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도전은 또 비즈니스로

‘송베리아’라고 들어봤는가? 송도와 시베리아를 합친 단어로, 이곳의 겨울 추위는 유난히 매섭다. 인천 연수구 해안선을 따라 앞바다를 매립한 송도 국제도시는 겨울 바닷바람을 정면으로 맞는다. 고층 건물 사이사이로 돌풍까지 불라치면 송도 추위는 그야말로 절정에 다다른다. 그렇게 또 옷깃을 치켜세우며 학교 밖을 나선 송베리아 점심 로드에서 만난 한 커피전문점. 그곳에서 우연히 맞닥트린 배달이 만드는 비즈니스 힌트, 그 두 번째 이야기다.

어라! 커피야, 캔맥주야?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평소처럼 ‘따아(따뜻한 아메리카)’ 테이크 아웃을 주문했다. 필자 같은 아메리카노 성애자에게 메뉴판 확인 따윈 시간 낭비다. 그리고 5분 뒤 마주한 커피.

“커피야, 캔맥주야?” 아무 생각 없이 직원에게 건네받은 커피 용기는 분명 편의점 캔맥주의 그것과 같았다. 차이가 있다면 캔을 쥐어 든 손바닥을 타고 밀려오는 따스함이었다. “용기가 뜨거우니 홀더를 채우세요.” 직원의 설명에 그제야 매장을 찬찬히 둘러봤다. 곳곳에 여러 개의 알루미늄 캔이 인테리어 소품처럼 진열돼 있었다. 캔 겉면을 둘러싼 ‘홀더’ 디자인은 제각각이었다. 모두 고양이를 소재로 한 캐릭터였는데, 저마다 개성이 넘쳤다.

(그림 1) 인천 송도 국제도시에 위치한 커피 전문점 ‘우주라이크’ 매장 모습. 캔맥주처럼 보이는 캔커피들이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포장돼 있다. 총 50여 개 정도의 홀더 디자인이 있다고 한다.

종이컵 밀어낸 알루미늄 캔?

인천 송도에 위치한 ‘우주라이크’ 커피전문점은 일회용 알루미늄 캔에 음료를 담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알루미늄 캔은 종이나 플라스틱처럼 일회용 컵에 제한을 받지 않아 매장에서 편하게 섭취할 수도 있다. 커피뿐 아니라 얼그레이, 스무디, 에이드 등 매장에 있는 모든 음료를 캔에 담아 마실 수 있다는 게 직원의 설명이다.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졌다. 포장은 배달 시장을 바꾸고 있지 않은가. 캔 음료는 테이크 아웃과 배달 애플리케이션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 최근 배달 트렌드에 적합한 아이템이다. 또, 캔은 냉·보온을 유지할 수 있는 높은 지속성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차별화된 캔커피 콘셉트 제품은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도 있다. 최근 식품업계 트렌드 키워드인 ‘펀슈머(fun+consumer)’의 호기심을 공략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배달 포장용기의 경제학

배달용 포장재로써 ‘알루미늄 캔’이 궁금해졌다. 이곳에서 사용되고 있는 캔은 500㎖ 용량의 일회성 제품이다. 캔은 일반적으로 운반, 보관 등이 쉽고 여러 개의 음료를 한꺼번에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모든 음료를 즉석에서 캔에 담아 밀봉하여 제공하기 때문에 내용물이 흘러내릴 일이 없어 위생적이다. 또 종이나 플라스틱 컵보다 평균 1시간가량 보냉, 보온성이 지속하는 점도 배달시장의 긍정적인 시선이다. 최대 3㎏까지 대용량 배달도 가능하다는 게 매장 측 설명이다.

알루미늄 캔은 플라스틱 병보다 재활용 측면에서 우수하다. 완성품 자체가 다시 원재료로 쓰일 수 있어 산업적인 면에서도 경제성이 뛰어나다. 알루미늄 캔은 68%가 재활용되지만, 플라스틱 물병은 3%에 그친다. 1950년부터 2015년까지 생산된 83억 톤의 플라스틱 가운데 재활용된 비율은 6%가 채 안 되는 것으로 미국 환경보호청(EPA) 조사에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물병은 1분에 약 100만 개가 팔리고 있다.

(그림 2) 캔으로 밀봉된 덕에 음료가 흘릴 걱정이 없다. 흔들어 다녀도 전혀 새지 않는다. 캔은 일반적으로 운반, 보관 등이 쉽고 여러 개의 음료를 한꺼번에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환경과 비용, 만만찮은 고민

그렇다고 알루미늄 캔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마냥 곱지는 않다. 우선 제품의 가격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500㎖ 알루미늄의 단가를 알아봤다. 온라인에서 500㎖ 알루미늄 캔 1박스(124 EA, 개)는 약 49,676원에 거래됐다. 개당 400원꼴이다.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컵과 비교해 25~30% 정도 더 비싸다. 전 세계 광물자원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인상 폭도 부담이다. 정부가 플라스틱 제품과 종이 빨대 사용을 제한하고 있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단속보다 당장의 비용 증가가 더 두렵다.

환경 부담도 만만치 않다. 알루미늄 캔도 엄연히 일회용 제품이다. 비록 알루미늄의 재활용률이 플라스틱보다 월등히 높지만,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많은 이산화탄소·온실가스 배출량은 플라스틱의 4~5배가 더 많다. 예컨대 500㎖짜리 알루미늄 캔은 제조 과정에서 약 1,300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이는 자동차를 7~8㎞ 운행할 때 나오는 배출가스와 엇비슷하다.

변화와 도전은 또 비즈니스로

신선식품 등 온라인 거래 증가에 따른 상품의 과대 포장과 친환경 이슈는 유통시장의 뜨거운 감자다. 국경을 초월한 환경 규제와 소비자들 사이에서 갈수록 자리 잡히는 ‘착한 소비’ 개념은, 기업들에 있어 새로운 변화와 도전의 국면이 되고 있다.

커피 등 음료 배달시장에서 알루미늄 캔은 운송과 포장, 보관 등 물류 측면에서 가볍고, 공간 효율이 높으며, 유리보다 운송하기 쉽다. 더운 여름 내용물을 차게 만들 때도 다른 포장 재질의 음료보다 에너지가 덜 들어간다. 제조부터 유통까지의 모든 단계를 광범위하게 고려하면 알루미늄이 플라스틱보다 탄소 배출량이 더 많다고 단정할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지구가 과도한 포장재로 신음하는 것은 제조사나 유통사, 그리고 정부의 책임을 넘어서는 문제다. 플라스틱 제품에 대해 사려 깊은 소비는 모두의 의무이다.

그런 측면에서, 다양한 포장 행위를 수반하는 온라인 기반의 배달 시장은 누군가에게 성장의 기회이자 또 발목이 잡히는 이유다.

(그림 3) 2021년부터 카페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뿐 아니라 종이컵도 사용이 금지된다. 또 택배의 경우 2022년까지 스티로폼 상자 대신 재사용 상자를 이용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자료: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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