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배송은 왜 우주정복보다 어려울까?

“짐 옮길 때 도와줄 남성분이 집에 계신가요?”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한 침대가 도착하기로 한 날, 아내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일찍 퇴근해 가구를 같이 옮겨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아니 대체 왜?”

사태를 파악해보니 온라인 주문 시 배송 정보 입력에 문제가 있었다. 대형가구는 보통 2인 배송이 기본인데, 아내는 아무것도 모르고 1인 배송으로 신청한 것이다. 예상컨대 배송비를 아끼려다 발생한 주문자의 명백한 실수였다. 다짜고짜 판매자를 향해 치밀어 올랐던 화를 가라앉히고 수습에 나선 것은 잘한 일이었다.

침대나 소파 등 가구를 인터넷으로 주문해 배송받다 보면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한다. 주로 아파트나 빌라, 일반주택 등 주거 형태를 잘 살피지 못해서 일어나는 문제다. 배송이나 설치 과정 중 추가 비용이 발생할 때도 있다. 앞선 경우처럼 배송 인원을 잘 파악하지 못했거나, 고층용 사다리차를 빌리거나, 비좁은 골목에 큰 화물차가 진입하지 못해 일어나는 돌발상황들이다.

이 경우 판매자와 소비자, 그리고 배달원(운송업자) 사이에서 추가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를 놓고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진다. 사태가 진정됐다 하더라도 이유를 막론하고 소비자는 그날의 악몽(?)을 쉽게 잊지 못한다. 곪아 터진 고객의 상처는 ‘그 쇼핑몰을 절대 이용하지 않겠다’는 흉터로 남는다.

오프라인 매장이라면 어땠을까.

고객은 자신이 구매한 제품이 언제 오는지가 궁금할 뿐 어떻게 오는지 그 과정에 관해서는 대부분 관심이 없다. 왜 그럴까? 가구는 크기가 크고 무게가 무거워 일반 택배보다 배송이 더 힘든 걸 소비자는 이미 잘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한 번쯤 경험했을 상황을 떠올려보자. 소비자는 가구를 어디서 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체험을 하게 된다. 일반 매장에서 가구를 구매했다면 해당 매장 직원이 주거 형태에 따른 배송 방법과 설치 서비스 여부에 대해 사전에 꼼꼼히 체크하는 서비스를 받게 된다.

예를 들어, 고객이 주문한 제품의 경우 OOO 아파트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배송할 수 있다거나, OO 빌라 몇 층은 사다리차가 필요하다 등의 내용이다. 소비자는 매장 직원한테 배송 여부와 추가 서비스 이용시 요금에 대해 설명받았기에 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온라인이 풀어야할 숙제가 늘었다.

오프라인 구매와 달리 온라인은 배송 서비스를 고객이 꼼꼼히 살펴야 한다. 오프라인 매장 직원처럼 친절한 설명이 생략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터넷 쇼핑몰이 가구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오프라인과 비교해 제품 구매전 고객 서비스 응대가 부족해서 벌어지는 배송 사고가 잦다. 이럴 경우, 그 책임의 사유를 떠나 고객의 구매 경험은 망치기 마련이다.

2019년 기준 온라인 가구 시장은 3조 3,718억 원 규모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직장인들의 재택근무 형태가 늘고, 온라인 수업 증가로 학생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온라인 가구 판매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통계청, 카카오)및 최근 3년간 온라인 가구 매출 평균 성장율 (출처: 통계청, DB투자금융, 경향신문)


쿠팡 로켓설치 등 인터넷 쇼핑몰과 한샘, 리바트 등 제조업체들은 가구 등 리빙 제품 판매가 늘자 배송과 설치 서비스를 강화 중이다. 2019년 기준 온라인 가구 시장은 3조 3,718억 원 규모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직장인들의 재택근무 형태가 늘고, 온라인 수업 증가로 학생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온라인 가구 판매가 대폭 증가했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판매보다 배송 서비스 공급이 부족하다.

온라인 가구 판매는 늘고 있지만, 배송 서비스 공급은 원활하지 못하다. 업체들이 밝힌 익일배송 성사율이 높지 않다는 게 소비자들의 평가고 관련 체험 후기도 많다.

택배와 달리 가구배송은 부피가 크고 무거운 제품의 특성상 2인 체재로 움직인다. 배송은 기본이고 가구 설치에 필요한 기술 역량과 장비도 보유해야 한다. 그만큼 인건비도 비싸다. 그래서 배송업체들은 고임금 구조 때문에 중국 교포 등 외국인을 설치 보조기사로 고용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바라본 가구 물류의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 한샘, 퍼시스, 쿠팡, 오늘의집 등 온·오프라인 가구 물류 담당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아래 표와 같다. 

가구 물류 혁신을 가로막는 7가지 이유 : 

● 첫번째, 구매 빈도가 낮아 수요예측이 어렵고, 재고 보유가 많지 않다. 

● 두번째, 대형 화물로 운송료, 보관료 등 물류비가 비싸다. 

● 세번째, 소파, 침대, 의자는 물론 1인용 2인용, 3~4인용 등 제품 SKU가 생각보다 많다. 

● 네번째, 국내 가구 판매량의 상당 부분이 경기도 포천에서 제조되는 중저가 제품들로 제조업체가 대부분 영세하다. 

● 다섯번째, 제조 공장에 ERP조차 구축이 안 되어 트래킹이 불가하고, 영세성으로 배송 서비스 개선에 소홀하다.

● 여섯번째, 지정일(시간) 배송이 불가하고, 착불 배송(소비자 현장 결제)으로 소비자와 시비가 잦아 서비스 불만이 많다.

● 일곱번째, 쿠팡이 쏘아 올린 로켓배송으로 소비자의 배송 서비스 수준에 대한 눈높이가 너무 높다.

가구물류 혁신을 방해하는 7가지 요소, 출처: 각사 취합, 비욘드엑스

인터넷 서비스 성공 3요소 + ‘물류’

성공적인 인터넷 서비스 3요소(Internet Trifecta, 인터넷 트라이펙타)로 ‘콘텐츠’, ‘커뮤니티’, ‘커머스’의 적절한 결합을 강조한다. 이 개념은 KPCB의 인기 애널리스트인 메리 미커(Mary Meeker)가 2014년 발표한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소개했다.

성공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3요소로 콘텐츠, 커뮤니티, 커머스의 적절한 균형이 꼽힌다. 출처: KPCB

국내에서는 무신사와 마켓컬리, 당근마켓, 오늘의집 같은 인기 절정의 스타트업이 인터넷 트라이펙타 모델을 잘 따른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잘 알려진 것처럼 무신사는 패션 잡지로, 마켓컬리는 강남 사모님과 맘카페를 통해, 당근마켓은 중고거래를 빌미로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오늘의집은 인테리어 커뮤니티로 각각의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커머스 사업자로 더 큰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패션 > 신선식품 > 가구 > 생활가전 순으로 온라인 판매 품목이 다양화되면서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은 더 큰 도전에 직면했다. 그 과정에 모두가 맞닥뜨린 허들은 다름아닌 배송 영역이다.

이커머스 사업자에게 ‘배송’이란 온라인 서비스가 오프라인으로 실현되는 그 지점에서 고객들의 체험과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사업전략을 뜻한다.

배송은 인터넷 사업자가 판매한 상품과 서비스 평판의 최종 목적지다. 배송이 매출을 지배하고, 배송 자체가 브랜드가 되고, 배송을 소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정도면 물류는 성공적인 인터넷 서비스의 4요소로 불릴만하다. 배송을 우습게 보면 안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