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어서 배송 하면 탄소 배출 35% 절감

 <이야기 순서>

● 온라인의 저주, 덤프트럭 1,000만 대

● 택배 쓰레기를 없애는 택배상자

● 일주일에 딱 한 번, 모아서 보낼 수 있다면

● 불편함을 가치소비로 이끄는 방법

● 배송으로 흥한자, 배송으로 망할 수도

출장 중에 숙소에서 피자를 배달 시켜 먹었다. 주말에 식당에서 혼자 밥 먹기가 애매했다. 배달앱을 켰다. 20분 만에 배송이 됐다. 커다란 봉투에 피자와 각종 소스류, 콜라가 가지런히 담겨 있었다. 배고픔에 허겁지겁 먹었다. 마스크를 끼고 외출하기 귀찮았는데 잘한 일이다 싶었다. 그런데 행복함은 곧 난감함으로 변했다. 레귤러 사이즈 피자 한 판의 포장에서 나온 엄청난 쓰레기의 양 때문이었다.

1만 4,000원짜리 배달용 피자 한 판에서 나온 쓰레기양이다. 종이박스와 비닐봉지, 그리고 보온팩, 각종 소스 용기, 콜라병까지 총 13가지 일회용 포장재가 사용됐다. 순간의 즐거움이 난감함이 됐다.

●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요즈음 쓰레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소비가 늘자 배달, 배송, 택배 등 물류 서비스가 늘고 있다. 마트에 가기가 어려우니 모바일로 물건을 산다. 과도한 포장재 때문에 쓰레기가 늘어나는 것은 도시나 시골이나 마찬가지다.

필자가 사는 곳은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농가형 주택에 살고 있다. 이 동네는 일주일에 한 번씩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해 가는데 얼마 전부터는 제때 수거가 되지 않아 주민들의 불만이 생겼다. 관할 구청에 문의해보니 갑자기 늘어난 쓰레기양으로 해당 업체가 인력, 차량 부족 등에 시달리면서 문제가 생겼다며 이른 시일 안에 정상화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전해왔다. 박스, 페트병 등 분리수거 업체에 과부하가 생긴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온라인 식품시장 거래액은 43조4,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62.4% 늘었다. 2019년 26조7,000억 원이었는데, 1년 만에 40조 원을 돌파한 것이다. 비대면 소비 경향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4년새 온라인 식품시장 거래액 추이,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2020년 거래액이 2019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출처: 연합뉴스

● 온라인의 저주, 덤프트럭 1,000만 대

온라인 소비의 저주는 우리가 공동으로 처리해야 할 폐기물 쓰레기양에 그대로 반영된다.

하루에 버려지는 폐기물 발생만 43만 899t에 이른다. 2018년 기준인데, 연간 기준으로 약 1억5,700만t. 20피트짜리 컨테이너 약 480만 개 도는 15t 덤프트럭 약 1,000만 대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이다.

2020년 생활 쓰레기 발생량은 11.2%로 늘어서, 일평균 5,439t 수준이다. 택배 증가율은 20.2%가량 증가했고, 플라스틱 폐기물 증가율은 13.7%다. 지난해 국내가 생산한 일회용 마스크는 16억 7,463만 장. 여의도 17배를 덮어버릴 정도의 양이라고 한다. 음식을 포장한 플라스틱은 500년, 일회용 마스크는 4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분들은 출퇴근할 때 이런 쓰레기 더미를 매일 볼 것 같다. 필자의 지인도 아파트에 사는데 이 광경을 목격한 이후, ‘죄책감’에 음식배달이나 신선배송 등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필자가 살고 있는 경기도 용인 농가형 주택이 모여 있는 동네의 풍경도 이와 다를바 없다. 

● 택배 쓰레기를 없애는 택배상자

얼마 전 ‘택배 쓰레기를 해결해주는 택배상자’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월마트에 인수된 쇼핑몰 ‘제트닷컴(jet.com)’의 공동 창업자인 네이트 파우스트(Nate Faust)가 새롭게 회사를 설립한 사연이 담긴 내용이었다.

“가득 쌓인 택배 상자를 정리하는 데만 30분이 걸렸다. 상자들을 질질 끌고 집 밖으로 나가자 이웃집마다 앞에 택배 상자가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이건 미친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네이트 파우스트

그는 택배 상자를 없앨 방법을 고심한 끝에 회사를 만들었다. 바로 ‘올리브(Olive)’다. 

그가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자신이 온라인 쇼핑몰 창업자로서 저지른 재앙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에서 비롯된다. 자신의 집 앞에 택배 상자가 넘쳐나는 것을 보고 온라인의 저주를 느꼈을까? 마치 우리가 출퇴근할 때 지나치는 아파트단지 재활용 공간에 택배 상자가 넘쳐나는 장면을 보고 왠지 모를 불편했던 심기와 비슷했을 법하다. 

네이트 파우스트 올리브 CEO. 그는 월마트에 인수된 온라인 쇼핑몰 제트닷컴의 공동창업자로서 집앞에 쌓인 택배 상자 쓰레기 더미를 보고 이를 해결하고자 올리브를 창업하게 됐다고 한다. 온라인 활성화로 인한 택배 물동량 증가로 쓰레기가 늘어나는 것은 인류의 재앙이라며, 인터넷 쇼핑몰 사업자 출신으로 이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 일주일에 딱 한 번, 모아서 보낼 수 있다면

올리브는 미국인들이 매년 100억 개의 택배 상자와 비닐 충전재를 줄이기 위해 ‘고객 → 쇼핑몰 → 고객’의 경로를 바꿨다. 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고객은 올리브 모바일 앱을 통해 쇼핑하거나, 웹에서는 올리브 인터넷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기존에 사용하던 대로 원하는 쇼핑몰에 물건을 구매하면 된다.

