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이 넘치는 사회가 건강하지 못한 이유: 물류의 역설


– 택배 박스 품귀와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 급증에 환경 문제 몸살
– ‘인력 부족’, ‘안전사고’, ‘플랫폼 노동’ 배달 경쟁 구조 악순환
– 화물차와 상품의 이동 최적화 등 도심 물류유통 체계 고민할 때

“택배가 늘면서 골판지 박스 가격 인상에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음식 배달이 늘면서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에 몸살을 앓고 있다.” 
“과로로 추정되는 택배 기사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배달원 부족으로 배달 서비스에 차질이 생기자 운임인상 등 자영업자의 시름이 더 깊어졌다.”

택배, 음식 배달 등 물류 행위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음식 배달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1%, 택배는 19.8%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송(배달) 서비스는 소비자의 생활 환경 변화에 따른 편의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해마다 두 자릿수대 성장을 기록 중이다. 갈수록 커지는 온라인 소비와 비대면 서비스 수요는 앞으로도 더 많은 물류 서비스 공급을 견인할 전망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배송이 안 되는 상품이 없을 정도로 배달 서비스가 범람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음식 배달과 마트(편의점) 배송 등 근거리는 물론 제주도 딱새우와 강원도 횡성 한우 등 원거리까지 당일 내 배송이 모두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은 역설적이게도 많은 불편함을 동반하고 있다. 음식 배달로 발생한 폐플라스틱은 14.6%, 폐비닐은 11%로 플라스틱 폐기물이 늘었다. 쓰레기 대란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넘쳐나는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들. 전년대비 사용량이 20% 정도 늘었다. 

택배 배송도 마찬가지다. 배송 주문이 늘자 상품을 포장하는 데 쓰이는 택배 박스 품귀 현상이 발생했다. 골판지로 만드는 택배 상자는 ‘원지→원단→박스’ 등 세 단계의 생산 과정을 거치는데 원지인 폐지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골판지 폐지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데, 지난해 7월부터 국산 폐지 사용을 장려한다는 취지로 시행한 ‘폐지 수입 신고제’에 따라 폐지 수입량이 17% 급감했다. (2020년 9월 4만8,018만t → 10월 3만9,846t)

코로나-19로 택배 물동량이 늘면서 택배 박스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택배 박스의 원자재인 골판지는 수입 의존율이 높은 제품이다. 출처: 우정사업본부

궁금해졌다. 배달이 넘치는 사회는 과연 건강한 것일까?

편리함의 역설처럼 배송 등 물류 서비스가 넘치는 도시에 ‘물류의 역설’도 많은 문제를 품고 있다. 물류 서비스의 다양화로 인류의 삶이 더 나아졌다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각종 환경 문제와 사회적 비용 낭비, 그리고 생태계에 구성된 질 낮은 고용 문제로 신음하고 있다.

그 불편한 단면을 하나씩 꺼내 보자.

지난해 과로사로 추정되는 죽음을 맞은 택배기사는 모두 16명이다. 대부분 건강에 큰 이상이 없는 30~40대였다. 배송하다가 쓰러지거나 야근 뒤 새벽 6시에 씻으러 가다가 쓰러진 경우도 있었다. 가족여행을 가기로 한 날 아침에 일어나지 못한 이도 있었다.

지난해 과로로 추정되는 택배기사의 사망은 무려 16명이다. 배송 등 택배 현장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출처: KBS뉴스 캡쳐

어두움은 택배 현장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출퇴근길 골목에서 하루에도 수십번 스쳐 지나갔을 이륜차 배달 기사에도 드리워져 있다. 코로나-19 대응 단계 격상으로 음식 배달이 늘자 도로 위 배달 사고도 늘었다. 폭설과 한파가 잦은 올해 겨울은 더 큰 시련이다. 이륜차는 택배보다 날씨에 더 영향을 받는다. 더욱이 특수고용직으로 분리되는 플랫폼 노동자의 고용 불안은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에는 배달원 부족으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시름도 더 커졌다. 주문은 폭주하는데, 배송할 인력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다 판매를 중단한 사례도 있었다. 배달료를 높이면 그만큼 이윤을 포기해야 하는 구조다. 그래서 직접 배달에 나섰다 음주 차량에 치여 사망한 50대 한 가장의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

50대 한 가정이 음식 배달을 하다 음주차량에 치여 사망했다. 포장음식 배달 증가로 배달원 수급이 힘들고, 이때문에 배송비 인상 등으로 자영업자의 고충이 심하다. 출처: KBS 방송 캡쳐

배달은 분명 편리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배달이 남용되는 사회는 더는 건강하지 못하다.

도로 위 화물차와 이륜차의 운행이 늘면 늘수록 이산화탄소 배출이 급증한다. 여기에 공차로 배송을 수행하지 않는 차량의 움직임이 더 늘고 있다. 이는 배달 서비스의 특성상 양방향 화물 운행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배송이 늘면 쓸모없는 공차 운행이 더 늘어나는 구조이다.

차량의 배출가스 이외에도 재사용이 불가한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택배 박스 공급 대란, 질 낮은 일자리 창출, 이에 따른 사회가 감당해야 할 비용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넘어온다. 편의에 익숙한 사회 구조가 몰고 온 재앙으로 악순환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그래서 고민이 시작됐다.

가까운 미래에 택배 차량과 이륜차를 더 늘리지 않아도, 박스 포장재를 더는 낭비하지 않고, 일회성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배달의 편리성을 제공하는 사회에 대한 상상력이 필요한 때이다.

최근 더 빠른 배송, 차별화된 물류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도심 내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와 딜리버리 네트워크 구축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그러나 혼잡한 도심 내 물류 구조에 각각의 기업마다 발 벗고 나선 ‘시그니처(signature)’ 물류 모델 경쟁과 개발은 더 많은 자원과 공간의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

월마트의 드라이브 스루 마트, 온라인으로 사전 주문한 제품이나 현장에서 구매한 제품을 픽업해 갈 수 있다. 이로 인해 배송 행위를 줄이고 이에 따른 불필요한 포장재 낭비를 막을 수도 있다. 출처: 월마트 & 드라이브 마켓  Dedign by Dahir Inssat  

에스토니아 물류 IoT 스타트업 클레브론, 아파트단지나 도심내 유휴 공간을 활용해 신선식품 픽업 센터를 운영 중이다. 냉장냉동 시설로 불필요한 포장재 사용을 줄이고, 소비자는 원하는 시간에 물품을 수령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도심내 화물차량의 움직임을 최소화해 공차율과 탄소가스 배출을 줄이고 있다.

도심 물류 체계 구축은 정부와 기업 간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것이 도로 위 화물차를 줄이든 물류의 탈중앙화일지, 아니면 공동배송과 공유거점, 일반인 배송 활성화인지는 모르겠으나 ‘더하기가 아닌 빼기’의 관점에서 물류 단계를 축소하고, 최적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당근마켓처럼 택배가 아닌 지역 P2P(개인 대 개인) 거래와 배송으로 불필요한 물류 행위를 줄인 발상의 전환은 그 단서의 시작일지 모르겠다. 이는 최근 기업의 ESG 경영인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라는 비재무적 정보를 고려해 경영 평가를 하는 흐름과 그 뜻이 상통하기도 한다.

무엇을 더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우리 사회가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할 때다. 배송이 넘치는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처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