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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머스크가 휴머노이드 로봇에 진심인 이유

김창수
김창수
- 13분 걸림

테슬라의 새로운 도전

2022년 9월 30일,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서 열린 테슬라 AI 데이 행사에서 옵티머스 1을 선보인지 1년 반만인 2023년 12월, 테슬라는 한 단계 진화한 옵티머스 2세대(Optimus Gen 2)를 소개했다. 옵티머스 2세대는 1년 반만에 이전 모델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옵티머스 2세대는 이전 모델보다10kg 가벼워져 총 중량이 크게 줄었다. 이동 속도는30% 증가하여 시속 8km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공장이나 물류 센터와 같은 넓은 공간에서 빠르고 효율적인 이동을 가능케 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손의 기능이다. 옵티머스 2세대는 11개의 자유도를 가진 손 관절을 갖추고 있다. 이는 인간의 손과 유사한 수준의 복잡한 동작을 가능하게 한다. 이번 소개에서는 옵티머스가 계란을 집어 드는 모습을 보여줬다. 테슬라는 향후 실과 바늘을 꿸 정도로 정교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섬세한 조작 능력은 제조업에서부터 의료 분야까지 다양한 산업에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옵티머스 2세대는 2.3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이는 한 번 충전으로 하루 종일 작동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지속적인 작업이 필요한 산업 현장에서 이는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충전을 위한 휴지 시간을 최소화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Tesla Optimus Gen 2, 출처: Tesla]

이러한 성능을 바탕으로 옵티머스 2세대는 공장에서 무거운 물체를 옮기거나 물류 센터에서 반복적인 작업을 처리하는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머스크는 옵티머스가 향후 공장과 물류 센터 등에서 인간 노동을 대체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머스크의 목표는 명확하다. 2만 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기존 산업용 로봇보다 우수한 성능을 갖춘 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산업용 로봇 가격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않는 혁신적인 가격이다.

옵티머스의 등장은 테슬라가 더 이상 자동차 회사가 아님을 세상에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제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라는 새로운 전장에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이 글에서는 앨런 머스크의 이 대담한 도전이 가져올 파장을 심층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그가 왜 이 시장에 뛰어들었는지, 어떤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할 것인지, 그리고 이것이 산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살펴볼 것이다.

1. 머스크의 비전: 노동의 재정의

앨런 머스크가 그리는 미래는 대담하다. 그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산업 현장의 효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노동 개념 자체를 바꿀 것이라 확신한다. 머스크는 '앞으로는 육체 노동을 할지 말지 선택할 수 있게 될 거예요. 하고 싶으면 하고, 아니면 안 해도 되는 세상이 오는 거죠.'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2035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를 1520억 달러로 전망했다. 하지만 머스크의 계산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 것처럼 보인다. 전 세계 노동 인구가 약 50억 명이고, 1인당 노동 가치를 연간 2만 달러로 잡으면 전체 노동 시장의 가치는 100조 달러에 달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 중 일부만 대체해도 그 시장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이는 과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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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전망, 출처: 골드만삭스]

전 세계적으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동시에 인건비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인구 고령화까지 더해지면, 로봇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머스크는 이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 테슬라를 위치시키려 한다.

2. 테슬라의 숨겨진 무기: 기술 통합의 힘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테슬라의 독보적인 기술 통합 능력에 있다.

첫째, 자율주행 기술이다. 테슬라는 이미 수백만 대의 자율주행 차량을 통해 방대한 실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이 데이터는 로봇의 환경 인식과 동작 제어에 직접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차량이 도로 위의 장애물을 인식하고 피하는 것과 로봇이 공장이나 가정에서 물체를 인식하고 조작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다.

둘째, AI 기술이다. 테슬라의 도조(Dojo) 슈퍼컴퓨터는 초당 1.8엑사플롭스의 연산 능력을 자랑한다. 이는 옵티머스의 AI 모델을 훈련시키는 데 사용되고 있으며, 로봇의 성능을 빠르게 향상시킬 수 있게 해주는 핵심 자산이다.

셋째, 배터리 기술이다. 테슬라는 전기차 배터리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 기술은 그대로 로봇에 적용될 수 있다. 옵티머스는 테슬라의 최신 배터리 기술을 탑재해 장시간 작동이 가능하며, 이는 실제 산업 현장에서 큰 강점이 될 것이다.

이러한 기술들의 통합은 테슬라에게 큰 경쟁력을 제공한다. 다른 기업들이 각각의 기술을 개별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반면, 테슬라는 이미 검증된 기술들을 효율적으로 결합할 수 있다. 이는 개발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3. 대량생산의 마법: 가격 혁명

테슬라의 또 다른 무기는 바로 대량생산 능력이다. 머스크는 옵티머스의 가격을 2만 달러 이하로 책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산업용 로봇 가격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않는 파격적인 가격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답은 테슬라의 '기가팩토리'에 있다. 테슬라는 이미 연간 100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경험과 인프라는 로봇 대량 생산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더불어 테슬라의 수직 계열화 전략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테슬라는 로봇의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 모터, 센서 등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이는 비용을 크게 줄이고 품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이러한 대량생산 능력과 수직 계열화 전략은 테슬라가 로봇의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게 해준다. 이는 시장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추고, 로봇의 보급을 가속화할 것이다.

