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만 벌써 5곳… 아마존은 비싼 도심에 물류창고를 늘릴까?

: 풀필먼트 비용은 면적당 보관료가 아닌 고객 만족비

아마존은 왜 비싼 뉴욕 땅에 창고를 지을까?

얼마 전 아마존이 뉴욕 퀸스 롱아일랜드시티에 2만 스퀘어피트 규모의 물류창고를 지을 것이란 소식이 있었다. 뉴욕에만 벌써 다섯 번째 물류센터다. 아마존은 바로 앞서 퀸스 그랜드애비뉴 55번지에 100만 스퀘어피트 규모의 창고를 마련한 바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아마존은 뉴욕시 곳곳에 크고 작은 물류창고가 들어섰다. 브루클린 레드훅 지역에 62만 스퀘어피트, 사우스 브롱크스 20만 스퀘어피트, 스태튼 아일랜드 85만5000 스퀘어피트의 디스트리뷰션 센터와 45만 스퀘어피트 규모의 창고 시설을 갖췄다.

이에 대해 아마존은 “뉴욕에 물류시설을 늘리는 것은 고객에게 더 효율적인 배송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자 이 지역의 우수한 직원들을 고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류창고가 아니라 풀필먼트

비싼 임대료로 유명한 뉴욕 맨해튼 중심부의 비즈니스 빌딩에 물류창고를 마련한 아마존만큼이나 주목할 만한 흥미로운 사례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박스드(Boxed)’이다.

박스드는 코스트코처럼 창고형 할인매장의 싼 가격에 아마존의 편리함을 더한 온라인 창고형 소매업체로 ‘밀레니얼을 위한 코스트코’라고 불린다. 그래서 포브스는 차세대 유니콘으로 박스드를 꼽으며 아마존의 최대 경쟁자로 혁신적인 유통모델을 갖췄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런 박스드가 몇 년 전부터 물류센터를 완전 자동화하기 시작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박스드가 기존 인력을 전혀 해고하지 않고 대신 새로운 업무로 전환 배치했다는 것이다. 박스드는 물류센터의 전체 공간을 자동화 설비로 리모델링했고, 기존에 100명의 인력이 일하던 공간을 ‘무인화’ 하는데 성공했다.

아마존과 박스드에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양사 모두 ‘물류센터’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물류센터 대신 ‘풀필먼트센터’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풀필먼트(Fulfillment)는 무엇일까? 그 유래는 뒤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기로 하고, 우선 풀필먼트는 고객이 원하는 복잡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만족시키는 전체 프로세스를 의미하는 것으로 간략히 정의하고 이어가자.

그런데 풀필먼트를 단순히 물류 프로세스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 온디맨드 시대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방식으로 만족시킬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등 인터넷 비즈니스 중심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보관과 운송 방식 등 물류 운영에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제조 > 유통 > 이커머스, 물류도 바뀐다

산업 패러다임이 제조업 중심이던 시대, 그러니까 ‘창고’가 그저 창고였던 시대에는 좁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제품을 보관하는 게 중요했다. 창고는 면적당 임대료를 책정하여 수익을 창출한다. 이 때문에 창고업은 물류업이라기보다는 부동산 임대업에 가깝다. 운송도 역시 대규모 트럭, 기차, 선박 등을 통해 이뤄졌다. 이후 유통업 중심의 시대(창고가 물류센터로 불리던 시대)에는 얼마나 빠르게 제품을 공급하는가가 중요했다. 반면 온디맨드 등 이커머스의 시대, 풀필먼트센터의 목표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족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시 아마존의 사례로 돌아가 보자. 아마존이 뉴욕 맨해튼에 설치한 풀필먼트센터는전통적인 창고나 물류센터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비용을 아무리 낮춘다고 하더라도 뉴욕 중심의 높은 임대료를 고려할 때 1회 배송마다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앞서 강조했듯 풀필먼트센터에서는고객의 복잡한 니즈를 효율적으로 만족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창고에서는 면적당 보관료가 중요했다.

하지만 물류센터를 지나 풀필먼트센터까지 오게 되면 더는 면적당 보관료는 무의미해지고, 그 자리를 ‘서비스당 요금’이 차지하게 된다.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포장하고, 라벨을 부착하고, 고객마다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풀필먼트센터는 복잡한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

아마존의 8세대 풀필먼트센터나 박스드의 풀필먼트센터는 단순 자동화 설비가 아니라 ‘로봇’에 기반한 ‘조립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 이를 통해 한 번의 주문에 여러 상품을 포함하더라도 한 치의 오차 없이 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면적당 보관료 vs. 서비스 요금

앞서 설명처럼 풀필먼트의 목표는 개별 프로세스에서 비용을 절감해 프로세스당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다. 풀필먼트의 목표는 고객에게 서비스를 잘 제공하는 것, 그리하여 고객 만족을 끌어올리고, 고객을 유지하는 것에 있다.

아마존이 개별 프로세스의 수익성을 고려했다면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창고를 만들어 자동화된 로봇 기반의 설비를 도입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풀필먼트센터 운영에 있어 면적당 보관료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서비스당 요금을 계산할 줄 알아야 비싼 땅에 물류시설을 지을 용기가 생기는 것이다.

온라인 시대 소비자는 소규모의 불확실한 주문을 하는 데다가, 요구하기도 까다롭기 그지없다. 과거 대량 운송과 대량 보관에 맞춰진 물류프로세스로는 이러한 주문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수요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로봇 기반의 시스템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CB인사이츠(CB insights)의 물류창고 관련 스타트업 현황 분석에는 이와 같은 변화가 잘 반영되어 있다. CB인사이츠는 물류창고를 혁신하는 스타트업을 로봇, 온디맨드 창고중개, 자산 트래킹, 창고 아웃소싱 및 풀필먼트, 창고 및 재고관리 정보시스템으로 분류했다. 로봇과 온디맨드, 풀필먼트, 정보시스템이 창고 혁신의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CB인사이츠는 물류창고를 혁신하는 스타트업을 로봇, 온디맨드 창고중개, 자산 트래킹, 창고 아웃소싱 및 풀필먼트, 창고 및 재고관리 정보시스템으로 분류했다. 출처: CB Insights

●부동산 임대업과 관점의 변화

전통적으로 유통산업의 핵심은 어느 위치에 오프라인 매장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커다란 매장을 열고, 이를 활용해 임대업을 하는 것이 중요했다. 고객이 제품과 만날 수 있는 채널은 적었다. 고객은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 제품을 구매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위치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유통공룡인 롯데의 업(嶪)의 본질을 ‘부동산’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던가.

하지만 이커머스의 시대, 산업의 핵심경쟁력은 풀필먼트로 변화했다. 위치의 중요성은 다소 떨어졌다. 대신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충족 시켜 주는 것, 이 모든 것이 소비자의 삶에 물 흐르듯 녹아들어 가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온디맨드 시대를 만나 물류가 변화하고 있다. 변화의 방향이 궁금하다면, 풀필먼트를 유심히 살펴볼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편

X writer

김편

비욘드엑스 대표. 인류의 먹고사니즘에 수많은 연결고리가 된 물류를 관찰하고, 시대마다 변화하는 공급망의 의미와 역할을 해석하는 일을 한다. 프리미엄 콘텐츠와 현장 전문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멤버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네카쿠배경제학」 저자로 국립 인천대 창업혁신교수와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