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과 가구는 본래 같은 민족이었다.” 매장 공유를 넘어 공동배송으로 이어질까?

: 삼성전자와 까사미아 협업 사례로 본 리빙 물류 공동화 가능성

가전과 가구를 함께 팔았다. 삼성전자와 까사미아의 이야기다.

노트북 A/S 때문에 찾아간 삼성전자 디지털 프라자 서초 본점 3층에는 까사미아 매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생활가전을 판매하는 곳에서 가구를 함께 진열해 판매하고 있다니? 익숙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낯설지 않은 풍경에 필자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냉장고는 원래 나무로 만들어졌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코리아. 한강이 꽁꽁 얼고 동빙고와 서빙고(현 용산구 소재)에 얼음을 보관하기 위해 채빙 부역에 동원되던 시절인 1800년대 중반, 인류 역사상 첫 냉장고는 아이스박스 형태로 태어났다. 당시 냉장고 외형은 목재로 만들어졌는데, 내부는 단열재로 철제나 금속을 이용해 만든 금고처럼 가구와 많이 닮았다. 냉장고뿐인가? 흑백텔레비전의 외관도 나무가 사용됐다. 브라운관을 떠받치는 네다리부터 스르륵 밀어 여닫던 슬라이딩 문짝도 나무를 쪼개어 덧붙인 것이었다. 거실에 있던 괘종시계도 목재로 만들었다. 이 정도면 가전은 원래 가구였던 게 아니었나 싶을 정도다.

1800년대 중반 냉장고는 아이스박스 기능과 형태를 갖고 있었다. 외장은 대부분 나무를 깍아 만들었다고 한다. 출처: 구글
1960~70년대 생산된흑백텔레비전. 외형 전체가 나무나 합판으로 만들어졌다. 문짝을 옆으로 스르륵 밀면 브라운관이 나온다.

●가구를 함께 파는 풍경이 익숙했다.

삼성전자와 까사미아가 전국에 매장을 공유하는 곳은 총 네 군데다. 지난해 디지털 프라자 창원 본점을 시작으로 부산 본점, 용인 기흥 리빙센터점, 그리고 서초 본점까지 쇼룸형 복합 상점으로 운영 중이다.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의 첫 M&A 작품인 까사미아는 전국에 83개 점포가 있는데, 향후에도 디지털 프라자와 협업을 통해 유통망을 확대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알고 보니 까사미아는 범삼성가의 가족회사로 콧대 높은 삼성전자와 협업이 상대적으로 쉬웠던 것이다. 까사미아는 삼성전자 이외에도 스타벅스, 프린트베이커리, 북티크 등 신세계 오프라인 유통망과도 결합 중이다. 최근에는 개포동 래미안 포레스트에 프리미엄 인테리어를 삼성전자와 함께 공략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까사미아의 최근 실적은 순항 중이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은 1,600억 원 규모로 전년 대비 50%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대역에 위치한 삼성전자 디지털 프라지 서초 본점 외관.
1층과 2층은 삼성전자의 IT기기와 가전 제품을 판매하고, 3층은 까사미아 가구 및 리빙 제품을, 4층은 A/S센터가 위치해 있다.

●공간의 공유에서 배송의 공유로 이어질까?

A/S를 맡기고 3층에 위치한 까사미아 매장을 찾았다. 소파와 침대, TV 선반을 구경하고 있던 찰나 매장 직원이 다가왔다. “고객님 찾고 있는 제품이 있으면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이때다 싶어 질문을 던졌다. “저기 TV를 샀는데, 선반도 함께 올 수 있을까요? (사실 구매 목적이 아니었기에 어설픈 연기가 필요했다)” 직원의 대답은 “같은 날 원하는 시간에 배송이 가능하지만 배송과 설치는 별도(삼성전자와 까사미아)로 진행 됩니다.” 한 발짝 더 들어가 물었다. “한곳에서 모두 배송해주면 배송비나 설치비가 절약되지 않나요?” 그러자 직원이 대답하길 “가구와 가전을 동시에 구매할 계획이라면 대체로 가구를 먼저 들이고 몇 시간 뒤 가전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네?”