4. 시장 전략: 산업용에서 가정용으로

테슬라의 로봇 시장 진출 전략은 명확하다. 먼저 산업용 시장을 공략한 후, 점진적으로 가정용 시장으로 확장한다는 것이다. 로봇을 사치품이 아닌 필수품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첫 단계는 제조업과 물류 분야다. 테슬라는 자사의 공장에 옵티머스를 먼저 도입하여 그 효용성을 입증할 계획이다. 이미 옵티머스 2세대는 테슬라 공장에서 테스트중에 있다. 이는 일종의 '살아있는 쇼룸' 역할을 할 것이다. 다른 기업들은 테슬라 공장에서 옵티머스의 성능을 직접 확인하고, 그 가치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서비스업이다. 호텔, 레스토랑, 병원 등에서 단순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는 이를 위해 옵티머스의 인터페이스를 개선하고, 더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가정용 시장이다. 머스크는 "머지않아 가정용 로봇이 자동차만큼이나 흔해질 거예요. 일상적인 집안일을 도와주고 삶의 질을 높여줄 겁니다."라고 예측한다. 이번 옵티머스 2세대 공개 영상에서 옵티머스가 옷을 개는 모습이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야심찬 목표이지만, 테슬라가 가격을 충분히 낮추고 기능을 개선한다면 실현 가능한 일이다.

[Optimus Gen 2가 옷을 개고 있는 모습, 출처: Tesla]

이러한 단계적 접근은 테슬라가 시장을 점진적으로 장악하면서도,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각 단계에서 얻은 경험과 데이터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이다.

5. 경쟁 구도: 테슬라 vs 엔비디아 연합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테슬라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연합군'이다. 2024년 3월 18일부터 21일까지 열린 NVIDIA GTC 2024 컨퍼런스에서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이 연합의 핵심이 될 GR00T 2.0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아지무스 로보틱스, 미니맥스 로보틱스 등 세계적인 로봇 기업들이 함께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이 기업들은 모두 엔비디아의 GR00T 플랫폼을 기반으로 각자의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GR00T라는 공통의 AI 기술을 중심으로 뭉쳐 있기에 '연합군'이라 불리는 것이다. 이들은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기술을 자사의 로봇에 접목시켜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황 CEO는 GR00T를 "AI 기반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위한 기초 모델"이라고 설명하며, "GR00T는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을 위한 세계 최고 수준의 AI 모델이다. 어떤 로봇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반 모델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NVIDIA GTC 2024 컨퍼런스에서 잭슨 황CEO가 휴머노이드 로봇들을 소개하고 있다, 출처: CNET Highlights]

이는 마치 스마트폰 시장의 애플 vs 안드로이드 구도와 유사하다. 테슬라가 애플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자체 개발하는 폐쇄적 전략을 취한다면, 엔비디아 연합은 안드로이드 진영처럼 개방형 플랫폼 전략을 취하고 있다.

양측의 접근 방식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테슬라의 전략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벽한 최적화를 가능케 하지만, 혁신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릴 수 있다. 반면 엔비디아 연합은 다양한 기업의 아이디어를 결합해 빠르게 혁신할 수 있지만, 일관성과 통합성에서는 테슬라에 뒤질 수 있다.

이 경쟁은 결국 누가 더 빨리, 더 저렴하게, 더 유용한 로봇을 만들어내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승자를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 치열한 경쟁이 전체 시장의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결론: 머스크의 비전, 인류의 새로운 장

머스크는 이렇게 확신한다:

  1. 노동의 재정의: 육체 노동이 선택이 되는 세상이 올 것이다.
  2. 경제 혁명: 로봇이 생산성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켜 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다.
  3. 테슬라의 미래: 자동차를 넘어 로봇 기업으로 테슬라를 변모시킬 것이다.
  4. 기술 통합: 자율주행, AI, 배터리 기술의 시너지로 시장을 장악할 것이다.
  5. 대중화: 2만 달러 가격으로 로봇을 필수품으로 만들 것이다.

앨런 머스크의 야심은 크다. 그의 트랙레코드를 볼 때 이 대담한 비전이 현실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 그 파괴적 혁신의 중심에 머스크와 테슬라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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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KAIST에서 산업디자인 학·석사를, 연세대에서 MBA를, 영국 샐퍼드 대학에서 디자인매니지먼트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LG전자,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대기업에서 사용자 경험과 브랜드 경험 분야를 이끌었고, 이후 물류 스타트업 ㈜원더스를 창업해 매출 200억 달성, 한국물류대상 수상 등의 성과로 기업가적 역량을 입증했다. 현재는 비욘드엑스(BX) 인공지능 디자인연구센터장으로 AI와 디자인의 융합을 탐구한다.