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골목 배달시장도 거머쥔다… 한국판 인스타카트 만드나


배달대행 ‘생각대로’ 등 골목 배달망 갖춘 인성데이타 380억 원 투자
‘마이크로 풀필먼트’와 ‘마이크로 딜리버리’ 집중, 구매 데이터 수집 목적
전국 택배부터 동네 배송까지… 물류 대동맥과 모세혈관 연결하나

네이버가 CJ대한통운에 3,000억 원 상당의 상호 지분(7.85%)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택배와 풀필먼트 역량 확보에 나선 데 이어 음식, 마트 등 배달 대행 서비스 업체인 생각대로를 소유한 인성데이타에 380억 원을 투자한다.

이번 투자로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전국적인 택배망을, 인성데이타와는 골목 상권의 배달망을 동시에 확보하게 된다. 음식, 마트 배달 대행부터 택배까지 네이버가 물류 사업영역 곳곳에 깃발을 꽂고 있는 것이다.

물류 관점에서 볼 때, 네이버가 ‘마이크로 풀필먼트’와 ‘마이크로 딜리버리’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대동맥과 모세혈관을 연결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게 관련 시장의 평가다.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가 인성데이타의 10% 안팎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에 합의한 것으로 전했다. 인성데이타는 2018년부 카카오 모빌리티 등 온디맨드 중심의 IT기업과 이커머스 업체를 대상으로 매각을 타진해왔다. 이에 대해 네이버와 인성데이타 양사는 투자 여부에 대해 “실사는 마무리됐으나, 결정은 검토 단계”라는 입장이다.

인성데이타는 배달 대행업체 ‘생각대로(로지올)’와 이륜차 임대업체 ‘바이크뱅크’를 운영 중으로 퀵서비스 등 화물중개프로그램 개발 운영부터 배달, 그리고 렌탈과 유지보수까지 이륜차 비즈니스 전 영역에서 사업모델을 수직 계열화한 곳이다.

네이버는 인성데이타 투자에 앞서 2017년 이륜차 중심의 물류 스타트업 메쉬코리아에 270억 원을 투자한 바 있다. 갈수록 커지는 음식, 마트 배송 등 온디맨드 시장에 필요한 물류 서비스 제공과 관련 시장 데이터 수집이 투자 이유로 풀이된다.

골목상권 입성한 네이버

네이버의 인성데이타 지분 투자 결정은 음식, 마트, 세탁, 공유주방 등 생활 편의형 O2O 서비스 핵심인 배달 서비스망 확보로 보인다. 우선 상품 구매 정보 등 배달 대행을 통한 골목상권 데이터 수집이 용이하다. A 동네, B 동네 등 지역마다 음식이나 마트 등 배송 품목 중에 무엇이 잘 팔리고, 또 얼마나 자주 세탁 등 생활 편의형 서비스를 주문하는 지, 소비 분석 등 골목상권 이해에 필요한 지표로 삼을만한 데이터 곳간이 바로 배달 대행 시장에 있다.

해외 사례로 굳이 살펴보자면 네이버의 배달 대행 시장 진출은 미국의 마트 구매 대행 및 배달 대행업체 인스타카트와 같은 사업모델과 비교가 가능하다. 맞벌이 부부나 1인 가구 등의 소비자가 인스타카트 애플리케이션에 주소를 입력하고 동네 인근의 마트나 편의점, 슈퍼마켓을 선택한다. 그리고 구매할 상품을 카트에 담아 결제를 진행하고, 상품 수령 시간을 선택하면 소비자를 대신해 상품 구매와 배달을 대행해 집까지 가져다주는 것이다.

국내에는 배달의민족의 B마트와 요기요의 요마트, 나우픽 서비스와 유사하다. 이들 업체는 고스트 스토어 형태로 오프라인 공간에서 고객을 받지 않는 배달형 매장을 운영한다. O2O 서비스에 있어 상품의 주문과 배송을 관장하는 마이크로 풀필먼트와 POS(point of sales) 시스템의 최전방인 셈이다.

네이버는 ‘네이버 스마트어라운드’를 통해 채널링 제휴 방식으로 배달음식 정보를 제공 중이다. 마트나 슈퍼, 편의점 대형 체인이 이곳에 들어오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네이버는 이미 전통시장 온라인 플랫폼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를 제공 중이지 않은가.

‘네이버 제품’ 없는 네이버 마트

앞서 사례처럼 인스타카트는 고객이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입점한 동네 슈퍼와 마트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근처에 있는 등록된 배달원에게 연락하게 되고, 주문을 받은 배달원이 고객에게 상품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인스타카트는 동네 소매점과 파트너십을 맺고 구매와 배달 대행 중개 서비스로만 얻는 수익이 매출의 80% 정도다.

네이버가 인성데이타와 메쉬코리아 등에 인수가 아닌 지분 투자 방식으로 이륜차 기반의 배달망을 확보해 시장 진출을 타진하려는 이유를 더 살펴보자.

인스타카트에는 인스타카트의 제품이 없다. 이 이야기인즉, 재고로부터 자유로운 유통사업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네이버가 이마트나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온라인 판매와 배달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더욱이 네이버는 물류 창고, 운송 차량 등을 직접 운영하지 않아도 된다. 실물 자산운용에 따른 높은 고정비 부담을 벗어나는 것과 함께 최근 이륜차 배달원 등 특수고용직의 처우 개선 등 고용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닌 상태로 일정 부분 거리를 둘 수 있다.

출처: 인스타카트

IT 회사에게 물류란

네이버가 인스타카트처럼 향후 구매 대행과 배달 서비스를 고민한다면 국내 대형 유통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소비자를 대신해 구매 대행 및 배송하는 시스템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는 여기서 다양한 배송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현재 인스타카트는 2시간 이내 배송은 3.99달러(약 4,500원)에, 1시간 이내 배송은 5.99달러(6,800원), 35달러(4만 원) 이상 구매 시 배송비가 무료인 연회비 149달러(17만 원)의 ‘인스타카트 익스프레스’까지 다양한 배송 상품 프로그램을 제공 중이다. 네이버가 인성데이타와 메쉬코리아와 협력을 유지해 네이버만의 마이크로 딜리버리 서비스 상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시장의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물론, 그때는 삼자 간 단순히 지분 투자가 아닌 인수 등 더 적극적인 상황이 연출될 확률이 높다.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네이버는 IT 회사다. IT 회사에 물류 사업이란 새로운 수익 모델로 어떤 기회 요소가 될까. 소상공인과 상생하겠다는 네이버가 소비자와 판매자를 단순 중개하고, 배송 서비스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그 이상의 가치를 찾고 있지 않을까?

시장의 평가는 엇갈리지만 쿠팡은 로켓배송처럼 빠른 속도와 정교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역량을 갖추고자 노력하고 있다. 날씨, 교통, 도로 상황은 물론 스포츠 경기 등 주문과 배송에 영향을 끼칠만한 상황까지 다양한 변수를 분석하고 있다. 더불어 하루에 발생하는 수십, 수백만 건의 구매 데이터 역시 실시간으로 분석해 제조사별, 상품별 판매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높은 수준의 데이터 기반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네마다 주문, 배송 등 실물 정보를 분석하면 신규 상품이나 개별 고객이 좋아할 상품 구성이나 이벤트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생활 편의형 O2O 서비스와 이커머스 등 비대면 시장의 빠른 성장과 변화로 플랫폼 사업자에게 ‘물류’는 ‘요술램프 지니’가 되고 있다.

배달이 매출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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