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은 어떻게 비즈니스가 됐을까

배송은 어떻게 비즈니스가 됐을까 ①

<딜리버리 마켓>의 태동은 온디맨드 전략으로부터

6년 전 ‘로켓배송’을 선보인 쿠팡. 와이즈앱에 따르면 쿠팡의 2019년 온라인 서비스 추정 거래액은 17조 원을 넘어섰다. 이 시장의 공고했던 1위 이베이(지마켓+옥션=16조4569억 원)가 쿠팡에 왕좌를 넘긴 것이다. *지난해 온라인 서비스 거래액 20조 원을 기록한 네이버를 왜 뺐나 싶을 수 있겠다. 순수 이커머스 거래액 기준으로 네이버는 순위에서 제외했다.

5년 전 ‘새벽배송’으로 신선식품 이커머스 시장 개척에 나선 마켓컬리.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40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사업 첫해인 2015년 매출은 29억 원에 불과했다. 마켓컬리 발 새벽배송 흥행은 이름도 생소한 ‘국내 새벽배송 시장’이란 통계 항목을 만들며 지난해 전체 1조 원 규모로 달궜다.

이보다 앞서 10년 전 음식배달 앱을 선보인 ‘배달의민족’은 현재 20조 원 음식배달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배달음식 전단을 디지털화한 비즈니스 모델에 간편 결제와 음식배달에 수반되는 이륜차 시장을 하나의 생태계로 엮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에 4조8000억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에 팔렸다. 별개의 내용이지만 같은 해 HDC현대산업개발에 넘어간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가는 2조5000억 원이다.

그렇다면 로켓배송에서 새벽배송까지,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차세대 배송 키워드는 무엇일까.

배송을 소비하는 딜리버리 마켓

배송 영역 자체가 하나의 ‘시장(market)’이 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로켓배송=쿠팡’, ‘새벽배송=마켓컬리’와 같이, 브랜드가 되어버린 배송 서비스에 대한 선택과 경험 자체를 소비로 인식한다. 더 나아가 배송 모델이 이커머스의 매출을 좌우하면서부터 그것은 더는 단순 서비스가 아닌 비즈니스 영역으로 확장된다.

마켓컬리는 물류를 품에 안은 유통 비즈니스 모델이다. 애초부터 배송을 전면에 내세워 신선식품 유통채널을 만들었다 해도 무방하다. “먹는 걸 보지 않고 산다니.” 철옹성 같았던 오프라인 유통 카테고리 중 하나가 야채, 정육, 수산물 등 신선식품 영역이다. 식품은 인류에게 있어 지출이 가장 많은 항목이자 매우 반복적이고, 정기적인 구매가 이뤄진다. 그래서 대형마트나 재래시장 등 오프라인 장보기에 있어 신선식품은 가정주부에게 엄청난 노동과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제때 먹을 음식 재료를, 제때, 제 곳으로 갖다줄 수만 있다면.” 신선식품 출하부터 판매, 배송까지의 전 과정을 소비자 입장에서 장보기의 수고로움을 해방한 것이 새벽배송 사업모델의 핵심이다. 왜냐면 인간은 매일매일 먹고 살아야 하지 않나. 이왕이면 건강하게.

또 다른 관점에서 쿠팡은 당일배송을 내세워 기존 택배사가 제공하는 익일 배송보다 ‘하루 더 빠른’ 서비스로 차별화했다.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는 배송과 반품이라는 오프라인 서비스를 통해 마무리된다. 이때 소비자의 온라인 구매 경험의 만족도는 최종 서비스 지점인 문 앞 배송까지 과정의 시각화(예측)와 속도에 직결된다. “오늘 아침에 주문한 상품이 오후에 도착하다니.” 더 많은 고객에게, 더 많은 반복구매를 유도하고자 서비스 마지막 관문인 라스트 1마일에 도입한 로켓배송은 소비자에게 ‘마치 로켓처럼’ 이전에 느낄 수 없었던 속도감으로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김현우 한진 상무는 로켓배송과 새벽배송 등이 시장에서 안착한 요인에 대해 ‘딜리버리 마켓(delivery market) 시대의 도래’라고 정의하고 있다. – 중략 (딜리버리 마켓 시대의 도래, 출처: CLO)

배송 비즈니스로 전환되는 시장

특히 온라인화가 더딘 오프라인 시장은 신선식품 이외에 더 많은 카테고리가 숨어있다. 찾아내서 사업화하지 못했을 뿐,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과정 중에 배송 자체가 비즈니스가 될 확률이 높은 시장은 분명 존재한다. 이들 상품 카테고리의 공통점은 첫 번째, 제품의 가격이 비싸고 두 번째, 매장 등 오프라인 서비스 의존도가 높으며 세 번째, 프라이빗(private) 서비스가 필요한 고객 대상이라는 점이다.

