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구조 조정, 어디로 가야 하죠?

 

 

안녕하세요. 저는 카트예요.

주로 마트 매장에 있어요. 예전에는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일하고, 가득가득 물건을 싣고 다녔죠. 특히 주말에는 나를 찾는 사람이 평일 보다 훨씬 많아서 줄 서서 기다리기도 했어요. 아이들도 태우고 다니다가 사람들이 휴대폰을 많이 쓰기 시작하면서 손에서 놓질 않아서 제 몸에 거치대를 부착하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요즘은 거의 대부분 놀아요. 찾는 사람도 별로 없고 가끔씩 같이 매장에 들어가도 예전처럼 무거운 적이 없어요. 사람들이 예전에는 행사하는 상품이라고, 1+1 상품이라고 팍팍 담았는데 요즘은 자꾸 휴대폰이나 메모지를 보면서 빨리 사고 나가요. 푸드코트에 짐 가득 싣고 기다리는 일은 이제는 없어요. 드물게 그런 일이 있는데 그럴 때면 이런 말들을 해요.

 

“아 이거 언제 다 싣고, 언제 옮기냐?”
“다음부터는 그냥 앱으로 주문하자.”

“그래, 어차피 다 같은데 힘들게 시간 써서 올 필요가 없어.”

 

처음에는 앱이 새로 나온 카트나 장바구니인줄 알았어요. 한창 잘나갈 때는 맨날 플라스틱 장바구니 무시했거든요. 들고 다니기도 힘들고 많이 담지도 못한다고. 그런데 요즘은 다들 몇 개 안 사니까 장바구니만 들고 다니고 저를 찾지 않아요.

그런데 어느 날 앱이라는 게, 매장에 오지 않고 물건을 살 수 있는 거라는 걸 알게 되었죠. 그것은 보이지 않는 대형카트였어요. 한 두 개씩 보이던 그 카트들이 점점 많아지고, 어떤 날은 저 같은 조그만 카트 보다 큰 카트들만 매장에 가득한 날도 많아요.

그래도 저녁 시간이 되면 조금씩 나와 친구들이 매장에 들어가게 되는데 예전에는 자리 잡기 힘들었던 만두 시식대 앞도 항상 비어 있어요. 만두 시식대 앞을 차지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친구들과 부딪히는 일이 많았는데 요즘은 시식대가 근처에만 가도 얼마나 반가워하는지 몰라요. 만두 구워 주는 분들도 요즘은 굽는 시간 보다 그냥 서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진 거 같아요. 너무 바쁘고 힘들 때는 사람들이 좀 안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매일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심심하고, 같이 있는 분들의 한숨이 커져서 걱정이래요. 그래도 잘 해보자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는데 어느 날 우리가 다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어요.

 

‘유통 왕국’ 롯데, 운명 건 점포 구조 조정···200개 문닫는다

응? 구조 조정이 뭔가 했는데 매장이 없어지는 거래요. 이게 무슨 일일까요? 저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죠?

