 운영했던 ‘실버택배’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공동배송센터’ 사업과의 차별화 지점이 나옵니다. 기본적으로 중간 거점을 두고 운영한다는 개념은 동일한데, 서울시의 사업에는 ‘물류 공동화’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총 3개 이상의 유통, 물류업체의 배송물량 통합 배송을 사업 조건으로 명기한 서울시 ⓒ서울시

서울시는 공고문을 통해 우리동네 공동배송센터 사업의 기본 조건으로 ‘최소 3개 이상의 택배사, 유통사 배송물량의 통합’을 요구했습니다. 공고문에 따르면 CJ대한통운, 한진, 롯데, 로젠, 우체국까지 5개 택배사 중에서 최소 2개사 이상의 물량을 통합, 운영해야 하고요. 쿠팡, 마켓컬리 등 5개 택배사 외 택배, 유통기업 중 1개사 이상의 물량을 통합해야 합니다.

서울시의 방침은 이론적으로 ‘물류 효율’에 도움이 되는 것이 맞습니다. 여러 업체의 물량을 모은다면 특정 지역의 배송 규모와 밀도를 키울 수 있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참가업체들은 종전 대비 물류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물량 규모’가 있다면 여러 개의 물동량을 배송인에게 묶어주는 방식으로 라스트마일 배송인에게 태울 건당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고요. ‘물량 밀도’가 갖춰진다면 한 명의 배송인은 짧은 이동거리만으로 여러 배송건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당 처리건수’가 올라갑니다.

이슈3. 연합군 형성은 가능할까

다만, 이론적으로 아름다운 이 그림을 서로 직접적으로 경쟁하던 ‘택배사’와 ‘유통사’가 연합해서 처리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한진이 CJ대한통운, 쿠팡과 연합전선을 구축해서 공동배송센터를 운영하려 한다 해보죠. 상대적으로 한진보다 많은 물동량을 갖고 있는 CJ대한통운, 쿠팡이 굳이 ‘연합군’에 참가할 유인이 있을까요?

서울시의 마이크로 공동배송센터 개념도. 실제 한진, CJ대한통운, 쿠팡이 연합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서울시

어찌어찌 연합군을 만들더라도 문제는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당장 사업에 따라오는 수익과 비용 배분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물량에 따른 사업 기여도는 어떻게 분석할 수 있을까요? 뻔히 노출될 수 있는 물류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는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요?

더 나아가 서로 다른 업체들의 물량을 통합 운영하기 위해서는 ‘물류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이성적이든 감성적이든 서로 경쟁하던 업체들이 특정 경쟁업체의 시스템에 존속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새로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그 비용은 누가 내야할까요? 이성적인 ‘물류 공동화’를 이룩하는데 따라오는 감성적인 숙제들이 한 가득입니다.

‘난배송 지역 해소’를 위한 서울시의 사업 취지는 긍정적입니다. 난배송 지역의 운영 효율성 증대에 ‘공동물류’가 도움이 되는 것 또한 맞습니다. 하지만 공동물류를 위한 ‘연합군’을 잘 모으고 운영하는 것은 결코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사업 이후 닥칠 ‘비용 문제’를 논하기 전에, 이런 상황을 정리해줄 수 있는 중립적이고 투명한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넘어가긴 아쉬운 이야기들 :                

물류에 ‘메타버스’라고요?

본격적으로 소식을 정리하기 전에 간만에 커넥터스가 준비한 이벤트가 하나 있어 소개드립니다. 이름하여 메타로지스틱스포럼. 메타버스와 디지털트윈, 블록체인과 NFT, 로보틱스와 풀필먼트 시스템 등 기술들의 현실 물류 활용법을 논하는 행사가 오는 5월 3일 열립니다. 특히 주목한 기술의 적용 영역은 스마트시티와 도심물류고요. 

메타버스나 NFT 하면 너무 거창해서 조금 거북하게 들리는 분들(사실 제가 그렇습니다.)도 있을 것 같은데, 행사명과 별개로 발표 자료를 살펴보니 끄덕이게 되는 내용들이 많더군요. 심지어 신박합니다. 무료로 열리는 행사인 만큼 관심 있는 분들이 있다면 많은 참가 부탁드립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메타로지스틱스포럼 스마트시티와 도심물류의 미래가 궁금하다면커넥터스] 

여기부턴 소식 중심으로 빠르게 훑어봅니다. 첫 번째로 배달대행을 넘어 종합물류기업이 되고자 하는 물류업체 바로고가 퀵커머스 사업 ‘텐고’의 철수를 결정했습니다.항간에는 바로고와 마찬가지로 퀵커머스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혹은 진출을 준비하던 배달대행 기반 물류업체들이 있었는데요. 바로고의 이번 결정이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그 향방을 주목할 만 합니다. 쉽지만 않은 빠른 물류판의 움직임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바로고퀵커머스 서비스 텐고‘ 종료아이뉴스24]

두 번째로 1세대 새벽배송 기업으로 이름 높았던 헬로네이처가 B2B 사업으로 완전 전환한다는 소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새벽배송’에 투하되는 물류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헬로네이처가 결국 BGF네트웍스 산하의 종속회사로 편입된 것인데요. 여러모로 빠른 물류 서비스를 운영하던 업체와 관련한 좋지 않은 이슈가 계속되는 것 같아 물류 콘텐츠 창작자로 안타까운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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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SSG닷컴과 지마켓글로벌의 통합 커머스 멤버십이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기존 이베이코리아가 신세계에 인수되기 전까지 운영했던 유료 멤버십 ‘스마일클럽’에 SSG닷컴의 혜택을 녹여 개편한 것인데요. 한때 유료 멤버십계의 독보적 1인자였던 스마일클럽이 이번 개편을 계기로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구도에 균열을 낼 수 있을까요? 이제는 쿠팡의 로켓와우(900만명 이상), 네이버의 플러스멤버십(700만명 이상)을 SSG닷컴의 스마일클럽(300만명 이상)이 따라가는 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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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커넥트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바로 다음 기업 미팅이 이어지다보니 오랜만에 뉴스레터를 정시 마감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도 이래야 됐는데 반성하며 저는 다음주 목요일 다시 한 번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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