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셀 플랫폼 ‘크림’에서 보는 물류, 금융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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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목요일의 퇴근길을 여는 엄지용입니다. 구독자 여러분의 과분한 사랑을 받아 커넥터스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사실 창업을 하고 세운 1년 목표는 어떻게든 ‘콘텐츠 구독’만으로 제가 직장 생활하며 벌던 월급만큼의 돈을 버는 것이었습니다. 최근의 속도라면 조만간 그 목표를 조기 달성할 것 같습니다. 모두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구독자 여러분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기쁘게도 이젠 단순한 먹고사니즘, 그 이상의 단계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람’입니다. 지난 3개월 동안 우당탕 운영을 해오면서 나름의 가능성을 봤습니다. 더 많은 사람과 함께 한다면 훨씬 더 큰 성장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그때가 되면 커넥터스는 지금 보이는 ‘콘텐츠 구독 서비스’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커넥트레터에서도 계속 이야기했던 ‘커뮤니티’는 내년부터 본격화합니다. 사실 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는데, 이건 지금 공개적으로 밝히긴 부끄럽습니다. 앞으로 하나씩 증명하며 구독자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감성 차오르는 김에 오늘의 뉴스픽 시작하죠.

위클리 뉴스픽 :  

리셀 플랫폼은 사실 물류, 금융업자였어?

‘C2C 물류’라고 아시나요? 쉽게 말해 소비자가 소비자(Customer To Customer)에게 물류를 보내는 물류를 뜻합니다. 가까운 예로 할머니가 올해 김장 김치를 우체국에 방문하여 포장해서 여러분 집에 보내는 물류가, 출근을 하는데 노트북을 들고 나오는 것을 까먹어서 와이프한테 회사까지 보내달라고 하는 퀵서비스 물류가 ‘C2C’입니다.

물론 업계에서는 C2C 물류의 해석 범위를 조금 더 넓게 보긴 합니다. 산발적으로 물류를 이용하는, 혹은 고정적으로 물류를 이용하더라도 ‘작은 기업’ 또한 C2C의 범주 안에 묶어 보는 것이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C2C 마켓플레이스라고 하는데, 각각이 개인사업자인 ‘판매자’를 B가 아닌 C로 분류하는 이유와 비슷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로젠’은 대표적인 C2C 택배사로 꼽힙니다. 기업 영업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 단위 마이크로 시장에서 택배기사들이 영업하는 물량을 중심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C2C 택배업체라 불립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소량 배송의 강자 ‘로젠택배’, 더바이어]

때문인지 로젠은 택배기사를 ‘영업소장’이라는 이름으로 부릅니다. 택배기사들이 동네에서 배송업무를 함과 동시에 ‘영업’을 뛰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건물 앞에 ‘박스’가 쌓여있는 것과 같은 신호를 통해 물류를 이용할 것 같은 작은 기업의 냄새를 귀신 같이 맡습니다. 바로 건물에 들어가서 “택배 필요하면 연락 달라”고 명함 한 장 돌리고 나오는 식이죠. 밝히자면 저도 몇 번 받아봤습니다.

돈 안 되는 C2C 물류

C2C 물류는 오랫동안 물류업계에서 ‘돈’ 안 되는 시장으로 취급 받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효율’이 안 나오거든요. 개인이든 작은 기업이든 ‘충분한 물량’이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CJ대한통운이나 한진 같은 B2C 중심의 택배사들은 고객 기업 물류센터 하나만 들어가면 픽업차량을 가득 채울 만큼의 물량을 픽업합니다. 근데 C2C 택배는 골목을 돌면서 수십개의 기업에 방문하여 자잘한 상품 박스를 픽업해야 합니다. ‘픽업 거점’이 분산되고, ‘차량 적재율’을 최적화 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이런 낮은 효율 때문에 택배사들은 C2C 택배 단가를 기업요금에 비해 높게 잡습니다. 여러분이 어느 택배사에서든 ‘방문 택배’를 이용한다면 건당 5000원 이상의 택배비를 내야하는 이유입니다. 마찬가지로 ‘반품’ 택배도 소량 물량으로 픽업 거점이 분산된다는 측면에서 C2C 물류의 범주에 들어답니다. 여기도 배송 택배비로 2500~3000원을 내는 것에 비하면 2배 이상 비싼 요금을 내죠.

