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을 1시간 안에 배송한다고요?” 대체 왜 …

얼마 전, 가방 편집숍 저스트원더를 운영하는 박성배 대표를 만났다.

한쪽 발에 깁스한 상태였다. 비가 내린 주말에 축구를 하다 발목이 겹질렸단다. 헛발을 디뎠는지, 젖은 공에 미끄러졌는지 이유를 물어보지 못했다. 사전에 약속된 인터뷰 시간은 30분, 빠르게 쳐나가야 했다.

저스트원더와 박 대표를 처음 만난 건 작년 가을이다. 부산지역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물류 교육 프로그램에서 그는 학생, 나는 선생(?)이었다. 당시 박 대표는 첫 대면에서 회사의 사업 모델을 이렇게 소개했다.

“가방 업계의 리앤펑(Li&Fung), 자라(ZARA)가 되고 싶어요. 핵심은 디자이너 브랜드, 그리고 목표 고객층에 대한 수요예측, 가죽 등 원자재 수급과 재봉 등 글로벌 무대로 공급망관리(Supply Chain Management)를 잘하는 회사가 목표입니다.”

첫 인상은 깊지 않았다. 그냥 교과서를 달달 외운 창업 1년 차 CEO의 모습 정도랄까. “아직 현실의 벽을 만나지 못한 의욕 넘치는 1년 차 스타트업 대표….” 딱 그 정도였다. (쿨럭)

작년 12월 석 달 간의 교육 과정을 마친 후, 그를 다시 만날 일은 좀처럼 없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일까. 박 대표가 떠올랐다. 초임 교사가 갓 부임해 졸업시킨 첫 제자의 근황이 궁금할 수도 있는 법 아닌가.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됐다.

박성배 저스트원더 CEO

Q. 저스트원더는 어떤 회사죠? 지난해랑 바뀐 게 있나요?

국내 정말 많은 디자이너 브랜드 중에서 가방에만 집중하고 있는 가방 전문 편집숍입니다. 온라인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고요. 장점은 프리미엄 유통망인 백화점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동시 운영하다는 점입니다. 소비자와 접점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동종업계와 차별화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년과 사업모델이 달라진 게 있다면 가방이 정말 이쁜 쇼핑몰(가방 맛집)이란 이미지를 뛰어넘어서 고객에게 잘 어울리는 가방을 추천하고, 또 고객이 마음에 드는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IT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올해부터 증강현실(AR) 피팅 시스템을 개발하고,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1시간 이내에 받아볼 수 있는 배송 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Q. 1시간 배송이라니요? 가방이 신선식품은 아니잖아요. 그렇다면 1시간 배송이 가능한 수도권 보관 거점과 배송 채널을 확보했다는 말인가요?

2018년 9월 오픈 후 현재까지 전국의 구매 현황과 배송지역을 분석하고 있어요. 요일별, 월별로 나뉘어 상위 10개 제품을 대상으로 강남과 목동 지역을 대상으로 실험 중입니다. 현재는 SKU(Stock keeping unit, 상품군 10개라 관리하는데 어렵지 않지만, 향후에 주문이 더 늘어나면 백화점 매장(현재 현대백화점 2곳, 롯데백화점 2곳, NC백화점 1곳, 2020년 5월 현재)을 활용해 재고 수급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1시간 배송의 의미는 디자인/제품/서비스 등을 강조하는 공급자적 관점에서 빠른 배송/즉각 반품/바로 환불 등 소비자 입장에서 체험할 수 있는 유용한 경험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한 결과입니다.

그림 (좌) 저스트원더의 매출 추이 및 전국 판매 데이터, (우)전국 백화점 입점 현황

Q. 24시간 마트 배송을 하는 나우픽에서 저스트원더 가방을 팔더라구요. 식료품 온라인 판매 체널에 가방이라뇨! 대체 이유가 뭡니까?

맞습니다. 지난달부터 24시간 마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나우픽과 업무제휴를 맺었어요. 창고, 주문처리, 배송까지 모든 걸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나우픽이더라구요. 현재 나우픽에 입점해 강남 고객을 대상으로 온라인 판매와 1시간 내 배송, 반품 서비스를 제공 중입니다.

물론 적합한 상품 구성이 아닐 수도 있어요. 나우픽 송재철 대표와도 이 부분에 대해 정말 많은 의견을 나눴습니다. 그런데 서로가 약속이나 한 듯 애초에 제품을 팔기로 한 이상 그냥 제품을 한번 팔아보자고 결정한 겁니다. 그 이유는 이커머스의 꽃은 ‘풀필먼트’와 ‘딜리버리’라는 양사의 공통된 관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울 강남, 강서 지역 대상으로 1시간 내 배송을 실험 중인 저스트원더는 24시간 마트배송 나우픽과 업무 제휴를 추진 중이다.

Q. 1시간 배송, 바로 반품, 즉각 환불은 쿠팡도 흉내내질 못하고 있잖아요. 파산으로 가는 특급열차를 올라 탄거 아닙니까? 가방을 1시간 내 배송, 또 24시간 배송을 해야겠다는 이유를 더 설명해 주세요.

이커머스 비즈니스에 라스트마일(last-mile)을 확보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이커머스 사업자분들의 공통된 생각일 거에요.