발표 후 찾아오는 것들

롯데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대규모 구조 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단순히 신규 사업 중 부진한 몇 개 사업을 정리하는 수준이 아니라 핵심 사업 영역인 유통 매장 대부분이 대상이며, 무려 전체 오프라인 매장의 30% 수준에 이르는(200개 매장) 처음이자 엄청난 숫자이다.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던 오프라인의 위기, 이커머스로의 전환 등에도 꾸준히 대응 방안을 찾아왔으나 결국 한계에 부딪힌 모양이다. 이미 내부 기준은 다 세워뒀을  테고, 순차적으로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비율로 보면 마트 중심의 구조 조정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점포 수 뒤에 존재하는 것은 수 천 ~ 수 만 명의 사람인 만큼 폐점이 간단한 문제는 결코 아니기에, 계획이 착착 진행될 수 있을지 부터 의문이 들기도 한다. 롯데마트 노조에서는 바로 반발하고 나섰다. 경영 실패의 책임을 단순히 구성원과 협력 업체에만 전가한다는 이유다. 이 부분을 어떻게 잘 풀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임은 명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의 대규모 구조 조정은 현재 취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선택지 중에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 시기가 지금보다 더 빨랐으면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시행하는 것이 그리 나쁘진 않아 보인다. 그러나 지금 외부에 공개된 부분은 대략적인 기준과 폐점 목표 수치일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 이를 통해서 최종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전략의 노출을 우려한 것이라면 내부에서는 확실한 계획이 있으면 좋겠으나, 지금 보이는 모습들은 매장 객수는 갈수록 떨어지고 몇 가지 개선안도 소용 없으며 앞으로 좋아지기 보다는 나빠질 일이 훨씬 많은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수치는 당연히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 매장 중에 소위 알짜 매장이 있고, 손실이 발생하는 매장이 있는데 그 중에 손해 보는 매장을 줄이겠다고 하는 거니 손익은 무조건 개선된다. 일부 우려되는 부분은 대규모 폐점에 따른 전체 사이즈 축소로 인한 협상력(매입 규모) 하락인데 폐점을 하더라도 롯데 오프라인 업태들의 규모가 워낙 커서 큰 문제가 되어 보이진 않는다.

제일 우려되는 부분은 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이미 변했고, 사실상 그 대응에 실패한 상황에서 오프라인의 부진을 폐점으로 멈추고, 그 리소스를 온라인에 쓰면 되겠지 하는 생각이 아닐까?

유통왕국이라 불리는 만큼 롯데 내부에서는 당연히 우리가 “안” 해서 그렇지 “제대로” 하겠다고 하면 온라인도 장악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에 대해서 자연인인 내가 답을 주면, 밖에서 보는 지금의 롯데는 제대로 할 줄도 모르고 그저 지금 상황을 시장의 변화, 외부 악재 등에 기대는 것처럼 보인다. 정말 이커머스로 시장이 변화할 것을 예상했다면 선두 기업답게 더욱 강하게 앞서서 개척해야 했고, 그러지 않았더라도 수많은 시그널을 포착해서 사업 구조를 변경했어야만 했다.

물론 각 계열사 별로 따로따로 운영하는 것을 넘어 서로 경쟁하던 상황에서 유통 BU로 통합하고, 사업부장 형태로 서로 싸우지 않고 시너지를 뽑아낼 방법을 고민한다고 하니 그 부분은 나름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방식이 마트의 패션을 백화점이 해주고, 백화점의 신선을 마트가 담당하는 수준이라면 매우 곤란하다. 통합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한 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최종 의사 결정권자가 한 명이고 흐릿한 방향성만 있는 상황에서, 서로 이를 드러내고 싸우던 것을 멈추고 같이 하는 정도로만 해서는 상황이 더 나빠질 뿐이다.

“우리가 똘똘 뭉쳐서 오프라인 정리하고 온라인 통합해서 내놓으면 바로 1등이지” 이런 생각을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롯데 On은 어떤 형태로?

구조 조정 관련 내용이 공개된 시점에 다시 한번 ‘롯데 ON’의 오픈 시점을 20년 3월로 이야기했는데, 과연 어떤 형태로 나올 것인가? 현재는 롯데 유통의 8개 사이트를 연결해서 편하게 이동하거나 검색 편의성을 제공하는 수준인데 온전한 통합 형태가 될 것인지, 각 유통업태의 특징을 분리해서 만든 모양일지가 궁금하다.

이미 SSG가 보여준 앱과 같이 실제로는 각각 동작하는 형태를 지금에 와서 따라간다고 하면 그 자체로 희망은 없다. SSG를 기준으로 개선을 했다는 것은 롯데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꺼버릴 수 있는 행위다. 내부적으로 수많은 리소스와 외부 개발자 채용, 외주 개발사를 대량으로 가져가서 만든 것이 그저 기존 사이트의 조립이라면 곤란하다.