이런 운영 측면의 번거로움 때문에 C2C 물류는 택배사, 택배기사들에게 돈이 안 되는 영역으로 취급받았습니다. 실제로 대형 택배사가 처리하는 전체 물량에서 C2C 물동량이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했죠.

이는 태생이 C2C처럼 보이는 ‘퀵서비스’와 같은 포인트투포인트(Point to Point) 물류 서비스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통상 퀵서비스 업계에서 개인고객 비중은 30% 이하로 보고 있습니다. 70% 이상의 물량이 기업 고객에서 나오죠. 여기서도 ‘고정 물량’을 ‘한 번에 많이’ 뽑아내는 기업 고객이 돈이 되는 건 매한가지입니다.

리셀 플랫폼은 중고거래가 아니다

그런데 말이죠. 요즘 C2C 물류의 위상이 과거와 달라진 듯합니다. 변화의 시발점은 ‘중고거래’에서 나옵니다. 아니, 사실 중고거래 C2C 물류를 향한 도전은 예부터 있었습니다. 오늘 중고거래 이야기를 할 것은 아니니 몇 가지 추천 콘텐츠로 갈음하고요.

[함께 보면 좋아요! : 돈 안 되는 C2C택배의 돈 되는 ‘구멍’, 바이라인네트워크]

[함께 보면 좋아요! :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C-커머스 시대 연다”..중고나라, 파이낸셜뉴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중고거래 중에서도 ‘한정판 리셀’ 시장에서 C2C 물류가 떠오를 가능성이 보입니다. 글로벌에서는 스탁엑스(StockX), 국내에선 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에서 분사한 회사인 크림(KREAM), 무신사의 솔드아웃(SOLDOUT) 등이 이 영역의 대표 플랫폼입니다.

국내에선 크림이 가장 거대한 플랫폼으로 꼽히고, 크림도 스탁엑스처럼 ‘크로스보더 이커머스’까지 확장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아래 콘텐츠를 참고 부탁드립니다. 오늘 자세히 다루진 않겠지만, 꽤 비중이 큰 전장이 여기서 나올 것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네이버의 손자 ‘KREAM’이 본 커머스의 미래, 팩플]

위에 추천 드린 콘텐츠를 읽고 놀란 것은 ‘크림’의 규모입니다. 인터뷰이인 김민국 크림 전략마케팅 리더에 따르면 크림은 지난해 3월 서비스 출시 1년 9개월 만에 누적 거래액 8000억원을 만들었습니다. 김 리더는 크림의 거래액 규모를 무신사와 지그재그(카카오스타일)에 이은 국내 3위 패션 플랫폼으로 추산합니다. 빠른 단기 성장세를 배제하고 보더라도,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사실 크림과 같은 리셀 플랫폼을 ‘중고 거래’ 플랫폼이라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대부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신품’, 그것도 박스까지 포함된 제품이 거래되거든요. 더군다나 통상 사용성을 감안하여 기성품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중고거래의 특성도 답습하지 않습니다. 리셀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상품들은 신품 발매가보다 많게는 수십~수백배 가량 비싸게 팔립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한정판 스니커즈와 리셀테크 원하는 MZ세대가 모이는 곳, 중앙일보]

신제품을 사서 묵혀 놨다 다시 판매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리셀 플랫폼은 ‘중고거래’ 플랫폼이 맞지만, 사실 중고거래 플랫폼의 범주에 묶어보기는 어려운 이유입니다. 다른 시장이라 보는 게 맞겠죠.

