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괴짜’ 찾아 나선 자본 시장

필자는 이커머스(E-commerce), 물류(Logistics), 교통(Transportation) 분야의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다. 기본적으로 의식주(衣食住) 등 생활 속에서 편리함을 제공하는 서비스들이다. 최근에는 모빌리티(Mobility) 관점에서 사람과 화물의 이동 가치를 발견하고 의미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스타트업에 흥미를 느낀다.

골목 상권을 바꾸는 혁신가들

예를 들면 <모바일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 <24시간 배달 온라인 편의점 나우픽>, <애견묘 사료 배달앱 펫프렌즈>, <공유형 교통물류 모빌리티 피유엠피(씽씽)>, <모빌리티 플랫폼 코드42> 등 물류, 유통, 교통 분야에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이끄는 스타트업들이 그 대상이다. 이들은 쿠팡, 우아한형제들, 마켓컬리처럼 유니콘 대열에 아직 합류하진 못했지만 성장 잠재성 만큼은 매력적인 스타트업 잠룡(潛龍)들이다.

이들 스타트업은 어릴 적 뛰놀던 골목길 어딘가에 위치한 쌀집과 채소(과일) 가게, 문방구, 철물점, 세탁소, 자전거 수리(대여)점 등이 모바일로 옮겨진 것들이다. 2010년대 온라인 주문과 결제, 그리고 신속한 배달이 일상화된 소비환경이 지워낸 1980~1990년대 오프라인 생활 풍속도인 셈이다.

동네 상권의 지형을 바꾸고 있는 국내 대표 스타트업인 쿠팡의 기업가치는 현재 9조 원 정도다. 우아한형제(배달의민족)가 2.6조 원, 위메프 1조 원, 마켓컬리 3000억 원 정도 수준이다. 이들과 비교해 국내 순수 물류, 모빌리티 스타트업 중에는 기업가치를 평가할 만 한 업체는 드물다.

다만 메쉬코리아(이륜차배송)가 현대차와 네이버로 등으로부터 900억 원, 큐익스프레스(풀필먼트) 600억 원, 코드42(모빌리티 플랫폼) 500억 원 정도의 투자를 유치한 수준이다. 이외의 물류 스타트업들은 10억 원대에서 100억 원 안팎의 투자 규모가 대부분이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물류, 모빌리티 스타트업은 이제 막 투자시장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분위기다.

손정의 회장의 투자 유형을 살펴보니

최근 물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동향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단연 손정의 회장의 투자 포트폴리오다. 손 회장은 해상의 우버로 불리는 플렉스포트(Flexport)에 10억 달러(기업가치 33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 소식은 올 초 화물운송 등 물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시장의 관심을 끌어올리는 신선한 충격이 됐다. 왜일까. 비전펀드의 투자는 손 회장이 강조하는 AI를 비롯해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이 타깃이지만 물류, 유통, 교통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모빌리티 분야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Figure 1. 비전펀드의 유통, 물류, 모빌리티 분야에 대한 투자 포트폴리오. 출처: BeyondX

 

물류에 집중하는 해외 투자시장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이미 물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의 물류 스타트업 성장세가 가파른 상황이다. 2018년 기준으로 글로벌 물류 산업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133억 달러를 넘어섰다. 아시아의 JD Logistics, 만방(Manbang Group), 고젝(Gojek) 등 유통 및 라스트 마일 배송 분야 물류 스타트업들의 성장세가 대표적이다.

Figure 2. 물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규모. 출처: Crunchbase

유럽 스타트업 조사에 따르면, 스타트업들은 기존 물류기업과 차별화된 디지털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물류사업 분야에 따라 스타트업 수준을 넘어 스케일업(Scale up), 즉 중견기업 규모로까지 성장하는 곳도 있다는 것이다. 물류 서비스 형태로는 해상운송 포워딩, 공급망 모니터링(Supply Chain Visibility), 화물운송 중개, 라스트 마일 배송 분야에서 200만 유로(225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들이 대거 등장했다. 이중 53개 이상의 물류 스타트업들이 1억 6000만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Figure 3. 유럽 물류 스타트업의 성장세 2018. 출처: Crunchbase

아마존, 우버 등 유통 및 교통 분야에서 ‘유니콘(10억 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가진 기업)’을 넘어 ‘데카콘(10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가진 기업)’으로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다수 등장한 것과 달리 물류에서는 플렉스포트를 제외하고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진 유니콘 기업은 매우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다. 이는 물류 분야가 투자시장에서 저평가됐다고 볼 수도 있고, 달리 해석하면 매력적인 투자시장으로 그 잠재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할 수도 있다.