저스트원더가 가치 있게 본 라스트마일 딜리버리의 핵심은 24시간 당일배송의 제공 여부가 아니라 고객이 주문한 이후 1시간 이내에 응대가 가능하냐입니다.

가방이든 그 어떤 제품이든 구매를 결정하기까지 많이 고민하게 됩니다. 구매 전에는 ‘상품이언제 오는지’, ‘언제 출발했는지’, ‘어디쯤 오고 있는지’ 등에 대한 고민이 없습니다. 하지만 주문이 끝난 고객의 고민은 달라집니다. 주문하자마자 운송장 번호가 나왔는지, 자기 전에 배송추적 한번 눌러보고, 아침에 출근하면서 한 번 더 눌러보고, 아, 그런 데 이게 아직 허브 터미널에 머물러 있을 때, 고객은 확 짜증이 올라옵니다. 그 순간 고객은 제품이 도착하기도 전에 배송 과정의 경험 속에서 이 업체는 다시는 상종하지 말아야겠다 싶죠. 이커머스는 배송이 느리면 모든 게 허사입니다. 재구매할 일이 있을 때도 그때 그 느려 터졌던 배송에 대한 트라우마가 떠올라서 클릭을 망설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마치 쿠팡 로켓배송이 다른 이커머스보다 가격이 조금 비쌀 수 있지만, 우리가 그곳을 클릭하는 이유가 있듯이 말입니다. 급한 물건이든, 아니든, 택배가 바로 온다는 그 자체가 고객에게 있어 즐거움이자 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Q. 배송 말고 다른 이야기를 해보죠. VR 피팅 시스템 개발은 진척상황이 어떤가요? 저스트원더 만의 색깔이 궁금합니다.

저스트원더의 VR 피팅 시스템은 온라인 안경원 ‘와비파커(Warby parker)’나 AI 패션 이커머스 ‘스티치픽스(Stitch fix)’를 연상하면 됩니다. 온라인에 진열된 가방을 선택하면, 현재 고객이 입고 있는 옷과 잘 어울리는지 가상의 화면을 보여줍니다. 여러 디자인과 상황에 따른 드레스 코드에 손쉽게 맞춰 가방을 고를 수 있도록 구매 전 착용 경험을 전달하는 것이죠. 현재로선 이 정도 수준에서 설명해 드리고 싶고요. 연말에 대대적인 공개를 계획 중입니다. 

덧붙여서 우리가 하는 일은 국내외 여러 멋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찾아 나서는 일입니다. 선택된 브랜드를 저스트원더 플랫폼에 소개하고, 무엇보다 각각의 브랜드가 하나의 플랫폼에서 돋보일 수 있도록 웹과 매장을 디자인하는 일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입니다. 기대해주세요!

Q. 저스트원더의 향후 계획을 키워드로 소개해 주세요.

#AR 피팅 #1시간 배송 #가방도배달됨 #디자이너가방편집샵 #코로나종식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이 중에서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앞서 말씀드린 ‘1시간 배송’과 ‘AR 피팅’ 입니다. 수많은 이커머스 중에서 이 두 가지 단어를 가장 대표할만한 온라인몰로 저스트원더가 꼽히길 바랍니다.

아마존에 인수된 온라인 신발 쇼핑몰의 전설인 자포스(Zappos)의 CEO 토니 셰어가 쓴 ‘딜리버링 해피니스(Delivering happiness)’에 이런 일화가 있던 걸로 기억한다. 


“자포스에서 판매한 모든 제품에 대해서는 고객이 원하면 어떤 이유에서든 무료반품을 결정했다. 처음에는 반송과 재배송, 재포장, 재수선 등 비용이 엄청나게 발생해 얼마 가지 않아 회사가 파산할 것이라고 주변 동료들이 결사코 반대했다. 그때 나는 직원들에게 실패해도 좋으니 한번 해보자고 끝까지 설득했고, 직원들은 감사하게도 이를 수용해줬다. 유일무이한 전 제품 무료반품 서비스는 이후, 자포스만의 시그니처 서비스가 됐다. 예상과 달리 고객의 반품률은 높지 않았고, 오히려 더 많은 고객이 더 많은 신발을 자포스에서 구매하는 계기가 됐다.” – 동 내용은 원문을 필자 마음대로 의역했으니 본문과 다소 차이가 있음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깁스를 한 채 뚜벅이는 박 대표의 뒷모습이 보였다. 헛발을 더딘 것인지, 아니면 젖은 공에 발이 미끄러진 것인지 그 이유는 끝까지 알 수 없었다. 아니 물어보지 않았다. 1시간 내 배송, AR 피팅 시스템 도입을 올해 목표로 내세운 박 대표가 불안해 보일만하다. 그때 필자의 눈에 깁스한 오른쪽 발을 보조하기 위해 다른 왼발에 힘을 더 보태고, 균형감을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저스트원더는 또 그렇게 한걸음 내디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