리셀로 재테크 하는 세상

이 같은 이상한 시장이 나오는 이유는 패션 브랜드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드롭(Drop)’ 마케팅 덕입니다. 드롭 마케팅이란 콜라보 등을 통해 독특한 제품 디자인을 하고, 일부러 적은 수량의 신제품을 제작하여 한정 수량으로 한정된 시간, 장소에서 기습 발매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패션 뉴 전략 ‘드롭컬처’ 뜬다, 패션비즈]

이런 한정판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서 소비자들은 ‘구매 응모권’을 추첨 받아야 합니다. 이 같은 행위를 드로우(Draw), 혹은 래플(Raffle)이라고 합니다. ‘한정 발매수량’과 희소성 있는 상품을 갖고자 하는 ‘높은 수요’와 맞물려 인기 브랜드 제품은 구매 응모권을 받는 것 자체가 ‘복권’처럼 돼버립니다.

여기서 나온 것이 ‘한정판 리셀’ 시장입니다. 한정판 리셀은 기존 중간 유통상으로부터 물건을 떼어다가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리셀러’와는 다른 의미로 봐야 합니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한정판 리셀 시장에서는 ‘제품 판매가’의 수배~수십배 이상을 호가하는 가격이 등장합니다. 가격이 올라갈 상품을 보는 안목이 있고, ‘추첨운’만 좋다면 오늘 구매한 상품을 곧바로 3배에 되팔아도 이상하지 않은 시장이 여기서 나옵니다.

실제로 저도 얼마 전 나이키와 피스마이너스원이 콜라보해서 발매한 ‘권도1’ 스니커즈 드로우에 당첨됐습니다. 옳다구나 하면서 정가인 21만9000원에 신발을 구매했고, 얼마 전 택배로 제품을 수령 받았죠. 

당첨되면 정말 신이 납니다.

제가 이 상품을 구매한 당일, 똑같은 제품 가격이 얼마까지 뛰었을까요. 50만원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이 상품을 곧바로 누군가에게 판매했다면 구매가의 1.5배 상당의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었겠죠.

왜 사람들이 ‘리셀’로 ‘재테크’한다고 하는지 좀 이해가 되죠? 리셀테크에서 테크는 기술의 테크가 아닌 재테크의 ‘테크’입니다.

리셀 플랫폼과 ‘물류’가 연결되는 이유

리셀 플랫폼과 C2C 물류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리셀 플랫폼의 핵심역량은 단연코 ‘물류’입니다. 업체들의 공식용어로 바꿔서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검수’입니다. 리셀 플랫폼들은 ‘검수 운영’을 내재화했기에 한정판 리셀 시장의 중개자로 몇천억원 상당의 거래액을 만들고 있습니다.

왜 ‘검수’가 중요한가. 중고거래를 포함하여 C2C 커머스에 존재하는 가장 큰 불안감은 ‘짝퉁’ 유통이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삼선 슬리퍼’를 산다면 그 불안감은 적겠습니다. 애초에 짝퉁이든, 아니든 싼 맛에 산거니까요.

그런데 리셀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상품은 어떤가요. 원가보다 비싼 가격이 매겨진 패션 아이템, 심지어 원조 한정판 ‘명품’이 거래됩니다. 만약 ‘가품’이 거래될 경우 구매자가 짊어질 실패 비용이 너무나도 큽니다.

더군다나 일반인들의 육안으로 판별이 어려운 S급 짝퉁들이 돈다면 어떨까요. 예부터 명품뿐만 아니라 나이키, 슈프림과 같은 스니커즈, 스트릿 브랜드까지 그렇게 짝퉁이 넘쳤는데, 이걸 소비자가 아무 불안감 없이 ‘온라인’으로 사는 건 쉽지 않습니다.

