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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공백 사태로 '약 배달' 시장이 부활할 수 있다고요? 준비 들어간 물류업계

신승윤
신승윤
- 14분 걸림

1. 대통령의 의대 증원 의지와 이에 따른 의사 파업 이슈로 최근 의료 공백 문제가 깊어지면서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전면 허용’ 한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로써 지난 23일부터 모든 병원과 환자는 원한다면 비대면으로 진료 과정을 전환할 수 있게 됐습니다.

2.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진료는 제한적으로만 시행되고 있었습니다. 병상 30개 미만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만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었고요. 환자 역시 해당 병원을 방문한 이력이 있는 재진 환자 중심이었으며, 한 환자가 같은 병원에서 한 달에 두 번 이상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도 없었습니다.

3. 그러다 이번 비대면 진료 허용 방침에 따라 관련 제한이 모두 풀렸습니다. 진료를 원하는 병원이 비대면 진료를 시행 중인 병원이라면 초진 환자도 횟수에 상관없이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고요. 병원 규모 제한도 풀렸습니다.

4. 이에 최근까지 다소 움츠러들었던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이 다시 서비스 활성화에 힘쓰는 모습입니다. 헬스케어 플랫폼 ‘굿닥’은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에 따라 사용자 편의성을 중심으로 차질 없는 서비스 대응에 집중할 계획”이라 밝혔고요. ‘올라케어’ 또한 앱 이용자들이 가까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를 24시간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편했고, 병원급 의료기관 역시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논의 중이라고요.

5. 이에 따라 비대면 진료 규제와 함께 사라지고 있었던 약 배달 서비스가 다시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라스트마일 배송 업계를 중심으로 커지는 중입니다. 라스트마일 배송 업계에서는 이미 팬데믹 기간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약 배달 서비스에 대해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약 배달 규제만 풀린다면 다시 시장이 열릴 것으로 판단한 것이죠.

팬데믹을 달궜던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 서비스가 사라지고 있는 이유
CHAPTER 1 음식배달보다 더 줄어든 ‘이것’ 엔데믹과 함께 가장 사용자 수가 줄어든 서비스를 이야기하자면 음식배달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지난 7월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달앱 3사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의 2023년 상반기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는

6.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30일 민생토론회에서 직접 “원격 약 배송이 제한되는 불편함과 아쉬움이 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고요. 이에 응답하듯 최근 여당에선 22대 총선 공약으로 비대면 진료 확대와 공공심야약국을 통한 약 배송을 포함하는 의료법 개정안 발의를 제시하기도 했는데요. 일련의 움직임이 약 배달 부활을 포함한 시범사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음지의 약 배달, 양지로 나올까

7. 그런데 말이죠. 사실 약 배달은 지금도 활발한 것 혹시 아시나요? 물론 팬데믹 때처럼 처방전에 따라 약국에서 제조한 의약품을 배달대행사를 통해 배송하는 퀵커머스 형태는 아니고요. 일반의약품을 중심으로 탈모약, 피부약, 다이어트약 중에서도 의사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약은 배달이 쉽다는 평가입니다.

8. 실제 커넥터스 취재에 응한 약사들을 비롯해 약 배달 경험이 있는 라스트마일 배송업계 관계자들은 지금도 택배, 퀵서비스, 고속버스 택배 등을 통해 활발히 약 배송이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습니다.그리고  이미 소비자들은 특정 약품에 대해 ‘전국 최저가’를 찾기 시작한 마당에 들어오는 배송 주문을 마다할 약국은 없을 거란 의견입니다.

9. 그러다 보니 양지와 음지를 넘나드는 약 배달 비즈니스는 지금도 암묵적으로 횡행하고 있다는데요. 단순히 일반의약품을 배송하는 사업뿐만 아니라요. 혹시 '약 구매대행'이라는 사업이 있다는 이야기 들어보셨어요? 서울 종로구에서 약 구매대행 업체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A씨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약국도 결국 소매점이기 때문에 약국마다 약 가격 차이가 꽤 난다는 사실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지금도 종로의 한 약국은 ‘탈모약 성지’로 불리며 많은 소비자가 찾고 있고요. 그 외에도 다이어트약이나 인공눈물 등을 저렴하게 판매해 유명한 곳들이 있죠.
이런 약국들을 중심으로 지금도 택배 배송이나 퀵서비스가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습니다. 구매자가 온라인 또는 전화통화로 약 구매를 마치면, 이를 배송업체가 픽업해 가져다주고요. 몇몇 약국에서는 직접 택배를 보내주기도 해요.
아예 ‘약 구매대행’이란 이름으로 서비스하는 업체도 있습니다. 이 중에는 처방약을 대리 수령해 배송해 주는 곳도 많아요. 특히 3개월 치 이상의 약을 구매하려면 단가도 비싸고, 양도 많다 보니까요. 거주지에서 멀지만 저렴한 약국을 찾게 되거든요. 그럼 처방전을 약국에 전달해 약을 구매한 뒤 배송업체를 통해 받습니다.
현행법상 의약품 배송을 명확히 금지하는 조항이 없어 이러한 서비스는 일종의 회색 영역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기에, 이미 약국과 구매자 사이 거래가 일어난 후 배송하는 행위는 처벌하기 어려워요. 실제 경찰 고발을 당하고도 별 탈 없었다는 주변 후기를 들었거든요” -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약 배달 등 심부름 업체 업무 경험이 있는 A씨

