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B2B 화물운송 물류 플랫폼의 등장이 어려운 4가지 이유

며칠 전, 국내 모 B2B 화물 운송 플랫폼 스타트업이 무려 2,500억 원 밸류의 투자 유치른 진행한다누 소식을 들었는데, 더 놀라운 소식은 투자를 이끌고 있는 회사가 ○○○○○ 라고 하더군요. 사실이라면 국내 화물 운송 시장에 엄청난 변화의 시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이나 해외에서도 거대 화물 운송 플랫폼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마도 미국의 C.H 로빈슨 같은 화물 중개 업체들이 여전히 잘하고 있기 때문일 텐데요. 아마존도 몇 년 전 DBA(Delivery by Amazon)를 선언하고 1,700억 달러 규모의 관련 시장에 진출을 선언했지만, 아직 큰 변화는 없는 상황입니다. 이날 C.H 로빈슨 주가가 5%나 빠졌다고 하죠~
국내 B2B 화물 운송 시장은 약 35조 원대 정도로 추정됩니다. 그래서 CJ대한통운이나 한솔로지스틱스, 현대글로비스, 삼성SDS 같은 대형 물류 업체도 플랫폼 시장에 진출했거나 혹은 검토 중인 곳이 꽤 있습니다. 몇 년 전 SK플래닛도 ‘트럭킹’을 선보였는데, 결국 사업 철수라는 쓰디쓴 고배를 마신 사례도 있습니다.
시장 규모가 엄청난데도 불구하고 해외나 국내에서 대형화된 B2B 물류 플랫폼이 등장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의 이야기 주제입니다. 

국내 B2B 화물 운송 시장은 35조 원대에 달한다. 시장 규모가 큰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서 활동 중인 화물 운송 사업자들은 대부분 중소형 규모다. 이 말인즉, 국내 화물 운송 플랫폼의 시장 성장 가능성은 크다고 볼 수가 있지만, 그동안 왜 거대한 플랫폼이 등장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할 만도 하다.

해외 시장에서도 화물 운송 서비스 시장을 하나로 묶은 초대형 플랫폼의 사례는 없다. 수년 전 아마존의 화물 운송시장 진출 소식이 있었지만, 아직 시장의 변화는 없다. 아마도 아마존이 들어오더라도 화물 운송 시장의 단일 플랫폼 구축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론이다. 왜일까?

페이스북과 우버는 각각 ‘SNS’와 ‘택시’ 판에서 이미 단일 플랫폼을 만들었다. 페이스북은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시장 점유율이 더욱 올라가고 있으며, 구글플러스와 같은 경쟁자들은 점점 뒤처지고 있어 단일 플랫폼 시장 독점에 성공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택시 시장에서도 우버와 리프트의 격차는 매우 크다. 중국 시장에서도 1위, 2위 플랫폼이었던 디디다처와 콰이디다처가 합병하여 ‘디디콰이디(현 디디추싱)’가 출범한 이후 우버가 중국 시장에서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을 만큼 규모를 확보한 플랫폼이 시장을 선점하는 현상이 있었다.

그러나 화물 운송 등 물류 시장은 오랜 기간 중개사업자들에 의존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되지는 못했다.

미국의 C.H.로빈슨이라는 대표적 화물 운송 중개 사업자가 있었지만, 여전히 다수의 중개 사업자들이 시장을 나눠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화물 운송 중개 서비스 역시 단일 플랫폼이 될 경우 네트워크 효과가 크고, 화주와 화물 운송사업자 모두 서로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화물 운송 판에서 단일 플랫폼이 나타나 시장을 독점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이 존재한다. 그 이유를 아래 4가지 관점에서 살펴보자.

① B2B는 종속성을 경계한다

화물 운송 플랫폼은 소셜네트워킹이나 택시 중개 플랫폼과 달리 개인이 아닌 ‘기업들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다. 그리고 기업들은 특정 플랫폼에 대한 종속성, ‘록인(Lock-in)’을 매우 경계한다. 따라서 화물운송업계의 기업들은 특정 플랫폼만을 사용하기보다는 비록 추가로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가급적 여러 옵션을 동시에 활용하고자 하는 특성이 있다.

반면 페이스북과 같은 개인 네트워크는 어차피 개인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택시 역시 소비자 입장에서 여러 택시 플랫폼 서비스를 동시에 활용할 이유가 없고, 이는 곧 택시기사들이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도록 유도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소셜네트워킹과 택시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빠르게 단일 플랫폼화된 것이다.

② 단일 플랫폼이 꼭 필요하나?