물류로 브랜드를 소비하는 시대

2017년 필자는 <유니콘 꿈꾸는 물류 괴짜들>이란 책을 기획해 발행한 적이 있다. 이 책은 쿠팡, 우버 등 국내외 47개(국내 24개, 해외 23개) 물류 스타트업의 성장과 실패 사례를 소개했다. 이 책의 기획자로서 고민의 시작은 과거 B2B를 기반으로 했던 전통적인 물류의 영역(퍼스트 마일)이 B2C(라스트 마일)까지 확장되면서 ‘우리가 사는 동네 골목 상권과 같은 생태계 지형을 어떻게 바꾸는가’ 하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됐다.

소비자가 매장을 방문해 브랜드를 만나는 것이 아닌 소비자가 물류를 통해 브랜드를 만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온라인 중심의 전자상거래 시대에 오프라인 서비스의 완성체인 물류가 갈수록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이른바 ‘생활물류 시대’가 온 것이다.

온라인 전자상거래를 위한 물류 서비스는 기존의 물류와 달리 넓은 지역에 분산되어 있는 일반 소비자에게 소량 다빈도 배송을 지원하는 것이 필수가 됐다. 하나의 주문이 소규모 다품목으로 구성되면서 물류 프로세스 역시 큰 폭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일반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공급하는 물류 서비스를 풀필먼트 서비스로 특화하고 있다. 최근 물류산업의 성장은 도심을 중심으로 풀필먼트 서비스 제공을 위한 하드웨어 인프라 및 디지털 기술과 관련된 투자가 이끌고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2019년 물류산업의 변화는 결국 속도 중심의 치열한 제조-유통 경쟁을 지원하기 위한 물류 서비스의 디지털화와 하드웨어 인프라 투자로 요약된다. 치열한 제조-유통 경쟁은 기존의 대량 생산 및 대량 운송 체계로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었고, 소량의 주문이라 하더라도 보다 빠르고 신속하게 공급하는 체계 구축을 필수로 한다. 디지털 기술은 변화하는 공급망의 경쟁 전략을 지원하기 위한 핵심이 되고 있다. 물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의 수립이 시급하다. 투자시장은 이 역할을 물류 스타트업들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

에필로그: 물류판 슈퍼스타를 찾아서

페덱스(FedEx) 등 전통적인 물류기업을 해체(Unbundling)하는 SW 기반의 디지털 물류 스타트업들이 나오고 있다. 우버는 잘 알지만, 플렉스포트는 잘 모르는 게 투자 등 국내 시장의 현주소다.

LP나 CD, 카세트테이프의 A-side는 발매된 앨범에서 싱글곡이나 히트곡이 가장 많이 수록돼 있다. 가수나 프로듀서가 앨범 중 의도적으로 밀거나 대중들에게 가장 어필하고 싶은 곡이 주로 A면에 담기기 마련이다. 이에 비해 B-side는 조금 떨어지는 곡들이 실려있다. 그런데 B면에 수록된 곡들 중에 A면 곡보다 더 대박 난 노래도 있다. 싱글곡 못지 않게 사랑받은 곡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B-Side 출신의 빅히트 곡의 특징은 앨범 제작자 보다는 대중들에게 가치를 인정받고 재발견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류를 소비 등 생활 관점의 데이터로 해석하려는 괴짜들이 있다필자는 이들의 도전이 마치 앨범 B-side에 숨겨진 보석을 찾아내는 것처럼 진짜 가치를 발견하는 대중들의 선택과도 같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