당연히 점포 구조 조정에서 이야기한 각 업태 별 강점을 살려야 하지만, 그건 오프라인 이야기고. 내가 내 발로 걸어가서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때라야 각 매장의 속성이 살아 있어서 흥미가 생긴다. 또한 구매 목적에 맞게 맞추는 게 좋겠지만, 통합APP은 그런 형태로 나눠져 있어서는 안 된다. 롯데 ON 의 외형은 절대 각 유통 계열사가 드러나지 않고 카테고리 별로 상품이 잘 구비되어 있으며 기획전이나 특화 매장 영역에서 강점이 드러나는 형태여야 할 것이다. 가령 상품 하나를 검색하면 롯데마트 상품, 롯데홈쇼핑 상품, 롯데닷컴 상품을 모두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상품이 보여지는 식으로 말할 수 있겠다.

실제 고객 주문을 처리하고 매출이 발생하는 곳은 어디인지 고객은 알 필요도 없고, 궁금하지도 않다. 내가 편하게 주문을 하고 빠르게 받으면 된다. 지금처럼 롯데마트 앱 내에서 매장 발송과 업체 발송, 특수 점포 발송 상품이 각각 배송비가 부과되는 것은 지금의 기대감에 대한 배신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롯데 ON은 롯데 유통업체들의 통합 플랫폼이 아니라 롯데의 ON라인 몰이어야 한다. 그 자체로 쿠팡, 네이버와 지마켓, 11번가와 그대로 경쟁하는 커머스 플랫폼이지, 따로따로 운영하는 임대 공간이 아니다. 신세계의 스타필드처럼 그 안에 마트와 백화점, 일렉트로마트, 그리고 로드샵이 들어 있어서 집객효과를 극대화하고 놀이동산의 경쟁상대로 고객의 시간을 다투는 공간으로 온라인을 설계한다면 안타까울 것이다.

여러 조사와 데이터에서 드러나는 것은 쿠팡 이용 고객들의 체류시간이 가장 짧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의 오프라인 전략과 온라인에서 따지던 고객 체류시간, 고객이 오래 머무를수록 구매 전환 확률이 높아지니까 오래오래 붙잡아 둬야 한다는 것과 배치된다. 쿠팡을 주로 이용하는 고객들은 앱 실행 전부터 내가 살 상품을 명확하게 정하고 접속해서는 검색, 상품확인, 구매 3단계로 끝낸다. 별도 탐색을 하는 시간은 길지 않다. 오프라인에 비해 고객의 이탈이 훨씬 큰 문제가 되는 온라인이지만 익숙해지면 다른 곳에 가서 쇼핑하는 것이 쉽지 않아 유치하기 수월한 것도 온라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각 커머스 앱들이 각각의 특징을 바탕으로 고객들을 충성고객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설픈 모양새로는 다른 고객들을 데려올 수 없다.

모든 유통업태를 보유한 롯데의 통합 쇼핑 앱답게 무엇을 찾더라도 빠르게,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구조에 우선 집중해야 할 것이다. 특징을 내는 것은 그 다음. 오프라인을 여전히 좋아하는 고객들은 좌우지간 바깥 매장을 방문하기 마련이지만 온전히 ON라인 100%인 커머스APP이 3월에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롯데에게 바랐던 미래는

작년 초에 진짜유통연구소를 처음 시작하면서 국내 유통업태 별 장단점을 이야기했다. 그때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던, 지금처럼 대규모 구조 조정으로 몰릴 것으로 생각한 롯데를 향후 커머스 시장의 승자로 꼽았다. 당연히 수많은 악플도 받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많았다. 물론 단순히 모두가 쿠팡, 네이버 할 때 나만 ‘롯데!’라고 관심을 끌려는 것은 아니었다. 롯데가 가진 저변과 잠재력을 기대한 것이었고 그 중에 롯데ON과 유통 통합 BU에 대한 그림이 있었다.