화물 운송 플랫폼에 들어가는 화물 운송사업자와 화주는 굳이 단일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분산된 플랫폼들을 통해 충분한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 워낙 거대한 물류 시장이기 때문에 일정 규모 이상의 화주와 화물 운송사업자를 확보하거나, 특정 지역에 특화할 경우 굳이 단일 플랫폼이 아니더라도 이익 확보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물류의 특성상 특정 지역을 장악한 서비스 플랫폼이 존재한다면 아무리 거대한 플랫폼이 있더라도 해당 지역 내에서의 화물 운송 서비스에 대해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본질적으로 화물 운송 서비스는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리적 위치를 무시할 수 없고, 지역적 특성 역시 고려해야 한다. 즉 화물 운송 시장은 플랫폼 이론에서 얘기하는 싱글 호밍(Single-homing)과 멀티호밍(Multiple-homing)이라는 개념을 고려할 때 멀티호밍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③ 정부의 규제와 시장의 독점적 지위

정부의 규제 역시 화물 운송 판의 단일 플랫폼 출현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특정 사업자의 화물 운송 플랫폼이 기업 간 거래 시장을 통합하고 여기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게 될 경우 개인 간 거래와 달리 전체 시장의 이익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 간 서비스인 페이스북의 경우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되더라도 이것이 전체 개인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본적으로 페이스북 서비스 자체가 무료지만, 그들의 수익은 광고에서 나오고 있으니까 말이다. 페이스북에 광고를 내는 기업으로서도 기존 채널에서의 광고보다 단일 플랫폼화된 페이스북에서의 광고 효과가 더 높고 단가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어 특별히 이익을 침해받지 않는다. 결국 손해 보는 것은 기존 광고 채널이나 경쟁 플랫폼에 그치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 간 거래를 통한 수수료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화물 운송 중개 서비스에 대해서는 전체 시장의 이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 화주와 화물 운송 사업자 모두 특정 플랫폼에 종속된 이후 독점에 따른 서비스 중개료가 올라가는 것을 경계하는 상황이 대표적이다. 그만큼 규제기관 역시 이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단일 플랫폼이 출현하기도 전에 규제가 먼저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④ 데이터 혁신을 가로막는 정보의 폐쇄성

플랫폼이 주는 가장 큰 효과 중 하나인 ‘데이터 확보에 따른 서비스 혁신’ 역시 화물 운송 플랫폼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개별 트럭 및 기업 간 거래 명세가 자동으로 데이터화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은 처음부터 온라인 서비스로 시작한 플랫폼인 데다 스마트폰의 도입으로 실시간 위치정보까지 확보가 되며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고 이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다. 페이스북은 이를 활용하여 타깃 광고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 수 있었고, 단일 플랫폼으로의 통합 효과는 더욱 커졌던 선례가 있다. 우버 역시 택시 서비스의 특성이 ‘호출–서비스–결제’라는 단순한 프로세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결국 우버는 사용자들의 접속 위치와 호출 시간대와 관련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경로를 추적하여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혁신적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화물 운송 서비스는 기업 간 거래 특성상 복잡한 프로세스와 함께 기업마다 서로 다른 규칙과 프로세스에 모두 적합한 데이터 확보 방식을 만들어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 어려움을 방증하는 업체로 화물 운송 플랫폼에 뛰어들어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했던 스타트업 ‘카고메틱(Cargomatic)’이 있다. 카고메틱은 사업 초기 스마트폰을 통한 프로세스 혁신으로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이를 활용하여 전에 없던 화물 운송 단일 플랫폼이 되겠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수작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곧 비용 상승의 부메랑으로 돌아와 현금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없었다.

화물 운송 사업자가 화주로부터 상품을 상차하고 이를 최종 목적지에 하역할 때까지의 전체 과정을 전통적인 ‘전화’에 의존하여 매번 일일이 시스템에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입력하고 있는 업계의 현실 역시 스마트폰 혁신으로 모든 것이 변한다는 초연결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문제이기도 하다.

A라는 기업과 B라는 기업이 동일한 프로세스와 상품을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오프라인 물류의 특징이고, 이 때문에 표준화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 데이터를 통한 혁신 추진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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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편

비욘드엑스 대표. 인류의 먹고사니즘에 수많은 연결고리가 된 물류를 관찰하고, 시대마다 변화하는 공급망의 의미와 역할을 해석하는 일을 한다. 프리미엄 콘텐츠와 현장 전문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멤버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네카쿠배경제학」 저자로 국립 인천대 창업혁신교수와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