고객이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 단계로 가면 배송 주소지에는 자동으로 고객이 사는 지역에 있는 올리브 물류센터 주소가 뜬다. 그러면 각 쇼핑몰은 주문된 상품을 해당 물류센터로 보낸다. 마치 직구를 할 때 배송대행지를 이용하는 것과 같다.

이렇게 모인 택배 상자는 올리브 물류센터에 모여 다시 고객에게 보내는데, 모아두었다가 일주일에 딱 한 번 보낸다는 게 특징이다. 고객은 원하는 요일을 ‘주간 배송일’로 지정할 수 있다. 이때 올리브는 여러 쇼핑몰에서 온 택배 상자를 제거하고 재활용 플라스틱 박스에 담아 고객에게 배송한다.

여기서 핵심은 ‘주간 배송’과 ‘묶음 배송’, 그리고 ‘반품 배송’이다. 올리브는 고객이 여러 쇼핑몰에서 주문한 상품을 주간 단위로 모아 지정일에 배송하기 때문에 묶음 배송이 가능해진다. 이때 나오는 각종 포장재나 쓰레기를 고객이 아닌 올리브가 대신 처리해준다. 구매한 제품이 마음에 안 들어서 반품을 해야 한다면 올리브가 대신 수거한다. 고객은 재포장을 할 불편함도 없다.

올리브가 제공하는 묶음 배송과 반품 배송. 고객은 일주일에 단 하루를 주간 배송일로 지정해 택배를 받을 수 있다. 이때 택배 포장 박스나 충전재 등은 올리브가 처리한 후 재활용이 가능한 수거함을 이용해 배송하거나 반품을 해준다.

● 불편함을 가치소비로 이끄는 방법

올리브는 쇼핑몰의 판매액 10% 정도를 수익모델로 잡고 있다. 배달과 반품 대행, 그리고 각종 쓰레기 수거와 처리까지 고객과 판매자가 해야 할 일을 일사천리로 해결해준 몫이다.

그렇다면 고객 입장에서, 쇼핑몰 입장에서, 올리브 서비스는 어떤 혜택과 의미가 있을까? 우선 고객은 불편하다. 일주일에 단 하루 택배를 받아보기 때문에 속도가 훨씬 느리다. 반대로 편한 것도 있다. 택배 상자를 일일이 뜯고 정리할 시간과 피로를 줄일 수 있다. 반품할 때도 앱에서 반품 버튼만 누르면 재포장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매일 아침 쌓여있는 택배 박스를 보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쇼핑몰은 어떨까? 무엇보다 고객에게 일일이 택배를 보낼 필요 없어진다. 올리브 물류센터로 보내면 나머지는 올리브가 해결해주기 때문에 배송이나 반품 관리가 쉽다. 쇼핑몰에서 올리브 물류센터에 상품을 보내는 과정에서 택배를 이용하게 되지만 이조차 올리브가 한꺼번에 처리하기 때문에 택배 상자를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올리브 입장에서는 폐지를 수거해 수익모델을 만들 수도 있다.

현재 올리브가 제휴한 업체는 100여 개. 아디다스, 마이클 코어스, 코치, 에버레인 등 의류, 신발이 대부분이다.

올리브는 쇼핑몰의 판매액 10% 정도를 수익모델로 잡고 있다. 배달과 반품 대행, 그리고 각종 쓰레기 수거와 처리까지 고객과 판매자가 해야 할 일을 일사천리로 해결해준 몫이다.

 

● 배송으로 흥한자, 배송으로 망할 수도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택배를 2개 보낼 때 제각각 보내는 것보다 함께 묶어서 보내면 탄소 배출량이 35% 줄어든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온라인을 통한 모든 주문이 하나의 사이트에서 이뤄지는 것처럼 택배가 한꺼번에 도착한다면 고객의 반응은 어떨까? 고객 스스로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다는 가치를 느끼게 된다면 배송은 또 다른 사회적 가치 실현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네이버, 쿠팡, 11번가, 쓱닷컴, 배달의민족, 마켓컬리 등 국내 이커머스들이 제공하는 빠른배송, 새벽배송 등의 서비스로 성장했다면, 앞으로 배송 문제로 이들의 사업에 큰 위기를 겪을 날이 머지않았다. 이미 질 낮은 일자리 창출과 플랫폼 노동 고용, 그리고 열악한 물류센터 근무 환경으로 수많은 사회 구성원이 신음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음식배달, 마트배송, 택배 등 물류산업 전반에 ESG 경영 실천이 화두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고’. ‘아나바다’에 배송 2.0 모델 전략이 숨어있다.

*ESG란,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앞 글자를 딴 ESG는 기업의 비(非)재무적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를 말한다. 

김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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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민

기술의 진화보다 생활의 변화에 더 민감합니다. 유통, 물류, 모빌리티 관점에서 사람과 상품의 가치 있는 이동과 공급망 변화가 이끄는 '라이프 플랫폼' 시대를 관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