리셀 플랫폼은 이러한 고객의 불안감을 ‘직접 검수’를 통해 해결했습니다. 검수센터를 두고 여러 판매자의 상품을 중간에 받아서 미리 가품을 검증하는 과정을 추가한 것이죠. 리셀 플랫폼이 거래의 ‘중간 보증자’가 된 것입니다. 몇십년전부터 있었던 중고거래 에스크로가 누가 받아도 알 수 있는 ‘벽돌 거래’를 방지하는 기술이었다면, 리셀 플랫폼들은 기술에 더해 S급 짝퉁까지 구분하는 ‘운영’ 역량을 추가한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C2C 중고거래에 기업 운영이 개입해 C2B2C로 만든 게 리셀 플랫폼인 것이죠.

짜치는 C2C 물류에 ‘규모’가 더해지다

리셀 플랫폼의 검수센터는 필연적으로 C2C 물류를 수반합니다. 제품을 판매하길 원하는 리셀러들은 리셀 플랫폼에 희망 판매가를 등록해두고, 그 가격에 구매를 원하는 구매자가 등장하면 그대부터 ‘물류’가 움직입니다.

이때 리셀러는 곧바로 구매자에게 상품을 배송하는 것이 아닙니다. 리셀 플랫폼이 운영하는 검수센터까지 상품을 배송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체국을 쓰든, 방문택배를 쓰든, 퀵서비스를 쓰든 C2C 물류를 이용하겠죠. 아니, 이 개념이라면 C2C보단 C2B라고 이야기하는 게 맞겠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C2C 물류 수요는 리셀 플랫폼의 거래액을 봤을 때 결코 무시하지 못합니다. 종전 짜치던 C2C 물류에 ‘규모’를 만들어 버린 겁니다. 이렇게 모인 여러 C의 물류를 순회 픽업하여 채울 수 있다면 ‘운영 효율’도 자연스레 따라갈 수 있습니다.

C2C 물류업체들에게 ‘리셀 플랫폼’이 규모를 만들 수 있는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어 보이는 이유입니다. 쉬운 사례로 리셀 플랫폼이 ‘규모’를 무기로 물류업체와 제휴하여 입점 리셀러들에게 개인이 알아서 이용하는 물류보다 더 저렴한 물류 서비스를 만들어줄 수 있겠죠. 한진이 카페24, 네이버 등과 제휴하여 개인 셀러에게 저렴한 방문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처럼요.

중고거래 영역에서도 최근 제휴 사례가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C2C 물류를 밀고 있는 물류(?)업체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번개장터’와 제휴를 했습니다. 카카오T 퀵을 통해 번개장터에서 중고거래 되는 상품을 배송해준다는 것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번개장터, ‘카카오T’로 중고거래 배송, 지디넷코리아]

물론 이번 제휴는 리셀 제품이 아닌 중고거래에 대한 물류를 대행하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번개장터가 스니커즈 리셀 시장에 관심이 많은 플랫폼이니 만큼, 협업이 확장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봅니다. 현재 번개장터는 ‘간단한 검수’를 대행해주는 포장택배 서비스를 내재화하여 운영하고 있죠. 한정판 스니커즈를 전시,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 ‘브그즈트 랩(BGZT Lab)’을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번개장터 포장택배는 어떻게 이뤄지나, 바이라인네트워크]

[함께 보면 좋아요! : 번개장터 개설 오프라인매장 가보니…7천만원짜리 스니커즈도, 한국경제]

속도가 경쟁인 시대의 느림이라니

리셀 플랫폼은 태생적인 구조상 ‘배송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1) 구매를 인지한 판매자가 리셀 플랫폼의 검수 물류센터까지 상품을 보내는 시간, 2) 검수 물류센터 안에서 리셀 상품을 검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 3) 그렇게 리셀 플랫폼이 검수한 상품을 구매자에게 배송하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추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크림으로 수령받은 아식스 신발. 검수를 신경 썼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꽤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저도 크림에서 최근 몇 달 동안 상품을 많이 사봤는데요. 구매부터 제품 실수령까지는 통상 5~7일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체감상 판매자 발송완료까지 2~3일, 검수에 1~2일, 택배발송 이후 도착까지 1~2일이 소요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새벽배송, 당일배송을 넘어 ‘즉시배달’이 기업의 무기로 올라오는 시대인데 이런 속도가 웬 말인가 싶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리셀 플랫폼에 추가된 ‘신뢰’라는 가치는 느린 속도를 상쇄해 버립니다. 소비자들은 검수를 통한 신뢰를 위해 기꺼이 느린 속도를 감수하죠.