약사법 제50조 1항, '약국개설자 및 의약품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여서는 안된다'

10. 또 한 의약품 제조사에서는 라스트마일 배송 서비스 업체와 손잡고 당일배송망 구축을 시도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쟁점으로 떠오른 처방약을 피해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서비스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시장 변화를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팬데믹을 거치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두 가지 인식이 한층 보편화 됐다고 봅니다. 첫째는 이제 본인이 필요한 약품이 있다면 전국 어디서든 정보를 모아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고요. 둘째는 이중 최저가를 선택해 방문 구매든, 배송이든 선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암암리에 이어져 온 의약품 배송은 점차 그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의약품 제조사나 대형 약국에서 이에 발맞춰 배송망을 구축하는 등 시장에 대비하는 모습이 그 근거인데요. 일반의약품을 마치 생수처럼 배송 주문하는 모습이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 주변에 보편화될 수 있겠습니다.
나아가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를 활용한 건강 상태 확인, 이에 따른 온라인 진료와 처방, 약 배달로 이어지는 원격 의료 시대의 도래가 그리 먼 이야기는 아니란 생각입니다. 관련 정부 시범사업이 시작되면 시장이 더 빠르게 열릴 수도 있으니 미리 준비하려는 움직임이 꽤 보이네요” - 배달대행·당일배송 라스트마일 플랫폼 관계자 B씨

11. 관련해 원격 의료 플랫폼 서비스 관계자는 “약 배달 서비스는 당장 기술적 문제가 장벽이라기보다 의사회, 약사회 등 기존 시장 구성원들 간 정치적·제도적 합의점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미 팬데믹 기간 관련 분쟁 사례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고요.

배민이 약 배달을 한다고요? 의약품 업계를 둘러싼 갑론을박
CHAPTER 1 배달의민족은 ‘약 배달’을 원한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지난해 12월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배달 관련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배민 앱 내 퀵커머스 마켓플레이스 ‘배민스토어’ 서비스에는 국내 편의점 브랜드들이 입점해

12. 특히 지금도 꾸준하고 강경하게 ‘약 배달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는 약사회이기에, 이미 일어나고 있는 시장 변화에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저 역시 궁금해집니다. 커넥터스의 생각을 통해 현장에서 느낀 바를 전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커넥터스의 생각

  1. 남성 독자분들은 이미 잘 아시거나, 또는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종로 일대가 탈모인들의 성지라는 것을요. 이곳을 방문해 보면 진료부터 처방, 탈모약 구매까지 모든 게 일사천리입니다. 병원과 약국이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데요. 병원에서는 1분 내 빠르고 신속하게 진료를 마치고서 탈모약 복용 기간에 따라 달라지는 처방전 가격표를 보여 줍니다. 이를 가지고 약국으로 가면 또 1분 안에 약을 받을 수 있고요. 또 다양한 탈모약들을 가격대별로 비교해 볼 수 있는데요. 대부분 전국 최저가입니다.
  2. 이렇게 빠르고 간소화된 탈모약 처방 프로세스는 점차 비만약, 피부약 등으로 범위를 넓히는 중입니다. 경험자들에 의하면 초진의 경우 그래도 의사와 2~3분은 대화하는 경우가 많지만, 재방문 시에는 인사만 마치면 처방전을 구매할 수 있고요. 이를 약국으로 가져가 원하는 약으로 교환하는 과정 역시 어려울 게 없죠. 그래서 비대면 진료 한시적 허용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분야가 바로 탈모와 비만이라고요. 지금도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서 위 두 분야는 절대 빠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플랫폼 서비스를 먹여 살린다죠.
  3.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 약사업계에선 불안감이 커집니다. 속된 말로 ‘돈 되는 약’에 대한 수요가 하나둘 특정 지역 및 약국으로 쏠리는 상황이고요. 몇몇 유명 약국에서는 아예 제조사와 OEM 계약을 체결해 독점 의약품을 취급하기에 이르렀답니다. 여기다 전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배송 서비스를, 그리고 서울·경기에선 퀵커머스 배달이나 당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다? 구매력 있는 대형 약국 외엔 속된 말로 ‘정가제라 돈도 안 되는 제조약만 파는 신세’가 될 수 있다고요.
  4. 취재에 응한 약사 A씨는 부산에서 개인 약국을 운영하다 지금은 휴식기를 보내고 있는데요. 그에 따르면 이대로 의약품 이커머스 시장이 열리면 결국 자금력을 갖춘 병원 앞 약국이나 약국 프랜차이즈들이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고요. 갈수록 동네 개인 약국, 특히 지방 개인 약국들은 큰 타격을 입을 게 분명하다는 입장입니다.
  5. 제 생각에도 의약품 가격 정보 공유(찾아보니 이미 탈모약 병원 가격 비교 서비스는 존재하더군요?)나 공동구매 커뮤니티가 빠르게 늘어나는 등 시장 지형이 급격히 변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인데요. 관련해 소비자 편익은 늘리면서, 기존 산업 종사자들의 충격은 줄이는 방식의 단계적 시범사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역으로 종로에서 저렴하게 구매한 탈모약에 수수료를 붙여 지방에 되파는 등의 불법행위는 막으면서 말이죠.     ⓒ신승윤 커넥터스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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