당시 현재 상태가 이어졌을 때 롯데가 커머스 경쟁에서 승자가 될 것이라고 했던 건 아니고, ‘몇 가지 가정이 적용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 단서 중 하나는 롯데 쇼핑이 온전히 온라인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모든 비용을 포함한 리소스 투입에서 온라인 커머스를 최상위로 두고 실행하는 것 말이다. 특히, 압도적인 비용을 통해 초기에 시장에 안착하는 일종의 전략을 의미했다. 추가로 오프라인 매장을 출점하기도 어렵고(제재, 비용, 상권) 이미 쓸 만한 곳은 다 출점한 상황인 만큼 온라인에 쏟아 넣을 가치가 있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진정한 통합 롯데 쇼핑. 롯데 쇼핑의 오프라인 접점(백화점, 마트, 슈퍼, 편의점 등)은 각 매장을 따로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본사 조직은 통합 운영하는 것이다. MD 조직을 통합해서 롯데 전 계열사의 상품을 동일한 MD가 담당해 확실한 바잉 파워를 가지는 것이 되겠다. 좀 더 쉽게 정리하면 각 쇼핑 계열사 별로 분산되어 있는 상품 구매를 하나로 합치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모든 기능 조직도 통합하는 것. 쿠팡이 로켓배송에 들어가는 수 조 원의 상품을 직매입 하면서 바잉파워를 뽐내고 있다는데 롯데 쇼핑 전체를 통합 구매로 진행하면 사이즈가 좀 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당연히 구매가 통합되면 연결되어야 할 물류의 통합이 있다. 각 유통사 별로 물류센터를 보유, 운영하는 만큼 통합에 따른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잘 정리돼서 완료된 시점 기준으로). 유통 매장이 인적 드문 곳에 존재하는 일은 없고, 기본적으로 큰 배송 차량이 들어가는 공간인 만큼 상품 입출고에 최적화된 공간이 필요하다. 그런 후 유통 업태 별로 재고를 아울렛→마트→슈퍼→편의점 기준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빠르게 상품을 공급하고 SKU도 공유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오프라인에서 찾아가는 옴니채널을 오랜 기간 동안 이야기했던 만큼, 롯데ON에서 구매한 상품을 어디서든 받을 수도 있도록 구축하는 것까지 이어진다.

앞서 말한 세 가지가 읽기에 짧고 그러니 간단해 보일지 모르나, 실행을 위해서는 수많은 난관이 존재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계열사 간이 아니라 같은 회사에서도 부서 간 의견 하나 조율하기도 힘들고 회의 시간 하나 잡는 것도 힘든 마당에 다른 회사와 물리적으로, 유기적으로 합치고 간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없는 것을 만드는 것 보다는 있는 것을 잘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방안 아닐까. 아, 물론 사람과 사이트는 고쳐 쓰는 거 아니다. 이 둘은 처음부터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까지 짚는다.

안녕하세요. 저는 카트예요.

전국의 많은 매장이 갑자기 없어진다고 해서 이제 저는 어디로 가야 하나 걱정했는데 누군가 알려줬어요, 온라인 쇼핑몰에도 카트가 있다고. 지금까지는 각 매장 별로 나눠져 있어서 처음 공장에서 만들어진 뒤로는 다른 매장으로 간 친구들 만날 일이 없었는데 온라인에서는 다 같이 모여 있대요. 지금처럼 고객이 저를 손에 잡거나, 아이가 제게 타는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오지 않는 고객을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밤과 휴무일에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기대돼요. 그리고 마트에 안 오던 분들이 요즘에는 다 온라인 카트를 만나고 있다면서요.

커머스가이 입니다. 오늘도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현실성이나 수치와 관련해서는 굳이 제가 적어야 할 부분은 아닌 것 같아서 생각만 정리해 봤습니다.

참고하시기 좋은 기사 하나 첨부하고 글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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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의

쓰리알랩스 대표(현). 롯데마트 창조혁신팀(사내 컨설턴트), 11번가 전략기획실, GS홈쇼핑 e상품전략팀, 11번가 마케팅전략팀, 위메프 기획조정실장, 원더스 CMO 등 온오프라인 커머스를 다양하게 경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짜유통연구소(진유연)를 설립했습니다. "입금이 아이디어를 만든다" 필명은 커머스가이 입니다. 유통/물류 기업 컨설팅 및 외부 기고, 강연 다수 진행. 창업 경진대회 심사위원 및 멘토링 진행 경험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