물론 제가 여기에서 “고객은 느린 속도를 좋아해!”라는 미친 소리를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향후 리셀 플랫폼이 현재 5~7일 정도 되는 검수 물류 리드타임을 종전보다 더 줄일 수 있다면. 그러면서 동시에 ‘신뢰’라는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당연히 시장은 그 기업으로 움직일 것입니다. 리셀 플랫폼에서 ‘물류’가 활약할 지점이 보이는 이유입니다.

물류를 넘어 ‘금융’으로

나아가 리셀 플랫폼은 물류를 넘어 ‘금융업체’처럼 움직이게 될 가능성이 보입니다. 앞서 구매하자마자 가격이 두 배 이상 떡상한 피스마이너스원 권도1 스니커즈 이야기를 했는데요. 사실 리셀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모든 상품들이 ‘정가’보다 비싸지진 않습니다. 수요가 적고 공급이 많으면 오히려 정가보다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서도 제가 실제로 구매한 상품을 예로 들어보죠. 저는 얼마 전 나이키 공홈에서 정가인 19만8000원에 조던1 폴른 모델을 구매했습니다. 지금 이 모델은 크림에서 정가보다 낮은 18만5000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조던1은 당연히 오를 것이라 생각해서 구매해서 되팔 생각이었는데 망했습니다.(그냥 제가 신으려고요.)

비슷한 시기 저는 아식스와 데님티어스가 콜라보한 스니커즈를 크림에서 24만원에 구매했습니다. 디자인이 너무 예쁜데 한정판 드로우 기간을 놓쳐서 정가(17만9000원)보다 비싼 웃돈을 올려서 구매했죠. 같은 모델은 지금 크림에서 19만5000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제가 구매를 20일만 늦췄다면 보다 저렴한 가격에 신발을 살 수 있었던 거죠.

앞으로 가격이 오를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한정판 리셀러’들의 노하우가 됩니다. 당연히 망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리셀 플랫폼은 ‘중개’만 하지 않습니다. 그들 스스로가 리셀러가 되기도 합니다. 잘 팔릴 것이라 생각되는 제품은 낮은 가격에 구매해서 ‘물류센터’에 보관해둡니다. 이를 나중에 보다 높은 가격이 형성됐을 때 판매합니다. 낮은 가격에 사서, 비싸게 판다. 이건 주식 시장의 기본 원리 아닌가요? 이 원리가 리셀 시장에도 통용됩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이 ‘예측’입니다. 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외부요인들을 고려하여 미래 시장 가격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정판 리셀 제품의 가격은 단순히 ‘수요’와 ‘공급’ 원리에 따라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보다 다채로운 사회, 문화적인 요인들이 가격에 영향을 줍니다.

쉬운 예로 제가 구매한 피스마이너스원 권도1 스니커즈는 드로우 당첨만 된다면 무조건 가격이 높아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피스마이너스원은 지드래곤이 운영하는 브랜드입니다. 그리고 나이키와는 이번이 세 번째 콜라보죠. 과거 피스마이너스원과 나이키의 콜라보 제품은 발매가의 최소 4배에서 수십배에 달하는 가격에 판매됐습니다. 저는 이런 눈에 보이는 시계열 데이터를 기반으로 권도1은 당연히 비싸게 팔릴 것이라 예측한 것이죠.