위 항목을 충족하는 다음 시장으로 휴대폰 단말기 유통시장을 꼽을 수 있다. 연간 4조 원대, 그 이상으로 추정되는 휴대폰 단말기 유통시장의 온라인 거래 비중은 전체 3%에 못 미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연간 2천210만대 이상을 거래하고 있으며, 이중 오프라인 판매량은 82.8%(1천830만대), 온라인 판매는 17.2%(380만대)로 조사됐다. 이중 순수 이커머스를 통한 판매량은 전체 1.3% 가량인 30만대에 불과하다. 휴대폰 단말기의 온라인 거래 비중을 3%로 추정하는 근거 자료이다. 여기에 CJ헬로모바일 등 MVNO(알뜰폰) 시장은 연간 360만대 이상 휴대폰을 취급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자. 국내 가전제품 온라인 판매 비중이 35.8%인 점을 고려하면, 휴대폰 온라인 유통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매우 크다. 덧붙여 중고폰 시장 규모는 연간 1조7000억 원으로 약 1,000만대 이상이 거래되고 있다는 점도 잊지 말자.

그림1. 휴대폰 단말기 온라인 유통시장 현황 (출처: 통계청)

오프라인의 장점을 ‘온라인+경험배송’에 담을 수 있다면

휴대폰 구매 시 소비자의 불편했던 경험은 무엇일까. 통신사 입장에서 대리점 등 오프라인 판매 전략은 어떤 한계와 문제점이 있을까. 전통적으로 오프라인 서비스 의존도가 높은 휴대폰 유통시장은 과연 온라인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우선 소비자 입장에서 휴대폰을 구매하려면 할 일이 많다. 제품을 고르고 최저가 매장을 찾아야 하며 현재 사용 중인 휴대폰 내의 데이터를 이전하고, 액정필름 부착 등 액세서리 설치를 끝냄과 동시에 중고폰 처리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통신사 입장에서도 대리점(직영/비직영 포함) 운영은 높은 비용구조가 부담이다. 판매 수수료부터 매장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임대료 등 고정비와 마케팅 비용까지 포함하면 매년 7조 원대를 웃도는 규모로 추정된다.

그림2. 국내 이동통신 3사의 마케팅 비용 및 판매장려금 현황 (출처: 이통3사 공시자료 취합)

소비자의 경험을 배송하다

이동통신 시장이 온라인화가 더딘 이유는 온라인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받던 개통, 데이터 이전, 중고폰 검수와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온라인으로 주문한 고객에게 대리점에서 받던 모든 서비스를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면?

이것이 배송으로 연출된 실제 모델을 보자. 휴대폰 단말기 유통시장의 온라인화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이륜차 물류 스타트업 ‘원더스’의 ‘deex(delivery experience)’라 불리는 경험배송이 그 사례다. 원더스는 휴대폰 단말기 온라인 판매와 중고폰 유통시장을 물류망에 얹혔다. 휴대폰 개통, 데이터 이전, 액세서리 설치 등 매장 서비스를 고스란히 배송에 담았다. 소비자의 경험을 배송한다는 것이 원더스의 ‘경험배송’ 플랜인 것이다.

온라인화가 더딘 시장은 소비자의 오프라인 경험이 절대적인 시장일 확률이 높다. 그 경험이 기능적이든 감성적이든 말이다. 이동통신 시장, 고가의 명품 패션 시장 등이 매장 판매 의존도가 높은 영역이다. 이 시장을 온라인화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오프라인에서 받는 서비스 경험을 온라인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다.

지금까지 온라인시장의 배송은 ‘얼마나 싸게’, ‘얼마나 빨리’ 상품을 전달하는가가 경쟁 요소였다면, 앞으로의 배송은 ‘어떤 경험(콘텐츠)’을 성공적으로 배달할 것인가가 될 것이다. 딜리버리 마켓의 새로운 먹거리는 우리의 생활과 멀리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