●가전과 가구 설치는 순서가 있다(?)

직원의 설명에 가전과 가구 등 모든 리빙 제품이 동시에 오는 것이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18년 전 필자가 신혼살림을 맞이하던 그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가구, 가전 등 여러 군데서 주문한 제품이 한꺼번에 몰린 그때 그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제때 설치도 문제였지만 가전과 가구의 위치 선정이 바뀌는건 더 골치거리였다. 항상 그렇지만 계획대로 되는 일은 없다. 한꺼번에 몰린 제품과 설치, 그리고 현장의 우발적 상황들로 우리 부부는 심각한 스트레스를 경험해야만 했다. 결론적으로 신혼집은 침대, 소파, 책상 등 가구가 먼저 배치됐고, 다음으로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이 설치됐다. 가구가 설치된 이후에 혹여 문제가 생기면 그 다음은 가전 담당 기사님이 해결해줬다. 가전만큼 가구 설치도 능숙했던 기억이 있다.

●가전과 가구의 공동물류는 가능할까?

삼성전자는 가전제품 판매 이외에도 배송설치 서비스로 유명하다. 제품 정보 및 설치 전문성은 물론 반듯한 유니폼, 친절함, 무엇보다 양말 위에 실내용 덧신을 신고 집안에 들어선 모습을 경험한 소비자라면 한 번쯤은 그 ‘서비스’에 감동했을 법하다. 삼성전자의 백색가전 물류는 계열 물류사인 삼성전자로지텍이 담당한다. 이 회사는 또 설치배송 업무를 ‘명일물류’라는 회사에 위탁하는데, 한때 이 회사를 인수하고 싶어서 한솔그룹의 물류 자회사인 한솔로지스틱스와 많은 기업들이 러브콜을 보낸 적이 있다. 7~8년 전 일인데도, 당시부터 가전 설치 배송 영역은 물류 시장의 신수종 모델로 꽤 주목을 받아왔던 터였다.

●가전과 가구는 원래 같은 제품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과거의 텔레비전은 목재로 만든 가구 형태의 모습이었다. 원목보다는 성형이 쉬운 합판을 외형재로 사용했다. 전축(LP 플레이어)과 괘종시계, 전화기도 나무로 만든 제품이 많았다. 사용 용도는 달랐으나 인테리어 개념이 강조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삼성과 LG는 최근 가전 제품의 디자인화와 가구 등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루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삼성의 비스포크가 선도적이다.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그리고 세탁기와 건조기 등 비슷한 제품군끼리 디자인과 구성을 고객 취향에 따라 유닛 형태로 확장을 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이외에도 비스포크 방식은 SCM(Supply Chain Management) 관점에서 선주문 후생산 방식으로 재고를 줄이는 지연전략을 선택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이야기는 추후 다른 글에서 정리하고자 한다.

●하고 싶은 말 “스벅 쿠폰 선물 주세요”

우연히 찾은 그곳에서 가전과 가구의 협업과 리빙 산업의 물류 공동화 가능성을 엿봤다. 수도권에 비싼 임대료를 내면서 가전과 가구 매장을 따로 둘 필요가 있을지, 설치와 배송을 분리하거나 직접 설치가 필요한 제품군만 모아 따로 공동배송에 나설 수 있을지 개선해 볼 여지가 많아 보인다.

혹시 삼성전자와 까사미아가 가전과 가구 제품의 설치 물류까지 이미 공동화에 나설 계획이었다면 그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렇지않고 만약 필자의 생각이 향후 물류 공동화의 시작점이 되었다면 아이디어 값으로 삼성이든 신세계든 스타벅스 기프티콘 한 장만 선물해주길 바란다.

단서는 확증이 되지 못하지만, 확률을 높인다. 파편화된 퍼즐 속에서 어느새 모나리자의 미소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