어려운 예로 얼마 전 스트릿 패션 브랜드 오프화이트의 수장 버질 아블로가 지병으로 사망했습니다. 그의 사망일이 언론에 알려짐과 동시에 오프화이트 콜라보 제품들의 리셀 가격이 미친 듯이 뛰었습니다. 누군가 버질 아블로의 지병과 관련한 정보를 알고 있던 이가 있었다면 충분히 관련 제품을 선매입해서 엄청난 시세 차익을 보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합니다.

리셀 플랫폼들은 이런 상품 가격에 영향을 주는 데이터를 저보다 훨씬 더 정량적으로,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격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인들을 ‘데이터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미래 수요를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있을지 모르겠죠. 사실 이미 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고 보니 크림의 할머니 회사 ‘네이버’는 이미 물류 수요예측 모델 ‘클로바 포캐스트’를 열심히 운영하고 있네요.

[함께 보면 좋아요! : 네이버의 ‘풀필먼트 수요예측’, 어디까지 왔나, 커넥터스]

주식이 아닌 스니커즈로 재테크 하는 세상입니다. 데이터와 기술을 기반으로 주식 종목을 추천해주는 봇이 있는데, 앞으로 ‘스니커즈’ 종목을 추천해주는 봇이라고 못 만들까요. 데이터 기반 수요예측 기술이 앞으로 리셀 플랫폼의 운영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처럼 보이는 이유입니다.

넘어가긴 아쉬운 이야기들 :                

간단히 정리하고 넘어가유

오늘은 신나게 쓰다 보니 앞의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넘어가긴 아쉬운 이야기는 간단히 정리합니다.     

첫째, 쉽게 보기 힘든 쿠팡 대표 인터뷰 기사가 나왔습니다. 다 읽어봤는데 핵심 키워드는 ‘사회적 책임’처럼 보입니다. 분명히 쿠팡은 잘 나가고 있습니다만, 묘하게 인터뷰가 겸손합니다. 쿠팡이 여론의 눈치를 엄청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요즘 말로 ESG라 하더군요.

[함께 보면 좋아요! : “쿠팡 언제 흑자 내냐 묻는데지금은 고객만족 투자 집중할 때”, 한겨레]

둘째, 긱노동 열풍입니다. 배달(배민커넥트), 배송(쿠팡플렉스)으로 대표되는 ‘플랫폼 노동’이 기존 ‘알바’ 시장을 다 잡아먹고 있습니다. 공장과 매장에는 사람을 못 뽑아 야단이라고요. 이유는 단순한데요.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하루 종일 기계 돌리는 알바를 해본 적이 있는데, 그거 하느니 ‘자전거 배달’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업무도 편하고, 상황에 따라 돈도 많이 법니다. 노동 시장의 근본 구조가 바뀌고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취직하느니 배민 뛴다… 배달 파트너 등록올들어 2배로매일경제]

셋째, 위메프의 ‘메타쇼핑’ 플랫폼 선언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메타버스’로 커머스 한다는 건 아니고요. 추천 기술과 검색을 기반으로 ‘가격 비교’를 강화하는 전략입니다. 사실 메타커머스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카카오가 인수한 지그재그가 메타커머스로 쇼핑몰 모아보기 앱을 만들어 잘나가고 있고요. ‘검색’과 ‘추천’하면 네이버도 빼먹을 수 없습니다. 위메프는 나름의 ‘특이점’을 준비한 것 같은데 앞으로 그 성과는 어떨지 기대해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하송 위메프 대표 메타쇼핑상품 선택 손쉽게 도와주는 것“, 뉴스원]

오늘 커넥트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독자 여러분에게 유익한 내용이었는지 모르겠네요. 신이 나서 맨날 쓰다보면 길어지는 게 문제인 것 같은데, 여기까지 긴 글 읽어준 분들 특히 고맙습니다.   

사실 오늘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큐레이션하지 못한 소식들이 몇 있는데, 아래 ‘카카오뷰’ 구독해주시면 만날 수 있습니다. 저는 다음주에도 구독자 여러분에게 도움되는 소식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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